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SR코리아 대표

▲황상규 SR코리아 대표
황상규
SR코리아 대표

[이투뉴스 칼럼 / 황상규] 폐비닐, 폐플라스틱으로 뒤덮인 쓰레기산 사건과 함께 서서히 다가오는 제2의 쓰레기 대란은 하수슬러지, 음식물폐기물, 축산분뇨 등을 포함하는 유기성폐기물 문제다. 하수슬러지는 사람들이 살면서 생활하수를 배출하는 곳이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서울시 경우만 봐도, 2017년 12월말 현재, 하루 약 500만톤 하수 처리에 발생하는 하수슬러지 양은 약 2,000톤 규모다. 하수슬러지는 그 냄새와 모양에서 시궁창 바닥의 검은 뻘과 흡사하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전체 하수슬러지의 절반에 달하는 1,000톤 정도는 고형화 처리하고, 600톤은 건조처리, 300톤 정도는 소각처리를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미세먼지, 그리고 건조 및 소각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음식물류 폐기물은 2017년 통계로 하루 평균 1만4,388톤인데, 이 가운데 42.7%는 사료화 시설로, 28.8%는 퇴비화 시설로 보내어져 재활용되고 있다. 사료화 시설에서 만들어지는 사료는 습식사료와 건식사료로 나뉘는데 최근 들어 위생과 안전 문제로 닭과 오리 등에 습식사료를 주는 것이 금지되어 재활용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 건조분말이 창고에 쌓이는 양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분뇨 발생량은 2018년 현재 전국적으로 5,000만톤 규모다. 축산분뇨의 약 80%는 퇴비로 자원화하고 있고, 11.5%는 액비로 이용되고 있으며, 공공처리시설에서 정화 처리되고 있는 것은 7.7 %정도다. 우리나라 축산업은 전체 농가 소득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액수로는 20조원을 넘고 있어서 앞으로 축산농가 보호를 위해서도 축산분뇨의 안전한 처리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현재 유기성폐기물 안전처리에서 민원 1순위가 되고 있는 것은 악취와 냄새 문제다. 최근 유기성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와 메탄 에너지 추출 방법으로 통합바이오가스화 기술과 정책들이 많이 추진되고 있는데, 악취와 냄새 문제를 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축산업 발전은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통합바이오가스화 전략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과제를 몇 가지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악취와 냄새 문제 해결이다. 유기성폐기물 처리에 있어서 아무리 좋은 기술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악취와 냄새 피해를 준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미세먼지 대책이다. 하수슬러지를 건조하거나 소각할 때 특히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음식물쓰레기 건조 과정과 축산분뇨 퇴비화 과정에서도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냄새와 악취의 원인이 되는 분자상 물질들은 2차 미세먼지 오염원이 되고 있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처리과정에 에너지가 최대한 적게 들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처리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을 때에는 하수슬러지나 음식물쓰레기를 건조하거나 소각을 했지만 열가수분해(THP)나 열가용화 등 다양한 기술이 있을 때는 처리과정에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넷째. 발생지 처리의 원칙에 따라 타지역으로의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우리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도 중요하고, 축산분뇨의 경우 경축순환(耕畜循環)의 관점에서 퇴비나 액비로 해당 지역의 지력(地力)을 북돋우는 방향으로 자연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다섯째, 이들 유기성폐기물에서 메탄, 수소 등 에너지를 최대한 추출해내야 한다. 그래야 폐기물의 양과 오염물질의 양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냄새나 악취 발생의 문제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여섯째, 시설 공사비와 운영비를 최소화하여 사업 예산 절감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유기성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화 사업은 잘 계획하면 폐기물 처리비 수입과 함께 전력 판매 수입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 있는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전국에 걸쳐 바이오가스발전소가 1만2000기가 가동되고 있고, 연간 발전량이 원자력 발전소 4기 분량에 이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유기성폐기물은 그 성분의 특징상 최종 부산물을 최대한 안전하게 자원화하고 퇴비화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축산분뇨는 이미 상당 부분 퇴비화와 액비화 활용을 하고 있는데, 하수슬러지와 음식물쓰레기의 경우도 열가수분해 등 전처리를 하여 소화시키면 기존 처리방식보다 30% 더 많은 양의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최종 부산물인 탈수 케익의 경우 악취나 냄새가 거의 없어 자연 건조 후 곧 바로 퇴비나 비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유기성폐기물을 활용한 생태순환적이고 지속가능한 물질수지(物質收支)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통합바이오가스화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련 학계나 업계도 기존의 관성과 관행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기술과 방법론을 개선하고 혁신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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