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수익, 정치적 협력, 안보 리스크 감소 등 효과
각국 이해관계와 셈법 달라…제로섬게임서 벗어나야

▲동북아 PNG 시장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 각국 전문가들. (왼쪽부터) 김연규 한양대학교 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 로만 삼소노프 러시아 사마라대학교 수석 부총장, 료 후쿠시마 도쿄가스 해외사업기획부 부부장,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
▲동북아 PNG 시장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 각국 전문가들. (왼쪽부터) 김연규 한양대학교 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 로만 삼소노프 러시아 사마라대학교 수석 부총장, 료 후쿠시마 도쿄가스 해외사업기획부 부부장,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

[이투뉴스] 러시아에서 북한, 한국, 일본을 잇는 '가스 파이프라인'이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역내 정치적 협력은 물론 안보 리스크를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견해에 공감대가 이뤄졌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와 셈법이 다르다는 점에서 정치적 접근 보다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바람직하며 제로섬게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와 함께 각국이 관심을 갖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러 난제가 직면해 있고 가까운 미래에 착수될 가능성이 낮다면서 상당 기간 안정화된 모습을 보인 후에야 진지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는 시각에 따라 예상되는 프로젝트 기상도가 다른 셈이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는 대성그룹과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한국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남북러 가스 파이프라인과 동북아 에너지협력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공급원 다변화를 통한 천연가스 수급안정 및 LNG시장의 아시아 프리미엄 완화 차원에서 동북아 PNG 도입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을 경유하는 PNG 도입이 논의되었으나 계약조건 이견 및 핵실험 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논의가 중단됐다가 최근 러·중 간 PNG 계약 및 인프라 건설 활성화 등 동북아 PNG 사업에 긍정적인 시장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통과하는 PNG프로젝트의 장점은 한반도 평화 보장, 천연가스 공급 안정성 확보, 통일 대비 북한 지원 등인 반면 통과료 등 북한경유 프리미엄, 배관건설 및 품질보완을 위한 제비용 최소화가 뒤따라야 하며, 품질 보완 및 수급관리도 필요하다. 즉 러시아 PNG는 불순물이 많고 열량이 낮은 단점이 있고, PNG 도입 조건에 따라 도입량과 수요 간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는 남북한 관계 개선 및 복원 그리고 북한 관련 리스크가 해소되어야 하고,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대러 제재가 풀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보다 직접적인 경제효과에 더 많은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남··PNG사업을 기반으로 한 남북관계 개선이나 부수적 경제효과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 러시아는 경제적 목적과 대북관계 복원 및 한반도 영향력 등에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가스 교역은 냉전시대에도 러시아와 유럽이 안정적인 경제관계를 지속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경제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남·, 러시아, 중국, 일본을 연계 한 PNG프로젝트는 동북아지역의 평화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명확한 추진원칙 설정, 3국간 분쟁해결 및 협력체제 구축 방안, 명확한 북한 리스크 관리방안의 중요성이 제시됐다.

▲김영훈 대성그릅 회장이 컨퍼런스에서 남·북·러 가스 파이프라인 추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훈 대성그릅 회장이 컨퍼런스에서 남·북·러 가스 파이프라인 추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를 주도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최근 시베리아 가스관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중국·일본으로 PNG를 공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 프로젝트는 가스를 수출하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최소한 통과료를 걷어갈 수 있는 북한에게도 도움이 된다한국과 일본도 에너지 안보 부문에서 안정성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 주변국의 공식적·비공식적 협업을 통한 정치적 안정도 추구할 수 있다이런 협력은 과거 유럽에서도 유럽 횡단 전력계통망을 연결하며 이뤄졌고, 이는 유럽연합 창설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동북아 에너지협력과 관련국 입장 진단

··러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한 동북아 에너지협력 확대 가능성과 관련국 입장을 짚어본 패널 토의에서는 각국 전문가들의 진단도 이어졌다.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과 러시아-동북아 PNG 유통 전망 등을 주제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 로만 삼소노프 러시아 사마라대학교 수석 부총장은 기술 리스크 조사 및 산출 시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더불어 모든 긍정적, 부정적 요인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가스관 설치를 통해 한국의 에너지 수입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경제상황 및 기후조건에 따른 예상치 못한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반도종단 가스관은 러시아와 한반도를 넘어서는 폭넓은 경제적 영향과 협력 가능성을 가져올 것이라며 한반도종단가스관 건설은 역내 경제적 영향 이상의 시사점을 가지고 있으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료 후쿠시마 도쿄가스 해외사업기획부 부부장은 일부 국가의 친환경 정책 및 자원기반 경쟁력 확보 노력에 따라 천연가스가 역내 주요 에너지원으로 채택될 것이라며 천연가스 시장현황, 글로벌 가스교역 및 시장별 특징, 아시아 국가 내 가스 활용 및 관련 쟁점 등을 분석하고 파워 오브 시베리아가스관 사업이 지역에 미칠 영향 등 갈수록 증가하는 역내 가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스 수송방식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는 러시아가 한반도종단가스관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시간에 착수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고 거리를 두고 사업비용 자체가 높은데다 역내 지정학적 상황으로 위험성이 굉장히 큰 프로젝트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투자자들이 역내 투자를 시작하는 순간 미국, 한국, 북한, 중국의 예측 불가능한 국내정책의 볼모로 잡히는 셈이라는 것이다.

대북관계에서 대립 기조로의 전환은 언제나 상존한다고 평가한 안드레이 교수는 러시아 기업과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다른 유사한 인프라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 사업 역시 역내 상황이 상당 기간, 15~20년간은 안정화된 모습을 보인 후에야 진지하게 고려돼야 하고, 3자 투자자가 필요한 투자액의 상당부분을 분담해야만 러시아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어진 제2세션에서는 남··러 가스 파이프라인의 실질적인 추진방안 등을 주제로 류지철 미래에너지전략연구협동조합 이사,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북방에너지협력팀장,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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