‘냉방+제습+청정+환기’까지 한번에 해결하는 건강한 냉방기
전기요금 35% 절감 등 에어컨보다 저렴, 내년 상용제품 출시

▲제습냉방기를 사용 중인 사용자가 실내기를 보고 있다.
▲제습냉방기를 사용 중인 사용자가 실내기를 보고 있다.

[이투뉴스]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갈수록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어르신이 있는 가정의 경우 없는 집이 드물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필터를 가진 공기청정기라도 적절한 환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이런 측면에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합친 효과를 발휘하는 제습냉방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습냉방은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가구가 열을 이용해 냉방까지 하는 지역냉방시스템 중 하나다. 뜨거운 지역난방수로 어떻게 차가운 냉기를 얻을까. 이는 바로 물의 증발잠열 때문이다.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 원리를 이용한다. 즉 고온다습한 실내공기가 제습로터를 통과하면서 고온건조해지고, 다시 이를 증발냉각기를 이용해 차갑게 만드는 것이다.

이후 습해진 제습로터를 지역난방열로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외부공기를 흡입, 자연스럽게 환기까지 이뤄진다. 이러한 공기의 순환 과정에 헤파필터를 장착해 미세먼지를 포함한 각종 오염물질까지 거르는 제습냉방은 말 그대로 에어컨 기능과 공기청정기를 합친 역할을 한다. 강력한 제습효과로 뽀송뽀송하고 시원한 냉방을 제공하는 한편 창문을 열지 않아도 완벽하게 이뤄지는 환기와 함께 청정 기능까지 제공할 수 있다.

◆계속된 업그레이드로 상용제품 눈앞
제습냉방기가 처음 개발된 것은 2012년쯤이다. 국내 최대 집단에너지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겨울철에만 쓰는 지역난방용 온수를 여름철에도 활용하기 위해 국가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얻은 값진 결과다. 이후 귀뚜라미와 함께 시제품을 만들어 용인 구성의 한 아파트단지에 설치, 시험운용에 나서 기본적인 성능을 확인했다.

하지만 초기에 나온 개발품은 제품 설치면적이 큰데다 냉방성능 역시 7kW급으로 낮았다. 여기에 시스템 안정도와 내구성도 떨어지는 등 불편도 적잖았다. 한 마디로 아직은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다. 이후 지역난방공사는 귀뚜라미 및 경동나비엔 등 관련 업체와 함께 꾸준히 기술개발에 나서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 해나갔다.

일단 냉방능력을 더 끌어 올렸다. 이전 7kW에서 11kW 수준으로 냉방능력을 키웠다. 제습냉방 역시 시스템에어컨(베란다에 실외기 설치 후 천장을 통해 각방 냉방) 형태인 만큼 30∼40평형대 아파트단지의 냉방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다. 또 급속냉방 등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전기와 열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콘셉트를 변경했다. 물론 전기와 열의 비중은 1대 3으로 전기가 지역냉방을 보조해주는 역할로 한정했다.

지난해 1차 제품을 거쳐 올해 시험가동을 위해 새로 정비한 제습냉방시스템의 주요 성능을 살펴보면 냉방능력은 11kW로 늘었으나, 소비전력은 전기에어컨의 64% 수준으로 줄였다. 재생열량 사용량도 늘려 전기는 줄이는 대신 열 사용량은 일부나마 늘렸다. 전기와 열을 포함한 COP도 지난해 1.17보다 올라간 1.23으로 개선됐다.

한난과 제습냉방시스템 제작사인 경동나비엔 등은 오는 2021년까지 전력사용량은 전기에어컨의 60% 수준으로, COP는 1.25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설치면적 역시 현재 2.30㎡ 수준에서 1.90㎡로 축소하는 한편 연간 1만대 수준의 생산라인을 구축, 공급한다는 목표 아래 시장 확보 노력과 연구개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입증된 건강효과에 에너지효율 제고까지
과거 에어컨은 부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평범한 사람들은 부채와 선풍기로 여름한철을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득수준 상승과 지구온난화가 맞물리면서 이제 대부분의 가정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폭염 일수를 조사한 결과 1990년에는 17.2일에 그쳤으나, 작년에는 무려 31.4일로 늘었다. 열대야 일수 역시 6.5일에서 17.7일로 크게 늘었다. 이제는 냉방기 없이 여름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제습냉방은 전기에어컨처럼 단순하게 실내온도만 내리지 않는다. 증발 및 응축 등 제습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외부공기를 끌어오기 때문에 창문을 여는 등 별도의 노력 없이도 자동적으로 환기가 진행된다. 여기에 반영구적인 IFD(전자헤파필터)를 사용, 3㎛의 초미세먼지까지 95%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적절한 환기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공기청정기만 돌려서는 실내 공기질 정화가 제대로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습냉방은 ‘에어컨+공기청정기+환기장치’를 합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 제습냉방시스템을 가동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작년에 실시한 ‘제습냉방시스템의 실내 환경개선 평가 연구(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의 경우 제습냉방을 가동한 지 20분 만에 99.9%가 감소했으며, 일산화탄소 역시 가동 10분 만에 80%, 가동 30분쯤에는 98% 수준으로 줄었다. 아울러 포름알데히드는 가동 10분 만에 99.9% 감소한 것을 확인했으며, 휘발성 유기화합물(VOD)도 제습냉방기를 돌린 지 30분쯤 99.9%가 제거되는 등 건강한 냉방기로서 성능을 입증했다.

▲[출처] 제습냉방시스템의 실내환경 개선 평가 연구(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2018년)
▲[출처] 제습냉방시스템의 실내환경 개선 평가 연구(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2018년)

제습냉방은 냉방요금을 절감하는 등 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2017년 여름철에 제습냉방기를 실증한 결과 시스템에어컨(11kW) 대비 전력소비량은 약 25%, 월간 냉방사용요금은 10∼14% 절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제습냉방설비 안정화 및 최적화 등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경우 냉방요금은 전기에어컨보다 15%이상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 전체적인 편익도 크다. 제습냉방은 하절기 전력피크 완화는 물론 열병합발전소 등 집단에너지 설비효율을 끌어 올려 에너지이용효율 제고에도 기여한다. 이는 제습냉방이 지역난방 열원은 물론 거의 대부분의 설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절기 남아도는 발전배열이나 소각열 등을 활용할 경우에는 그 효용성이 더 커진다. 즉 제습냉방은 건강 냉방과 함께 에너지비용 절감, 국가 에너지효율 향상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양한 기능 불구 넘어야 할 산도 적잖아
지역난방 소비자와 집단에너지사업자, 국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점을 발휘하는 제습냉방이 보급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누구나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상용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성능은 완벽히 입증됐으나, 보다 많은 가정에 설치돼 기계적 안정성과 내구성 등 사용편의성까지 완벽하게 갖춰야 하는 일이 남았다. 또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실외기 콤팩트화를 비롯해 시스템에어컨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제품가격을 낮추는 것도 과제로 지목된다.

설치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제도개선과 정부지원도 필수적이다. 제습냉방은 특성상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가구별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아파트단지 전체에 동시에 설치돼야 가장 경제적인 냉방시스템이다. 특히 냉방기 설치장소가 필요하고, 덕트 공사 등 아파트를 지으면서 최초 설계단계부터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방설비처럼 냉방설치 역시 아파트를 처음 건설할 때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제습냉방을 설치하면 오히려 불리해지는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제습냉방에 대한 항목이 없고 배점도 불리하게 설정돼 있는 만큼 설계기준을 변경, 항목을 신설하고 오히려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분양가 상한제에 제습냉방 설치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과거 자동차를 살 때 에어컨이 옵션이었던 것처럼 아직 냉방장치를 추후 소비자가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가스냉방 보급 확대를 위해 냉방용 천연가스의 경우 도매공급비용을 면제해줄뿐더러 기준연료비 75% 수준의 낮은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냉방을 위해 열병합발전기를 돌릴 경우 냉방요금 적용을 안 해준다. 냉방용으로 정확히 어느 정도의 연료가 소모됐는지 계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지역냉방이 여타 냉방방식과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가스냉방과 동일한 요금을 적용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밖에 제습냉방이 전기에어컨에 비해 제품가격이 비싼 만큼 설치지 지원도 가스냉방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규덕 지역난방공사 냉방사업부장은 “제습냉방은 냉방과 제습, 청정, 환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건강냉방이자 국가적으로도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절약시스템”이라며 “정부가 이러한 점을 반영해 관련 제도개선과 정책지원에 하루빨리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제습냉방기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어린이집과 노인시설 등의 보급 확대에 나서는 한편 신축 아파트단지에 채택,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수요처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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