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건 때문에 개발되지 못한 ‘광물자원 백화점’
해외자원개발 없는 광업공단 설립은 시대역행에 불과

▲양민호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 이사장.
▲양민호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 이사장.

양민호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 이사장

[이투뉴스] “정부 사이드에서 하는 일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민간차원에서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

남과 북을 하나로 잇기 위한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가 최근 여의도에 문을 열었다. 양민호 연구센터 이사장은 “광물자원공사 감사를 지내면서 일종의 광물자원 백화점이라 할 수 있는 북한 광물자원에 매력을 느껴 연구센터를 개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류를 제외하면 60여종의 법정광물이 대부분 묻혀있다. 그야말로 ‘광물자원 백화점’인 셈이다. 또한 이들 광물의 대부분은 경제성을 갖춰 추후 남북 자원협력이 진행되면 무궁무진한 잠재가치를 가졌다는 평가다.

물론 이같은 주장에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경제성 있는 광물자원이 있다면 이미 중국에서 개발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 대해 양 이사장은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이 북한 내 광산 일부에 투자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북한 광물자원의 90%는 자본과 인프라가 뒷받침해주지 못해 방치돼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원개발을 위해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할 인프라는 철도와 도로다. 북한의 노후화된 철도와 열악한 도로사정 때문에 자원개발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지원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광산을 개발하고 가공하기 위해서는 발전소가 필수적이다. 양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전기 공급은 광물자원 개발과 가공산업 활성화에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북한에는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가 많은데 화력발전은 대부분 무연탄 발전소이고, 갈탄발전소가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북한은 에너지자원 분야 과업으로 발전확대 및 메탄올을 생산하는 등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동력자원 개발을 내세우고 있으며, 전력낭비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펴고 있다.

해외수출을 위한 항구 역시 필수적이다. 광물자원 수출을 위해서는 최소한 3만톤에서 5만톤까지 선적할 수 있는 항구가 필요하고 철광석이나 무연탄 같은 광물 전용 선적시설 역시 갖춰져야 해 상당한 자본 투입이 요구된다.

양민호 이사장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무관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경협과 관련한 정부자료를 읽어보면 북한의 석유와 희토류를 언급하고 있다”며 “북한에 매장된 자원의 핵심은 무연탄과 철광석, 마그네사이트 등이지 석유와 희토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협력을 가장 큰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청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양 이사장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통폐합해 한국광업공단을 설립한다는 현 정부의 구상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업공단이 명목상으로는 북한광물자원 개발사업을 주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설립되지만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전부 없애버리면 광물공사의 전신인 광업진흥공사로 회귀하는 시대역행에 불과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민간기업이 해외자원개발을 주도하는 일본과 같은 사례를 따라갈 순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는 “일본 민간기업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투자를 해왔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본만큼의 노하우와 전문인력이 없는 상황인데, 한국에서 민간투자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일부 몇몇 대기업만 해외 광물자원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을 뿐 한국은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고 직언했다.

양민호 이사장은 “광물자원을 통한 한반도 경제통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산업통산자원부 산하의 광물자원공사, 통일부 산하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지질자원연구원의 북한 광물자원 관련 업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라며 “부처별로 나눠진 기능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청와대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변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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