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효율 낮아 생산원가 못 건져, 분산전원 편익 보상체계 개선
경쟁력 확보 위한 구조조정 및 재무구조 개선 등 자구책도 필수

“500MW 이상은 시장경쟁 가능, 용량 작을수록 보상 늘려야” 

[이투뉴스] 구역전기와 지역난방 등 국내 집단에너지사업 경영난은 더 이상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설립 이후 단 한 곳도 이익을 내지 못한 업체가 수두룩하다. 많은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소수 선발업체는 이익규모 1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탄탄한 성장기반을 확보한 대형 선발업체는 호시절을 보내는 반면 중소형 사업자들은 수렁 속에서 나오지 못한 채 허우적대는 셈이다.

구역전기사업을 포함한 지역난방사업자들의 경영편차는 열병합발전소 규모와 공급가구수 두 가지를 보면 명백해진다. 발전용량이 크면 클수록, 또 지역난방 공급가구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량업체에 속하고, 반대면 거의 대다수가 정상적인 회사운영이 힘겹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묶으면 ‘규모의 경제’라는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 즉 몇몇 선발업체를 제외하고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곳이 없을뿐더러, 앞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무조건 경쟁을 요구한다. 특히 전력시장의 경우 열을 필요로 해서 가동하는 열병합발전소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다. 연료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적자가 나도 그건 사업자 책임이다. CBP(변동비반영시장) 체제에서 급전지시를 받아 살아남으라고 강요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전용량을 키웠더니, 이번엔 왜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전력시장에 우회 진출하느냐고 힐난한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열부문 역시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경쟁해야 한다. 한난은 앞서 말한 우량 집단에너지업체가 가져야 할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한 사업자다. 심지어 제3의 조건인 저가열원(소각열 등) 확보도 앞서 있다. 다양한 규모의 발전설비가 곳곳에 있고, 열수송관까지 연결돼 효율적인 설비운영이 가능하다. 현행 열요금 체계는 이런 한난요금을 기준으로 삼아 다른 사업자가 과도하게 올려 받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중소업체에게서 앓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천리가 운영하고 있는 광명역세권 열병합발전소(46MW 규모)
▲삼천리가 운영하고 있는 광명역세권 열병합발전소(46MW 규모)

◆발전효율과 적정설비는 영원한 딜레마
지역난방사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열병합발전소(직접 갖추지 못할 경우 연계는 필수) 규모는 공급가구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열병합발전의 경우 과도하게 키울 수 없도록 열전비(열생산용량이 전기생산용량보다 클 것)를 규제했기 때문. 최근에 와서야 가스터빈 기술발전에 따라 에너지효율을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즉 최초 사업을 착수할 때 공급권역의 사이즈가 절대적으로 중요했다는 의미다.

1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분당과 일산에는 900MW급 열병합발전소가, 평촌과 중동에는 400MW급이 들어선 것도 수용인구와 아파트 세대수를 고려해서다. 하지만 이후에는 분당·일산급 신도시가 사실상 사라졌다. 동탄신도시 1차와 2차를 합하면 규모가 어느 정도 될 뿐 나머지는 공급세대가 3∼5만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신도시급이 아닌 미니신도시급 택지개발이 점차 늘어났다.

택지개발이 소형화되면서 집단에너지 공급권역도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더불어 인근 공급권역과 연계해 사업자를 선정한 것이 아닌 개별 권역마다 별도 사업자가 허가를 받아 소규모 아일랜드형 사업이 대세가 됐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만 사업성은 물론 본래 도입목적인 에너지이용효율 최적화가 가능한데도 규모의 경제를 무시하고 사업허가를 내준 것이다.

발전설비가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경제성과 직결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발전효율 때문이다. 가스터빈 기술발전으로 단일호기 기준으로는 400∼500MW급, 이상적인 설비구성은 이들 설비를 2기씩 설치하는 900MW∼1GW급이 최고의 효용성을 갖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들어선 한난의 파주 및 화성 열병합, 중부발전 세종열병합, 대륜발전(양주), 대구그린파워(대구혁신도시), 위례에너지서비스(위례신도시), DS파워(오산), 춘천에너지(우두, 소양 등) 등이 400∼500MW급으로 건설했다.

이후에 등장한 것은 더 커졌다. 한난이 동탑열병합을 757MW로 키웠고, GS파워도 안양열병합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2호기를 935MW로 확대했다. 갈수록 집단에너지사업자의 발전용량이 커지는 이유는 배열생산보다 발전효율 극대화로 방향을 잡은 가스터빈 제조사의 의도도 영향을 끼쳤지만, 궁극적으로는 전력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전력시장이 경쟁을 강조하면서 열제약발전을 통해서는 경쟁력 있는 열 생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어쨌든 효율을 끌어 올려 급전을 받으면서 열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물론 사이즈만 키웠다고 능사가 아니다. 발전설비에 맞는 열수요 확보 역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권역을 워낙 조각으로 나눠 포화수요를 달성하더라도 열공급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힘든 곳이 부지기수다. 여기에 매년 기저전원인 원전과 석탄발전이 대거 시장에 들어오고 있어 중대형 열병합발전소 역시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몇몇 CHP를 제외하고는 향후 가동율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역전기가 대표적인 소규모 아일랜드형 사업
400MW가 안 돼 상대적으로 발전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중소형 열병합발전사업자는 중대형 사업자들의 이같은 우려에 대해 배부른 소리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경쟁력 있는 발전설비를 구비하지 못한데다 공급가구수 역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100MW미만 열병합발전소를 보유한 사업자들은 발전용 LNG가 아닌 도시가스사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아야 하는 등 이중·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난방 분야에서는 서울에너지공사가 대표적이다. 공급가구수는 충분하지만 20∼37MW에 불과한 목동과 노원 열병합으로는 한난요금을 견뎌내기가 버겁다. GS파워와의 열연계 등으로 일부 나아졌지만, 마곡열병합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LH공사의 집단에너지사업부문(아산 배방 및 대전 서남부)과 별내에너지,  수완에너지, 휴세스 등은 발전규모와 수용가수 모두 고민이다. 발전설비는 작지만 포화수요에 도달한데다, 연계열을 통해 거의 전량을 공급하고 있을 정도로 우량기업인 미래엔 인천에너지마저 매년 버티기가 만만찮을 정도다.

구역전기사업 역시 모든 사업자가 최악의 사업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산정관에너지만 아슬아슬하게 100MW를 넘을 뿐 나머지 사업자는 전부 50MW 미만으로 발전소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여기에 공급가구수는 가장 많은 곳이 2만을 겨우 넘을 뿐 1만 가구가 안되는 곳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인근 중대형 사업자와 연계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는 등 소규모 아일랜드 사업장의 전형이다.

결국 이러한 사업여건은 거의 모든 구역전기사업자가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경기CES는 사업을 넘겼고, 짐코는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도시가스사 또는 대기업의 사업부서 형태로 있지 않았다면 상당수 업체가 도산을 면치 못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기부문은 한전, 열부문은 한난이라는 두 마리 공룡 사이에 끼어 처량한 신세가 된 구역전기의 민낯이다.

▲서울에너지공사의 목동열병합(19MW)
▲서울에너지공사의 목동열병합(19MW)

◆발전용량 작을수록 정부지원규모 더 확대해야
이처럼 아득한 상황을 맞고 있는 중소형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살 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꼽는다. 전력부문 보상강화와 열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전력부문 보상강화에 대해선 집단에너지업계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하게 열병합발전에 특혜를 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기능과 역할에 맞는 보상체계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다. 무엇보다 송배전망 건설회피, 송전손실 저감, 혼잡비용 및 환경 편익 등 분산전원 효과에 대한 보상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집단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현재 CP체계를 보면 지역이나 환경성, 송전손실 저감계수의 경우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이 정도로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3차 에기본에서도 강조한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선 아예 분산전원 계수를 만들어 분산편익을 제공하는 수준에 따라 발전소별로 확실한 차별을 둬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변동비 정산체계 역시 현행 열제약운전 시 보상수준인 ‘(SMP, 증분비)Min’으로는 몇몇 대형 열병합발전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원가보상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업계는 진단했다. 특히 이 경우 열병합발전소 규모 및 효율에 따라 변동비 편차가 큰 만큼 발전소 규모가 작을수록 보상을 늘려 어려운 중소사업자를 돕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기준 발전소에 대해선 시장경쟁이 가능한 규모라는 점에는 일치하지만, 400MW급과 500MW급으로 엇갈린다.

모든 것을 정부 탓으로 돌리고, 무조건적인 지원만 요구해서는 집단에너지사업 부진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지원과 함께 경영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상당수 지역난방업체들이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병행, 자구책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특히 중소형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경우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은 물론 소형 아일랜드 사업장의 경우 퇴출까지도 모색하는 등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꾸준하게 대두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모든 집단에너지사업자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어느 업체까지 기회를 부여할 것인지 명확히 선을 긋고, 정책을 펼쳐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00MW급 이상 설비를 갖춘 경우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해법을 찾기 어려운 소규모 열병합에는 보상을 강화하는 것이 현재로서 유일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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