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사용후 핵연료를 더 이상 임시보관할 곳이 없다면 원전 동결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월성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즉 고준위 폐기물을 담가놓은 수조가 불과 2년후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처리방안을 두고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와 이해당사자인 지역 주민들은 원전 주변 주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임시저장 시설 건설로 상황을 모면하기 보다는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기소비자에게 알려 가열찬 논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7월초 고준위 핵폐기물 전국회의가 주최한 ‘당면한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라는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고준위 폐기물 처리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라도 원전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독일이 1970년대말 원전사업자가 재처리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5년간 신규원전을 허가하지 않은 이른바 ‘원전 모라토리엄’ 사례를 예로 들어 우리나라도 비상한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성 원전 2~4호기는 전체 전력생산량의 2% 이내를 차지하고 있으나 고준위폐기물은 전체의 절반가량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수명은 2027~2029년이지만 임시 보관하고 있는 수조의 용량이 2년후 포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즉 수명은 많이 남아 있지만 사용후 핵연료인 고준위 폐기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으니 문제가 되는 것.

지역주민 대표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당장 시급한 임시저장고 건설 후보지로 월성원전을 꼽고 있으나 경주는 2005년 중저준위 폐기장 주민투표 당시 핵연료 관련시설을 건설하지 않기고 입법한 지역임을 들어 쐐기를 박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자력발전소 수명은 설비수명이 아니라 발생한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로 결정돼야 한다면서 만약 임시저장중인 수조가 포화돼 가동할 수 없다면 원전을 가동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특히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이해당사자인 자신들을 쏙 빼놓은 것에 대해서도 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원전 주변지역은 신뢰가 크게 무너졌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여전히 신뢰회복이 바탕이 돼야 할 재검토위원회 운영을 마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중립적인 인사들로 재검토위를 구성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가 빠진 재검토위가 마련한 방안을 과연 주민들이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불리는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을 밀도 있게 시간을 갖고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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