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사회, 누진제 개편안 약관에 반영 의결
김태유 "요금체제개편 계획 안건도 함께 가결"

▲한전 소액주주들이 이사회 개최 장소인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산업부와 한전 경영진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전 소액주주들이 이사회 개최 장소인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산업부와 한전 경영진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투뉴스] 정부의 선심성 전기요금 할인정책이 도리어 정부가 꺼려온 요금체제 개편의 뇌관을 건드렸다.

매년 7~8월 전기료 누진구간을 늘려 전기사용량이 월 450kWh 이하인 가구의 요금을 1만원 가량 할인해 주는 누진제 개편안이 28일 열린 한전 임시이사회를 통과했다. 지난 21일 사외이사 반발로 같은 안건을 심의 보류한지 일주일만이다.

이날 한전은 오후 5시 30분경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부와 민관TF가 제시한 개편안을 전기료 약관에 반영키로 의결했다. 정부는 빠른 시일내 전기위원회를 열어 이를 심의한 뒤 내달부터 새 요금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매년 7~8월 누진제 적용구간이 기존보다 50kWh씩 늘어나 가구당 월 약 1만원 가량의 요금할인 효과가 나타난다.작년 폭염 때 한시 적용한 요금할인 방식을 상시화 하는 것과 같다.

한전이 전체 전기소비자에 징수하는 전기료는 2017년과 같은 평년에는 2536억원, 작년과 같은 폭염에는 2847억원 줄어든다. 에어컨 사용 증가에 따른 가계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정부가 선심성 전기료 할인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꺼려온 요금체제 개편의 불씨를 다시 지핀 셈이 됐다.

이날 김태유 이사회 의장은 회의 직후 "금일 이사회에 상정된 주택용 전기요금 체제 개편안을 위한 기본 공급 약관 개정안이 원안 가결됐으며,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개편 계획 안건도 함께 가결되었다"고 말했다.

전기료 원가 등을 따져 용도별 교차보조 문제 등을 풀어내는 요금체제 개편은 박근혜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권마다 현안과제로 대두됐으나 전력시장제도나 구조개편과도 맞물린 사안이어서 매번 논의가 흐지부지 됐다.

정부는 한전 이사회 배임소송 우려 불식과 손실보전 확약 차원에 이번 요금체제 계획안을 물밑 수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개편안은 내달 1일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시될 예정이다.

앞서 한전 사외이사인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 직전 SNS 계정을 통해 "한전 이사회에서 왜곡된 전기요금을 바로잡는 기초를 꼭 만들도록 하겠다"면서 "전기요금에 원가가 반영돼야 하며, 이용자 부담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로드맵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전 이사로서 제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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