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규칙개정실무협의회서 한전 공급용량계수(ICF) 산정기준 개정안 의결

▲평택에너지서비스 발전소 전경
▲평택에너지서비스 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정부와 한전, 전력그룹사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전력시장규칙개정실무협의회가 민간 LNG복합과 열병합발전의 고정비 회수기반인 용량요금(CP. Capacity Payment) 삭감 결정을 표결로 강행처리해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8일 전력당국과 발전업계에 따르면, 규칙개정실무협의회는 전날 오후 서울 삼성동 발전공기업협력본부에서 올해 제3차 회의를 열어 한전이 제안한 ‘공급용량계수(ICF) 산정기준 개정안’을 논쟁 끝에 표결로 통과시켰다.

찬·반을 표기하는 방식의 투표에서 참석위원 10명 중 8명이 찬성, 1명이 기권, 1명이 반대표를 각각 던졌다. 애초 이 안에 반대의사를 내비친 민간 측을 제외하고 찬성 몰표가 나온 셈이다.

협의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 위원을 당연직으로 정부 측 추천위원들과 한전 위원 2명, 한국수력원자력 1명, 발전공기업 1명, 민간발전사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산업부와 산하기관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이번처럼 표결로 가면 정부 견해에 반하는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 전력시장 운영기구가 표결로 쟁점사안을 결론내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앞서 작년 11월 한전은 같은 실무위에서 현재 공급용량계수 산정 시 사용되는 적정공급용량을 1~7차 수급계획의 최소설비예비율(15%)에서 8차 계획 최소예비율(13%)로 변경해야 한다는 안을 처음 제안했으나 반대로 관철시키지 못했다. 

당시 전력거래소 측은 한전안은 ICF가 항상 1 미만으로 도출돼 적정예비율 달성이 어려우므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며, 해외(FERC)의 경우 약 18%를 적정 설비예비율로 사용하므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이번 회의까지 적정예비율 개념에 대한 당국차원의 추가검토와 논의를 벌이기로 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당시 한전안에 강하게 반대했던 전력거래소와 발전자회사 측은 이번에 전원 찬성으로 돌아섰고, 그에 맞서는 민간발전사 의견은 표결처리로 맥없이 밀려났다.    

이번 조치에 따라 ICF는 2030년까지도 항상 1.0 미만이 돼 발전사들의 CP 보전금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반대로 한전은 그만큼 도매시장의 전력구입비를 경감하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한 발전공기업 6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추후 정산조정계수로 그만큼의 손실을 보전받기 때문이다. 사실상 비(非) 한전만 CP삭감 영향을 받게 된다.  

반면 민간발전사와 열병합사업자 등은 얘기가 다르다. 업계는 발전사당 연간 수십억원대의 CP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와 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해 포스코에너지, 나래에너지서비스, 대륜발전, SK E&S, GS EPS, 에스파워, 위례에너지서비스, 인천종합에너지, 평택에너지서비스 등은 GS 측이 제안한 적정예비율 준용안에 원안찬성했다.

8차 전력수급계획은 2018~2025년 적정예비율을 19%로, 2026~2031년 사이 적정예비율은 22%로 규정하고 있다.

민간발전사 측은 "ICF는 발전설비 과잉이나 부족에 따라 CP로 시그널을 제공하는 것이라 수급계획 필요용량 산정기준인 적정예비율과 일치해야 함에도 발전기계획은 22%, CP는 13%를 각각 적용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을 떠나 충분한 사전 논의나 근거 마련없이 당초안을 사실상 강행처리한데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실무위원회 참여사들에 의하면, 당국은 이번 한전 ICF 산정기준 개정안과 관련 이전 회의서 지적된 적정예비율 타당성이나 적용근거에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던 작년 11월 입장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작년에는 13%가 그렇게 맞지 않다면서 결론짓기 어렵다더니 이번엔 아무런 근거나 검토없이 표결로 이를 밀어붙였다. 이런식으로 회의체가 운영된다면 실무협의회가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투표형식은 민주적인 듯 보이지만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자회사 위주로 위원을 구성해놓고 제도를 운영하면 누군들 결과를 수긍할 수 있겠냐"면서 "시장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부연했다. 

또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연간 전력거래소 수수료만 1000억원이 넘는데, 공정한 플랫폼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 비용을 줄여 한전과 직거래하는 게 낫다. 스스로 존립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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