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고순도 불화수소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99.99% 이상의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작 공정에서 필수로 사용되는 에칭가스다.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불화수소의 비율은 작년 기준 41.2%. 나머지 52%와 5.6%는 중국과 대만에서 수입하고 있다. 절반 가까운 불화수소 조달이 어려워질 위기다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불화수소 가뭄에 국산화에 대한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가스누출 사고 등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돼 국산화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가간 정치적 이해 관계에 얽혀 주요 산업 경쟁력을 잃기보다는 안전비용을 다소 지불하더라도 안정적인 불화수소 공급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일제 불화수소를 국산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화수소의 질을 해결하더라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사용하기에 충분한 불화수소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불화수소는 형석을 이용해 만든다. 형석은 세계적으로 널리 발견되는 광물로 많은 국가에 매장돼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 매장된 형석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불화수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않는 한국의 형석 보유량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광산물수급통계에서조차 기타비금속으로 잡혀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

다만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형석량은 스웨덴에서 12톤, 파키스탄 600톤을 제외하면 전무하다는 것과 2억3000만톤에 달하는 세계 형석매장량 중 국내 매장량은 약 47만7000톤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국립광물정보센터에 따르면 형석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4100만톤)이다. 그 뒤를 멕시코(3200만톤), 중국(2400만톤), 몽골(1200만톤), 프랑스(1000만톤) 등이 잇고 있다.

일본의 이번 불화수소 수출 규제는 일제 강점기 징용공 문제, 성노예 피해자 문제와 같은 과거사를 논하면서 촉발됐지만 자원빈국이면서도 해외자원개발을 태만하고 방만하게 해온 우리나라 현실을 되짚어 보게하는 계기도 됐다.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사실상 존폐위기다. 이명박 정부의 막무가내식 자원외교로 막대한 국부손실을 입은데다 소수 건실한 해외자원개발 기업마저 고사하고 있다.

몇몇 대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해외자원개발은 남아있지 않다. 사업을 주도해야 할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이미 자본잠식과 해외자원개발 반대논리로 무력해진지 오래다. 해외자원개발 민간지원 의지를 밝힌 한국광업공단은 출발도 못하고 국회에 관련법이 계류돼 있다.

광물업계는 ‘자원개발은 백년대계’라는 해묵은 격언을 고장난 레코드마냥 중얼거리는 일에 지쳤다. 적폐청산도 중요하지만 이대로 자원개발을 방치해 둬선 안된다. 불화수소와 형석을 모르는 국민들도 자원개발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드린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