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15명 위촉 후 현판식…시민사회 "공론화 취지 무색"

[이투뉴스] 사용후핵연료 처리방향과 절차 등에 관한 대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29일 위원 위촉식을 갖고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 때 졸속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기본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핵심 이해관계자인 지역주민조차 배제한 채 위원회를 구성, 출발부터 위상이 삐걱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서울 강남구 재검토위원회 사무국에서 성윤모 장관, 은재호 재검토준비단장, 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촉식을 겸한 현판식을 가졌다. 위원회는 국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기구로 인문사회, 법률‧ 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분야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됐다.

인문사회 분야 위원으로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이혁우 배제대 행정학과 교수·김정인 수원대 법‧행정학부 교수 등이 참여하고, 법률과학 분야에서 유원석 법무법인 KNC 변호사·신영재 신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원장·장보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김민 충북대 화학과 교수 등이 위촉됐다.

또 소통갈등관리 분야에서 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김동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장 등이, 조사통계 분야에서 박민규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지역주민이나 시민단체 인사는 없다.

산업부는 의견수렴 절차가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재검토위원회가 필요한 사항을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또 위원회가 제출하는 정책권고안을 존중해 관리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윤모 장관은 위촉식 간담회에서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겠다는 과거 정부 약속이 이행되지 못해 유감스럽다"면서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소통과 사회적 합의형성 노력이 핵심이지만 과거 정부서 다소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므로 이번 재검토를 통해 국민과 지역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위원 구성에 시민사회는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핵폐기물 문제를 둘러싼 그간의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 중립만을 쫓아 과거 공론화의 실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이날 재검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조차 보장했던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참여가 이번 위원회에서 배제됐다"고 성토했다.

전국회의는 "정부는 중립적 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을 외쳤으나 핵발전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로 위원을 구성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핵발전이 시작된 지 40여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갈등과 불신이 쌓여왔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기계적 중립만을 앞세워 수십년째 반복돼 온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고착화하는 잘못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늘 출범하는 재검토위원회를 인정할 수 없다. 제대로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계획을 수립하기 보다 대책없는 임시저장고 증설을 통해 핵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공론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공론화 기본취지와 재검토 추진의미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산업부가 졸속 재검토위원회를 통해 핵연료 저장고 포화문제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직격했다.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정책 재검토 준비단이란 이름으로 작년 6개월을 활동했는데 느닷없이 지난달 3일 고시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란 명칭을 사용했다. 용어는 핵폐기물을 자원으로 볼 것인지, 폐기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부 입장을 확인하는 중요한 잣대"라면서 "이는 산업부를 포함한 문재인정부가 더 이상 적극적 탈핵 정책을 펴지 않겠다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핵산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고 역설했다.

탈핵특위는 "산업부가 이렇게 일방적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졸속처리 하려는 이유는 2021년 건식저장고가 포화되는 월성 핵발전소에 임시저장고라는 이름의 건식저장 시설을 확보해 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는 것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얄팍한 꼼수가 훤히 보이는 재검토위원회의 출범을 백지화하고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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