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렛잇비’가 절실한 전기요금
[기자수첩] ‘렛잇비’가 절실한 전기요금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9.05.1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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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내가 괴로움의 시간에서 방황할 때, 어머니(성모마리아라는 해석도 있음)는 내게 다가와 현명한 말씀을 해주신다. 내버려 두어라. 그리고 내가 어둠속에 헤맬 때, 그녀는 내 바로 앞에서 현명한 말씀을 해주신다. 내버려 두어라”

올드팝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글이 어떤 내용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비틀즈가 부른 불멸의 히트곡 ‘Let it be’의 가사 앞부분이다. 여기서 ‘렛잇비’는 “그냥 내버려 둬라” 또는 “순리에 맡겨라”라는 뜻으로, 문제가 있을 때 인위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놔두라는 의미다.

느닷없이 비틀즈 노래를 꺼낸 이유는 바로 전기요금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성화지만, 정부여당이 꼼짝을 하지 않으면서 물밑에서 전기요금 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김종갑 사장을 필두로 한전은 인상 불가피론을 설파해 나가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2조20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과 함께 1조원이 넘는 적자를 입었다.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는 1조1745억원으로 적자규모가 더 커진다. 전력구매비용 상승으로 원가가 올라간 상황에서 요금인상을 정부가 틀어막아 생긴 일이다. 사실 2016년 서울 삼성동 부지를 팔아서 생긴 10조원이 없었다면 훨씬 앞당겨졌을 것이다.

한전의 주장은 단순하다. 최소한 원가 이상으로 전기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주택용은 원가보다 높게 받고 있지만 산업용과 교육용, 농사용 등의 경우 원가보다 낮은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원가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인상론의 핵심이다.

속내가 복잡한 정부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인상해야 한다는 당위에는 공감하는 듯하다. 다만 물가와 경기침체 핑계를 댄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물가는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와 국회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을 머뭇거리는 청와대와 여당의 고민도 이해할 만하다. 당장 에어컨을 돌려야 하는 여름이 코앞인데다 내년 총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면 곧바로 야당이 에너지전환 부작용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 것이 뻔 한 상황도 발목을 잡는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해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크지 않다는 대통령 공약이 원죄(原罪)로 작용하고 있다.

아무리 엄청난 적자가 나더라도 나중에 전기요금만 올리면 즉각 반등할 수 있는 독점기업인 한전을 편 들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문제는 에너지시장 전반에 전기가 미치는 영향이다. 이미 전기는 국내 에너지의 심장이 됐고, 전기요금은 모든 에너지가격의 바로미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에너지 전체에 왜곡이 발생한다. 오랫동안 정부가 전기요금을 틀어쥐고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급격한 전기화 현상을 불러 왔고, 에너지절약과 효율화는 먼 나라 얘기가 됐다. 그러면서도 국가 에너지계획에는 항상 '원가 및 외부비용 적기반영'을 담은 에너지가격합리화 정책은 빼놓지 않는다. 자기들이 창을 쥐고 자기 방패를 찌르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 여야를 막론한 국회까지 더 이상 전기요금 등 에너지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는 데로 내버려 둬야 한다. 그것이 에너지가격 정상화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비틀즈의 렛잇비를 지금 떠올린 이유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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