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전적자, 어떻게 풀어야 하나
[칼럼] 한전적자, 어떻게 풀어야 하나
  • 이창호
  • 승인 2019.08.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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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전력수급, 전기요금과 같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슈가 일상화되고 있다. 대부분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특정 전원에 대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전 적자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으며, 이 또한 적자의 원인을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서 찾고 있다. 요약하면 값싼 전원 대신 비싼 전원을 확대하여 공급비용 인상으로 이어져 한전의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이루어진 주택용 누진제 완화도 한전의 적자를 더욱 확대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비판을 받았다. 전력문제에 대한 언론이나 정치권의 주장을 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으나, 대체로 문제의 본질보다는 지엽적인 현상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제라도 우리 전력산업의 실상을 제대로 살펴보고, 나아가 방향설정과 해결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한전의 적자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연결재무제표가 작성된 2010년 이후 한전의 재무상태를 보면 영업이익은 작년까지 대체로 흑자를 유지했으나, 순이익은 2010∼2013년 기간에 적자였다. 2012∼2013년 수차에 걸친 요금인상과 유가 인하 등의 영향으로 흑자로 전환되어 2014∼2017년에는 영업이익이 매년 5조∼12조원에 달했으며, 순이익도 대체로 영업이익의 50%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다시 적자로 전환되었으며, 올해도 적자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10년 가까이만 보더라도 한전의 재무상태는 흑자와 적자상태가 3∼4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 흑자가 유지되면 전기요금도 안정화되나, 공급비용이 오르면 일정기간 적자상태를 감내하다 결국 요금인상을 통해 적자를 해소하는 패턴이다. 문제는 이러한 요금체계가 전력공급에 따른 비용과 가격변동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데 있다. 예컨대 2012년과 2013년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정작 요금을 인상하자마자 국제유가 하락, 발전설비 확충으로 한전의 구입비용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제는 구입비용이 전기요금보다 한참 낮아졌다. 그렇다고 당장 요금조정을 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결과적으로 초과이윤이 발생하여 2년 연속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흑자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요금체계는 비용이나 가격을 반영하여 요금을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매우 불규칙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따라서 요금조정 주기도 길게는 수년까지 걸려서 비용변동을 제때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사실 한전의 적자라는 일시적 현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합리한 요금규제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 전기요금체제 문제다. 현재의 요금체제가 지속되는 한 한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적자와 흑자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은 요금인상이나 재정지원을 통해 해소했다.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상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흑자가 지속되는 경우라면 반대로 요금을 인하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전력공급비용은 설비, 연료, 정책, 부담금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변동한다. 이러한 비용변동이 요금을 통해 적기에 반영될 수 있다면 한전의 재무적인 문제가 더 이상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원전과 신재생이 최근 한전 적자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확한 진단도 아니다. 원전의 의미 있는 비중 감소는 현재의 수급계획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2025년 이후에나 가시화될 것이다. 기존 설비는 여전히 운전될 것이며, 노후원전의 폐지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 원전 발전량의 감소는 설비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전의 문제이다. 2017∼2018년 원전 이동률은 65∼70% 수준으로 비정상적으로 낮았다. 금년 들어 원전이용률이 차츰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80%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발전량 감소에 따른 부족분은 대부분 연료비가 높은 가스발전이 메꾸었다. 같은 기간에 가스 연료단가는 kWh당 2016년 99원에서 2017년 112원, 2018년 121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지원금도 2016년 1조 2천억원에서 2018년 약 2조원으로 늘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한전의 전력 구입비용은 2016년 kWh당 82.2원에서 2018년 94.8원으로 약 15% 높아졌다. 한전 적자는 원전 이용률의 일시적 감소, 가스도입가격 상승,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확대 등을 주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요금체제 개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투명성과 객관성의 확보이다. 한전 적자의 원인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는 탈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 확대문제도 요금을 통해 투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만약 새로운 요금체계가 도입된다면 전력공급의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할 수 있다. 전기요금 내역도 발전비용, 송배전비용, 신재생구입과 같은 정책비용, 규제비용 등으로 구분해서 보여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불하는 요금의 원가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에너지정책 추진에 따른 비용부담도 투명하게 드러나며, 따라서 정책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나 합리적인 의사표시도 가능할 것이다. 이제라도 공급비용의 변동이 적기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요금조정메커니즘’의 도입을 통해 새로운 요금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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