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체계 미비로 연료비·정비비 손실 불가피
포천파워, 하루 두차례 기동정지 無대책 감당

[이투뉴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전력수요와 공급력이 만나는 꼭짓점에서 출력을 증감하며 전력수급 윤활유 역할을 하는 한계발전기들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당국의 급전지시에 따라 하루 두 차례 이상 기동(시동)·정지를 반복하고 있는데, 연료비와 정비비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손실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의해 출력 변동성이 큰 발전력은 지속 유입되고 있는데, 이를 보완해 줄 유연성 전원에 대한 시장 보상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LNG발전소인 포천파워(설비용량 725MW 가스복합 2기)는 2017년부터 본격화된 잦은 기동‧정지와 저(低)부하 운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간수요 감당을 위해 아침에 기동해 저녁에 정지하는 일반 가스발전소와 달리 정오를 기점으로 오전에 1회, 오후에 1회씩 평균 2회 이상 기동‧정지하는 등 가혹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14년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규발전소임에도 가스공사 LNG를 사용해 다른 발전기보다 단가가 높은데다 설비특성상 출력조절 능력이 우수해 전력수급 곡선을 따라 공급력을 증감하는 궂은일을 맡게 된 셈이다.

240MW급 가스터빈 4기와 245MW 스팀터빈 2기 조합으로, 전체 설비용량은 1450MW이다.

실제 포천파워는 전력수요 곡선에 따라 변동편차가 급격한 급전지시를 받고 있다. 평일의 경우 조업수요에 맞춰 기동해 오전 9시까지 바짝 출력을 높였다가, 직후 다시 발전량을 줄여 낮 시간대에는 완전 정지한다.

그러다 오후 2시 전후로 다시 시동을 걸어 점등부하(조명전력수요)가 걸리는 오후 6시 전후로 한껏 출력을 올리 뒤 다시 발전기를 세우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휴일은 수요가 낮아 거의 개점휴업이다.

애초 첨두부하를 감당하던 가스발전기가 낮 시간대에 휴지(休止) 상태를 유지하다 일몰을 앞두고 가동하는 건 최근 빠르게 전력계통에 지속 유입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력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태양광은 과거 오후 2~3시 전후로 나타난 전력피크를 오후 3~6시 시간대로 이동시켰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 한 낮에 오히려 전력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형태의 덕커브(Duck curve)가 두드러진다.

그만큼 빠르게 수요곡선을 추종할 속응성 및 유연성 전원이 추가로 필요하며, 현재로선 응동력이 빠르고 대량공급도 가능한 가스발전기가 일정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발전기 운영이 고가(포천파워 1조2000억원)의 가스터빈 수명을 단축시키고 발전효율을 떨어뜨려 발전사 입장에선 조금도 달갑지 않다는 점이다.

가스터빈은 전출력일 때 가장 효율이 높고, 부분부하로 운전하면 효율이 급락한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운전을 하는 차량의 연비가 가장 높고, 시내구간 비중이 높을수록 연료가 많이 소모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스발전사 관계자는 “부분부하 운전이나 잦은 기동정지는 설비의 끊임없는 열팽창과 수축, 이음부 열화와 배관 손상 등 주기기와 보조기기 수명을 단축시켜 발전사들이 가능하면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포천파워처럼 일부 한계발전기는 이미 눈덩이로 불어나는 손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통 발전사들은 터빈공급사와 LTSA(장기유지보수계약)를 체결할 때 운전시간이나 기동횟수 중 먼저 설정값이 도래하는 시점에 전면정비(일명 '오바홀 정비')를 수행하기로 한다.

포천파워 주기기의 경우 평일 하루 1회 기동정지 시 약 2년에 한번 꼴로 1,2호기 교대로 정비를 수행할 수 있는데, 급전지시대로 발전기를 기동하다보니 기간이 단축돼 매년 정비를 받아야 할 처지다.

발전기 전면정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가스터빈 2기를 하루 3회 기동하면, 약 6000만~7000만원의 LTSA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천파워 관계자는 "이 속도라면 내년에 받아야 할 정비를 올해 11월 피크시기에 앞당겨 받아야 할 판"이라며 "당국이 필요해 가동지시가 내려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발전사로선 감당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통에 기여하는 발전기에 인센티브를 주지는 못할 망정, 기여도가 높을수록 손해가 본다면 누가 그 역할을 맡으려 하겠냐"면서 "현재 시장제도는 유연자원을 오히려 퇴출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부하추종처럼 전력계통 보조서비스(AS) 시장의 보상이 턱없이 낮아 공공연하게 이를 회피하는 발전사들이 늘고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A발전사 관계자는 "잠깐 가동했다가 꺼야하는 주말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일부 발전사가 허위 고장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매일 기동정지를 반복하며 보상을 받지 못하는 발전사는 오죽한 심경이겠냐"고 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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