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가동 합의불구 주민과 노조 반대에 정치권까지 개입
민관거버넌스도 개점휴업…“사공만 잔뜩, 해결책은 뒷전”

[이투뉴스] 건설한 지 2년이 넘도록 가동을 못하고 있는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가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정부, 지자체, 사업자, 시민대표가 참여한 민-관 거버넌스가 환경영향조사를 위한 시험가동에 합의했으나 주민과 노조,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휴지조각을 만든 채 모든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최근 광주·전남혁신도시 이전기관 노조협의회(광전노협)가 노조원 34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97%가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가동반대 투쟁을 지지한다”고 답변하는 등 절대다수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SRF열병합 가동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94.6%는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해 온 공공기관장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응답한 것은 물론 96.8%는 경영진이 조합원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94%가 “기관 종사자를 타 지역으로 대피시켜야 하고, 92.8%는 임시사택을 타 지역으로 이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RF 반대 투쟁을 공공기관 경영진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지역 정치권도 거세게 압박했다. 96.8%의 응답자가 지역 위정자에 대한 불신임 투쟁을 전개해야 하고, 98.2%는 집권당과 야당 지도자, 관계부처 장관 면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광전노협은 시험가동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투쟁방향에 대해서도 거칠게 대응하고 있다. 응답자 중 94.8%는 연차 투쟁 등을 전개하고, 91.7%는 공공기관 2단계 지방이전 반대, 92%는 혁신도시를 타 지역으로 이전, 87.9%는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손금주 의원이 광주전남혁신도시 이전기관 노조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손금주 의원이 광주전남혁신도시 이전기관 노조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나주혁신도시가 지역구인 손금주 의원도 압박에 가세했다. 그는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나주 SRF 문제 해결에 산업부와 환경부 등 정부가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성토하며, “나주 SRF 문제는 주민의 건강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만큼 지역난방공사와 지자체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환경부 장관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과의 회의 및 면담 과정에서 민관거버넌스가 합의한 시험가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나주 SRF 문제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의견이며, 나주시민들은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시험가동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대체방안을 강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손금주 의원은 면담 결과에 대해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시험가동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해 보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또 환경부 장관은 “나주시민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는 덧붙였다.

앞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민·관거버넌스는 회의를 열어 ‘2+2(준비기간 2개월, 시험가동 2개월) 시험가동’을 합의한 바 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인 오염물질 배출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가동을 하면서 환경영향을 조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는 이행되지 못했다. 주민과 노조 등이 나서 아이들의 등교거부까지 거론하면서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민대표를 추가로 거버넌스에 참여시켜 해법을 모색했으나, 시험가동을 전면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관거버넌스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정부를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나주 SRF 문제가 공론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미 주민과 노조 등 다수가 스스로 정한 ‘SRF 불가 및 연료전환’이라는 정답을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반대 입장은 듣지 않은 채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사람만 넘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논의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며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속담이 지금 나주 SRF와 꼭 들어맞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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