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너지기본계획, 어디로 가야 하나
[칼럼] 에너지기본계획, 어디로 가야 하나
  • 이종영
  • 승인 2019.05.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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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영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영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영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이종영] 지난달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해당 공청회는 이해관계자의 적지 않은 관심과 논란으로 진행이 순조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참여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정도의 충분한 설명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은 석탄의 과감한 감축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하는 것을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안)은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전체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에너지와 관련된 기본계획은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외에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과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이 있다. 이들 에너지관련 기본계획은 모두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어 소위 법정기본계획이라고 한다. 국가의 정책은 상호간에 긴밀한 협력과 연계성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조화될 때에 실제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에너지와 관련된 기본계획 간에 충돌되거나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것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는 길일 것이다. 에너지 분야의 계획 간에 일관성이 없게 되면, 국민은 어떠한 계획에 따라 투자와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를 알 수 없다. 또한 정부는 기본계획 간에 불일치로 일관된 업무 수행이 쉽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에너지 분야의 다른 기본계획은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을 반영하여 수립돼야 한다.

행정부는 정책을 수립할 때에 반드시 계획을 수립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행정부는 법률의 집행이나 사회적 필요에 대한 대응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계획을 수립한다. 행정부가 수립하는 기본계획은 해당 분야의 문서화된 정책으로 법률적 용어다.  정부는 분야별 정책을 일관적이고, 투명하며, 효율적·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한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의 공급 측면에서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고, 에너지공급 및 사용과정에서 안전정책, 친환경성 확보정책, 에너지수요관리정책, 에너지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등 에너지산업진흥정책 등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한 정책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분야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의 정책도 다른 분야와 같이 정치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다. 국내의 정치상황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정치상황의 변화는 정권의 변화를 야기하고 정권의 변화는 또 다시 경제·사회분야별 정책의 변화로 이어진다. 에너지정책도 정치적 여건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하여 수립되는 법정계획으로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여 5년마다 수립되고 있다. 법정기본계획은 대부분 5년을 계획기간으로 하고, 에너지기본계획과 같이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장기적인 계획은 극히 적다. 정권이 변경될 때마다 정책이 변화돼야 하고, 이를 반영하는 기본계획도 빈번하게 변경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에너지기본계획을 신뢰하지 않게 돼 많은 노력을 기울여 수립한 에너지기본계획이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정책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며 국가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정권에 따라 변경되는 에너지정책이 계획기간 기본적 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 그러므로 에너지기본계획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소 20년의 기간을 예측하여 정권의 변화에도 쉽게 변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에너지기본계획을 법정계획으로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은 법률적 근거 없이도 가능하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특별히 그 근거를 둔 것은 계획기간에는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 에너지정책의 기본적 내용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기본계획도 5년마다 수립되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는 수립시점에 새로운 에너지정책을 기본계획에 반영할 수 있으나, 가능한 기존 기본계획의 본질적 내용은 명백한 변경사유가 없는 한 유지하고 지엽적 내용만 변경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계량적이기보다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야 에너지기본계획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모든 에너지정책을 포함하되,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다른 에너지 분야의 기본계획이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정책적 요소를 고려하여 정할 수 있도록 지나치게 세부적이어서는 아니 된다. 에너지기본계획이 구체적일수록 다른 에너지 관련 기본계획을 포용할 수 없게 된다.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원별 수급량이나 공급량을 지나치게 계량화하여 세부적으로 정하면 다른 에너지 관련 계획은 에너지기본계획을 구체화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비롯한 다른 에너지계획 간에는 정합성을 갖추고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에너지기본계획은 내용의 구체성을 스스로 자제하여야 한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전력수급기본계획 등과 같은 에너지 관련 계획이 분야별 세부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에너지관련 최상위 계획으로서 위상을 지킬 수 있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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