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재료 확보 신경 안 쓰더니 이제 큰일났다
[칼럼] 원재료 확보 신경 안 쓰더니 이제 큰일났다
  • 허은녕
  • 승인 2019.07.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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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 한국혁신학회 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 한국혁신학회 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한국혁신학회 회장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보호무역의 여파가 점점 강해지더니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95%의 에너지와 99%의 원재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애써 그 현실을 외면하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더니 중국의 희유금속 무기화에 이어서 일본까지도 우리나라 제조업이 사용하는 필수 원제품의 수출을 무기화하는 정책을 내어놓았다. 이러한 움직임이 다만 일본만의 문제이며, 그리고 일시적인 문제라고 또 착각하지 말기를, 그리고 우리만 준비 안하고 있었음을, 이제서라도 깨달으면 좋겠다.
한국의 에너지와 원재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 있다. 바로 부존 에너지 및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라고 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릴 때만 해도 가정용 난방연료의 80%가 연탄, 즉 국내에서 생산한 석탄이었다. 열 집 중 여덟 집이 연탄을 땠었던 것이다. 그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률은 40%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후 국제유가의 하락이 이어졌으며 정부는 국내 탄광을 합리화하고 이제 그때의 탄광 자리에 강원랜드가 들어서 있다. 또한 천연가스를 도입하고 도시가스를 보급하면서 기존의 연탄회사들은 이제 도시가스 회사가 되어 있다. 그 대신 우리나라의 에너지자급률은 3%대로 떨어졌고 천연광물 역시 지금의 1%대로 하락하였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로 인하여 알짜배기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내다 팔게 되는 상황에 대하여 고심한 끝에 2001년 제1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과 2002년 제1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 발표하였다. 나랏돈이 바닥나서 위기를 겪어 본 정부가 에너지와 자원에 대해서도 자급률을 올리고자 시도한 노력이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 문제에 대비하면서도 청정연료의 공급비중을 함께 높이자는 것이었다. 선진국들보다 앞서 간 정책이었다.
선진국들의 경우, 미국이 2001년, 일본이 2003년 등 미국, 일본, EU등은 모두 에너지 자급자족, 기후변화협상대응 등의 2개 목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국가장기에너지정책을 발표하고 모두 그 목표를 달성하였다. 유럽은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북해유전과 프랑스 원자력에 더하여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절약기술개발로, 미국은 자국내 셰일가스를 값싸게 생산하는 대박이 나는 바람에 두 문제를 모두 해결하였다.
우리 국민들은 유럽과 미국이 이미 목표를 달성하여 에너지와 원재료의 수입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있으며 동시에 청정연료 보급에도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유렵과 미국 모두 OPEC 등 중동국가에 의존할 일이 거의 없으며 미국은 아예 우리나라에 세일가스를 수출하는 수출국이 되었음도 잘 모른다. 국제원유가격이 높게 유지되었던 10여년 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에너지 자립 및 온실가스 감축의 두 마라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하면서 지금의 보호무역 장벽에 매우 느긋한 상태이다. 정보통신산업의 경우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정보통신산업이 기존에 배출하던 온실가스의 대체재로 각광받던 NF3에 대하여 선진국들이 HFO로 바꾸라고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HFO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듀폰(Dupont)이 특허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특허료 내고 영업하라는 것이다.
선진국 모두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으로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수입의존도를 크게 낮추는데 성공한 그 십수년 동안 우리나라의 수입의존도 그대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10여년간 유지되던 에너지 및 원재료의 자주적 확보 및 청정에너지 확보 정책은 제대로 된 성공은커녕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더니 박근혜 정부 때부터 급격히 쇠퇴한다. 아예 의무 재고량을 줄이기까지 하였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굴지의 대기업이 배터리 사업 등에 뛰어들고 있지만 막상 배터리에 사용되는 수십 종의 원재료의 확보에 일부라고 성공한 기업은 없다. 장기적인 확보방안을 추진할 기회가 그 동안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나 단기적인 회피책으로 일관한다. 그냥 더 비싼 값 주고 사오는 것이다. 국제경쟁력이 향상 될 리가 만무하다. 국내 대기업 중 POSCO만이 원재료 확보율이 충분히 높아 이른바 국제원재료시장의 변동에 자체적으로 헤징(hedging)이 가능한 기업이라고 평가된다. 오래 전부터 전 세계 수십 곳의 철광석 광산과 석탄광산에 투자하여 온 결과이다. 또한 리튬회수기술, 분탄연소기술 등 첨단기술의 개발에 공을 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작금의 보호무역 쓰나미에 당장 무슨 특별한 기적과 같은 정책과 대비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정부가 이를 애써 숨기려 하거나 또 단기적인 처방에만 머물지 않고, 선진국들의 사례처럼 충분히 우리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그리고 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또 수립해 주기를 바란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단기적인 회피책에 머무르기에는 이미 우리 기업들의 규모는 국제적이며 사업에서의 위험도도 국제적 규모이다. 선진기업들의 장기적 위기관리방안을 학습하고 원재료 시장에서의 위기관리를 위한 투자를 크게 늘려 주기를 바란다.
요즘 세대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는데, 부모 때의 원재료 자급정책 실패와 이로 인한 수출전선에서의 고통이 아들 세대에도 반복되어 똑 같은 경험을 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이런 경험은 진짜로 세대차이가 날 수 있도록 논의와, 정책과, 투자가 실시되면 한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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