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를 발족시켰으나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한다는 방침아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전적으로 배제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으로 인문사회, 법률, 과학, 소통관리, 조사통계 등 분야별 전문가 15명을 위촉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그러나 위원들의 면모를 보면 기계적이고 지극히 행정편의적인 인선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되어 있다. 원자력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전문성 등이 필요한데도 이런 요인은 감안하지 않은 채 조사통계, 갈등관리 등에만 비중을 많이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한마디로 말해 원자력 문외한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는 그렇다 하더라도 원전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 주민까지 재검토위에서 배제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시민단체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친원자력계 인사들이 포진해 시민단체가 사용후핵연료 정책 마련을 거부한 바 있지만 그래도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월성원전 등이 모여 있는 경북 경주시 의회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를 전면 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경주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원전소재 지역 대표들이 합의해 제출한 위원회 구성의견과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며 지역주민과 사회단체가 배제된 재검토위원회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고준위 핵폐기물 전국회의는 현판식이 있던 날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정부조차 보장했던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참여가 이번 위원회에서 배제됐다고 성토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중립적 인사로 구성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에 대해서도 복잡다단하고 수많은 어려움을 지닌 핵폐기물 처리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접근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거 수십년간 우여곡절을 겪어온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처리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출범부터 이처럼 삐걱거리는 재검토위원회의 위상으로 미뤄보면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인정할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재검토위의 방안을 거부하고 나올 개연성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적으로 보관할 중간저장시설 건설이라는 답안을 내놓고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번 재검토위원회의 공론화 작업이 바로 서도록 하는 데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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