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원하는 대학 지역이 원하는 대학' 목표/포스코와 산학 연계…기업과 대학 '윈-윈' 성공모델 정착

대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대학들은 변화만이 생존의 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매년 입학생이 줄면서 경영에 치명타를 입고 있는 지방대학교는 변화에 대한 고심이 크다.

 

현재 전국의 4년제 대학은 175개교, 교수는 5만2000여명, 학생은 191만여명에 달한다. 이 중 지방대학은 111개교, 교수는 3만3000여명, 학생은 123만여명이다. 전국의 63%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방대학들은 양적 비중에 맞는 질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교수사회도 철밥통을 깨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의 질적 향상을 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라남도 동부권에 있는 국립대, 순천대학교도 이같은 변화의 바람을 피해갈 수 없다.

 

장만채 순천대학교 총장은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세계화와 개방화에 따라 교육시장이 개방돼 2010년부터 입학생이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대학 간 차별성 없는 백화점식 학과 설치, 현장 적합성 결여, 산학협력 부족으로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장 총장을 사령탑으로 순천대는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 지역이 원하는 대학의 역할을 수행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와 밀착해 지역의 발전을 이끄는 국립대, 순천대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순천대, 지역과 하나되는 대학: 지역밀착형 교육서비스

 

전라남도 동부권을 대표하는 국립대인 순천대학교는 '지역 기업'에서 열쇠를 찾았다. 전남 지역에 있는 기업과 협력해 지역에서 필요한 연구를 추진하고 동시에 학생들을 투입해 기업이 필요한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다.

 

순천대는 전남 전략산업 분야인 ▲신소재 ▲생물농업식품 ▲기계우주항공, 정보통신(IT) ▲국제 비즈니스물류 ▲문화ㆍ관광ㆍ환경 ▲한방웰빙 ▲지역혁신 공공인력 ▲농어촌 분야 등의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국책연구'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장 총장은 "광양만권의 발전 없이는 순천대의 발전은 없다"며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순천대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교는 2004년부터 '산업협력 중심대학'이란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친환경 바이오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단 등 5개의 누리(NURI) 사업과 광양만권 u-IT 특화연구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신소재 분야 중 BK사업 및 환경친화형 물질공정 기술혁신센터 사업(TIC), 중금속 유해물질 연구센터(NRL), 메카노케미스트리 연구센터 등의 대형 국책 사업과 생물농업식품 분야의 BK 사업 및 대형 NURI 등의 국책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아울러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IT 특화 연구센터, ITRC, NURI, NEXT 사업 등 4대 국책사업을 수주했다.

순천대 측은 "과거 같으면 꿈꾸기도 어려웠던 전문 분야 국제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이 유수한 기업에 취업이 되는 등의 가시적 성과들도 이제는 큰 뉴스가 되지 않는 수준이 될 정도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졸업 후 채용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학교 측은 강조했다.

 

친환경 바이오산업 전문인력양성사업단은 전남지역 핵심사업인 생물산업 중 친환경 바이오 사업에 종사할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해 지역특화 산업의 혁신적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모두 188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이 사업은 지난 2005년 10월 시작해 2009년 5월 종료된다.

 

친환경 한우 생산ㆍ유통시스템 강화사업도 전남지역 한우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친환경 무항생제 한우 사료를 개발하고, 축산 전문인력 양성, 브랜드마케팅 시스템 구축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2007년 6월 시작한 이 사업은 3년간 운영되며 51억원이 투입됐다.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국내 산업체와 해외 대학을 끌어들였다. 남경이엔지, 봉황세라믹스, 지앤씨 코리아 등 국내기업과 중국 북경과학기술대학, 대련교통대학 등이 협력하기로 한 것. 2012년 9월까지 5년간 모두 50억원이 투입된다.  

 

순천대는 14개 국책사업에 1323억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장 총장은 "연구 개발 성과의 산업화를 통해 지역산업을 발전시키고, 사업화를 통해 대학의 재정 능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대는 포스코와 연구, 산학협력, 교육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광양만권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손을 잡은 것. 지난해 순천대는 순천시 해룡산업단지의 포스코 마그네슘 판재공장에 20만평 규모의 부지를 무상 공여했다.

 

포스코 측은 순천대와의 산학협력을 제안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마그네슘 관련 산학협력 자금 100억원을 조성했다. 금속재료 전공 분야에 장학금과 연구 지원금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포스코와 순천대 특성화학과 우수 졸업생의 취업을 보장하는 '사전 채용약정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뿐 아니라 광양만권 내 주요 기업에서 학생들의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이 대학교의 졸업생의 70% 이상은 취업에 성공했다.

 

순천대는 "광양만권내 주요 산업단지에 포스코, LG화학, 현대하이스코 등 대규모 주요 기간산업체들이 있어 협력업체들과 함께 철강 및 화학소재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며 "고용 창출 효과가 탁월한 산업으로 석유화학과 철강, 지식 기반 제조업으로 정밀화학과 신소재산업이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순천대는 지역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대신 학생 취업을 보장하면서다.

 

공급자 중심의 교육에서 수요자 및 취업 중심 교육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예다. 순천대는 "대학교육의 직업 및 직능교육의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능 및 실무실용 지식을 대학교육 과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와 하나되는 대학으로

 

향후 세계가 원하는 대학이 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순천대는 "남북한 경제 교류 확대로 육로 수송이 활성화 될 경우 광양항은 유라시아 신 실크로드의 한반도 남단 항으로서 중국 북부와 한반도 화물의 해상 운송, 일본 및 동남아시아 화물 육상 운송의 중계지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 발맞춰 순천대는 국제 교류의 중심지로서의 발전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제적인 학생과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한 교류 프로그램으로 첫단추를 끼웠다.

 

현재 13개국 41개 대학 및 기관들과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대학과 자매결연 협정 체결에 의거, 재학생 중 해외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유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13개국 39개 대학 및 2개 기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교환학생을 파견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미주리주립대학, 중국 광서사범대학, 중국 북경과기대학, 대만대학, 일본 미와자끼대학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상호 교수 파견 등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학생 교류프로그램으로 복수학위제를 중국 청해사범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

 

단과대학 재구성

 

입학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대비해 순천대는 교육 및 연구 경쟁력과 장기적인 생존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순천대는 지난해 단과대학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했다.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을 통합 재편해 생명산업대학으로 변경하고, 인문사회과학대학은 인문예술대학과 사회과학대학으로 분리 재편했다.

 

전공 수준에서 향후 자생 능력이 없다고 평가되는 학과를 폐지하는 한편 사회적 수요의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로의 전공 신설 및 정원 확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생명과학(BT), 신소재(NT), 정보통신기술(IT)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증대될 것으로 전망, 관련 학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친환경 상품 개발에 대한 연구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대한 특성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성화 분야에는 매년 10억원 예산을 투입하고 우수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드림 순천대 장학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폐과 예고제도 눈에 띈다. 학생 충원이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폐과되도록 하는 장치다. 지난해 순천대는 61개 학부ㆍ학과에서 52개 학부ㆍ학과로 축소했다.

 

우수 교원 확보

 

순천대는 산업계와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교원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했다.

 

교수업적평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연구년제 및 각종 인센티브제를 부여해 지방대학 최고 수준의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순천대는 "교수의 업적을 평가하는 데 교육이 차지하는 평가 비중을 높이고,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평가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도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향후 순천대는 교원 1인당 학생 수 29명에서 2009년 21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특성화 분야는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8명 이하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 순천대학교 역사

순천대학교는 1935년 선각자 우석 김종익 선생이 민족의식의 계몽을 위해 개교한 순천공립농업학교에서 태동했다. 다시 순천농림중학교(1946년), 순천농림고등학교(1951년), 순천농림고등전문학원(1965년), 순천농림전문학교(1973년)을 거쳐 1979년 순천농업전문대학으로 승격해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1982년 4년제 대학으로 농학과 등 10개 학과를 개설하고 새롭게 출발한 순천대학교는 1987년 석사과정의 대학원이 설치됐으며 1991년 5개 단과대학을 갖춘 종합대학교로 승격됐다.

 

이후 교육대학원(1993년), 산업대학원(1994년), 경영행정대학원(1995년), 정보과학대학원(1996년)을 설치하고 1994년 대학원에 박사과정이 생겼다. 1998년에는 평생교육원을 설립해 영농교육원, 어학원과 함께 지역민 재교육 기관으로서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01년에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도서관과 정보전산원을 개원하고 전자도서관을 구축해 지식정보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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