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추진 에너지믹스 탈탄소화

[이투뉴스] 영국이 세계 주요 경제국 G7 가운데 처음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최근 “이 나라는 산업혁명 기간 전 세계를 선도했다. 이제 우리는 더 청정하고 깨끗한 형태의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배출량을 80%까지 줄이는 내용의 기후변화법을 제정했다. 10여년이 지난 현재 이르러서는 완전한 배출 제로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사용한 실제 단어는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다.

가정과 교통, 농업, 산업 전반에 걸쳐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완전히, 또는 다른 방법으로 상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를 심거나,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획해서 총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영국 정부 산하 기후변화위원회(CCC)는 지난 5월 ‘넷제로 온실가스’ 목표를 제안하며 "다른 나라가 영국을 따라 이를 시행할 경우 2100년까지 기온 1.5도씨 상승을 막을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새롭게 정한 이 목표가 지구촌 기후 변화를 피하는 동시에 공중 보건과 자연 환경에 큰 이득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에너지믹스의 탈탄소화 방법을 알고 있고, 1990년 대비 경제 성장 75%를 기록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44%나 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배출량 저감을 위해 석탄화력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정부의 주요 강령으로 삼고 집중 추진해 왔다. 지난달 2주간 영국은 19세기 말 이후 처음으로 석탄화력 없이 전력을 생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석탄 퇴출과 동시에 가스가 난방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커졌다. 배출제로를 달성하려면 가스 이용도 중단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순차적인 삭감이 이뤄진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도 재고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육상용 풍력 발전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 중 하나였으나 정부 보조금 철수와 더 엄격해진 인허가는 신규 사업을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해상용 풍력 발전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영국 노동당에 따르면, 신규 태양광 설치량은 지난 4월 정부가 지원을 중단한 이후부터 9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거래협회 크릿 휴엣 회장은 “태양광과 풍력은 영국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었으나 시장의 문이 닫혔으며, 정부는 퇴출을 목표로 한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 갯수는 2014년 3만6000개에서 2017년 2만5000개로 약 3분의 1 가량 줄었다.

영국에는 약 21만대의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일반 가구의 1%만이 완전 전기차, 2%가 하이브리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천만대의 차량 교체를 진행해야 한다. 대중 교통 이용과 도보로 걷기, 재택 근무 등이 배출 저감의 방법으로도 제안됐다.

‘더 나은 교통수단’의 대런 셜리 사무처장은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철도의 전기화를 다시 시작해야 하며,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키우기 위한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2040년까지 디젤과 휘발유 자동차 퇴출을 약속했으나 2030년까지 퇴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기후변화위원회는 제안했다.

영국 온실가스 배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건물을 재건축 또는 보수 할 경우에도 ‘넷제로 온실가스’ 목표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이번 배출 제거 목표를 반겼으나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 배출 중단을 단행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중단 시기가 기후 변화를 막기에 너무 늦다고 비판했으며, 일부는 이 계획이 실행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온실가스 제로 계획은 메이 총리가 물러난 이후에도 계속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은 메이 총리의 계획을 지지하는 등 신문 기고로 화답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워드는 차기 총리가 누가 되던지 이번 목표를 거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유권자들에게 ‘기후 변화’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2050 목표를 통과시킬지 말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