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전영환] 일본은 지난 6월 11일 각료회의에서 ‘파리협정을 기반으로 한 성장전략으로서의 장기전략’을 채택하고 2050년 온실가스 저감목표를 2013년 대비 80%로 확정해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제1장에서는 비전, 제2장에서는 각 분야의 비전과 대책, 시책의 방향성, 제3장에서는 환경과 성장의 선순환을 실행하기 위한 시책, 제4장에서는 인재양성 등, 제5장에서는 장기전략의 리뷰와 실천방법에 이르기 까지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2050년 온실가스 계획에 대해 불확실한 태도를 보여 왔던 일본 정부가 지난 6월 일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후변화대책에 주도권을 갖겠다고 결의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성장전략 보고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혼란스러웠던 에너지 공급 체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준비가 이뤄졌음 보여주고 있다. 그 뿐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2070년 탄소 배출 제로 목표까지 제시했는데, 이는 G7 국가 중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는 지난해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많은 토의와 논의를 거쳐 2040년 재생에너지 비율을 30~35%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전기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35%까지 확대하는 것이 기존의 기술과 운영방식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계통이 고립돼 있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난제가 많아 연계계통보다 불리하다. 거기에 경직성 전원인 원자력을 앞으로 50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점도 계통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럽과 일본이 발표한 2050년 8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보면 현재의 기술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목표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 혁신을 이루겠다고 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의 2040년 재생에너지 35% 목표는 유럽이나 일본의 목표보다 달성 가능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우리가 느끼는 에너지전환에 대한 기술적 장애는 우리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 세계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기술혁명과 환경에 투자하고 있을 때, 우리만 시대에 뒤떨어져서 시기를 놓친다면 앞으로 세계와의 경쟁에서 다시 뒤처질 우려가 있다. 달성할 목표가 있어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을 정하고 연구 개발 투자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물론 기업으로서는 기술 개발에 인내가 필요하고 실패의 리스크도 있다. 목표가 혁신적이면 비용과 기술의 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술혁명과 친환경투자의 적기이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이기도 하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목표만 세워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먼저 정부의 자신감과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치밀한 실천 전략과 결과에 대한 중간 점검도 뒤따라야 한다. 기술의 혁신이 있어야 하며, 투자를 촉진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다. 그 어느 하나라도 소홀해서는 이루기 힘들 원대한 목표다.

우리는 이미 작년에 미증유의 혹서를 겪었고, 올여름 유럽은 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기후변동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도 205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많은 토의를 하고 있다. 2040년 재생에너지 35% 계획을 뛰어 넘어 선진국과 기후대책에 인식을 같이 하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현실의 기술적 한계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절대 해법이 있을 수 없다. 기술혁신만큼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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