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와 재공모 거쳐 3일 임시주총서 신임사장 선임
움츠렸던 내부 결속, 새 노조집행부와 상생 등 과제

▲가스공사 임시주총에서 의장이 신임사장 선임 등 상정된 안건을 설명하고 있다.
▲가스공사 임시주총에서 의장이 신임사장 선임 등 상정된 안건을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그동안 공기업 사장 선임을 놓고 관례적인 프로세스와 달라 온갖 뒷얘기가 나돌았던 한국가스공사 수장이 드디어 확정됐다. 지난해 9월말 당시 정승일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후 공모와 재공모를 거쳐 열 달 만이다.

한국가스공사는 3일 본사 4층 국제회의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2명으로 압축돼 최종 경합무대에 오른 채희봉 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과 김영두 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직무대리 가운데 채희봉 후보를 신임사장으로 선임했다. 돌고 돌았지만 결국 이변은 없었던 셈이다.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용산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행시 32회로 관에 발을 들여놓은 후 가스산업과장, 에너지자원정책과장, 에너지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실 실장, 무역투자실장 등을 지냈다.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에 임명돼 지난해 10월까지 14개월간 직무를 수행했으며, 현재 연세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책과 실무 모든 면에서 에너지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와 무게감을 인정받았던 만큼 재공모가 시작될 때부터 일각에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던 인물이다.

가스공사 신임사장이 최종 선임되기까지 과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정승일 사장이 지난해 18일 취임한 이후 9개월 만에 산업부 차관으로 임명돼 사퇴하면서 곧바로 신임사장 공모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두달 가까이 지난 1119일에야 초빙공고가 나왔다. 일각에서 후임선임이 늦었던 만큼 후보가 내정돼 공모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이 공모에서 10명이 출사표를 던져 3명이 한국가스공사 임추위의 추천을 통해 최종후보자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조석 전 산업부 차관과 김효선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에너지분과위원장 등 2명을 올렸다. 그러나 예기치 못하게 산업통상자원부가 적격 후보자가 없다면서 공모 자체를 백지화 시켜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이어 첫 공모가 나간 지 다섯달이 지난 410일 재공모가 시작됐다. 응모자 10명 가운데 채희봉 연세대 특임교수, 김영두 가스공사 사장직무대리, 강대우 몽골과학기술대 광산학부 명예교수, 김광진 한양 LNG사업부문 사장, 장진석 아프리카·한국경제개발협력위원회 부회장 등 5명이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공운위에 올려졌다.

여기서 공운위가 이들 5명 후보자 모두에게 적격판정을 내리면서 그동안 2~3배수의 후보군을 의결해 온 관례와 다른 행보를 보여 또 다시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사장 임면추천권자인 산업부가 57일 한국가스공사에 채희봉, 김영두 2명을 적격 후보자로 통보하고, 가스공사 이사회가 73일 임시주주총회를 결정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앞으로 한국가스공사를 이끌어 갈 채희봉 신임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에너지전환, 수소경제, 글로벌 시장변화 등 천연가스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그 중심에 서는 가스공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열달 가까이 경영공백이 이어지며 움츠렸던 내부를 결속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롭게 집행부가 결성된 노조와 상생 등도 과제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3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6월 사장 후보자들에 대한 사전면담을 통해 가스산업 공공성의 중요성과 발전적 전략과 노조의 상생경영과 조직 내 갈등 해소 등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앞으로 신임사장이 수많은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역설했다.

노조는 아울러 신임사장이 공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책임경영, 노동조합의 경영참여, 바람직한 노·사 관계,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 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과 함께 사장으로서의 경영능력과 전문성을 증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경영에 대한 비전과 전략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사장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앞으로 신임사장의 행보를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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