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이명박 정부의 데자뷔가 도시가스 요금 정책에서 벌어지고 있다. 10년전 당시 이명박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위해 펼친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 미준수가 재현된 것.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작년 7월부터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원료비 상승에 따른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누적된 한국가스공사의 도매요금 미수금이 올 1분기 6000억원에 이르고 5월까지는 약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는 도시가스 요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료비 항목을 도매요금에 연동시켜 조정하는 제도로 국제유가나 환율 등 LNG(액화천연가스) 도입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반영해 홀수 월마다 원료비를 산정한 뒤 3%를 초과한 변동요인이 있을 때 요금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원료비 연동제 시행지침은 기준원료비를 3% 초과해 변동된 경우 산정원료비가 새로운 기준원료비가 되며 요금상 원료비는 기준원료비에 미수금 정산단가를 가감해 이뤄진다. 산정원료비는 조정일(n월)을 기준으로 n-1월의 LNG 기준유가와 n-2월 6영업일에서 n-1월 5영업일까지 기간의 최초 고시 평균 매매기준환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그러나 이같은 시행지침은 지난 1년간 지켜지지 않고 있다. 10년전 이명박 정부가 공공요금을 동결하면서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를 2008년 3월부터 시행하지 않았던 것과 판박이다. 2010년 10월까지 2년반 동안 연동제가 실시되지 않으면서 당시 누적된 미수금은 2012년 5조5356억원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연동제를 미룰 수 없자 2013년 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당 48.65원,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52.81원, 2015년 3월부터 4월까지 64.39원, 2015년 5월부터 87.92원의 정산단가를 부과해 2017년 10월에야 겨우 미수금 회수를 완료했다. 이명박 정부가 저질러 놓은 부산물을 박근혜 정부가 처리하느라 부심했던 결과다.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그만큼 에너지원간 가격의 왜곡구조를 불러일으킨다. 당장 도입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한국가스공사의 경영은 어려워지기 마련이며 도시가스가 다른 에너지원과 경쟁력에서 떨어지기 마련이다. 에너지원별 경쟁력이 부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 때문에 가격구조의 왜곡 현상이 생긴다면 이는 결국 소비자인 국민의 부담으로 넘어가게 돼 있다.

물론 당장은 다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긍정적 요인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억지로 물가상승을 억제한 뒤 나타난 후폭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일찍이 우리는 전두환 정권의 강력한 물가억제 정책으로 당시는 편안했으나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과도한 물가억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상당 기간 고통을 겪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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