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동 노후 LNG가 신규석탄 급전순위 앞질러
가스공사 평균연료비 계약발전사 "형평성 어긋나"

▲가스공사 통영 LNG생산기지
▲가스공사 통영 LNG생산기지

[이투뉴스] 포스코에너지 인천3호기(450MW)는 1999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년째 가동하고 있는 LNG복합발전기다. 발전효율 45%로, 최신 발전기(가스터빈) 대비 효율이 20%가량 낮다. 그래서 지난해 9월 평일 기준 이 발전기의 급전순위(연료비를 기준으로 원전‧석탄‧LNG의 우선가동 순위를 정함)는 1~168위 기준 161위로 사실상 최하위였다. 지난해 한전과의 PPA(장기전력직거래계약) 계약마저 만료돼 개점휴업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달 현재 이 발전기의 급전순위는 28위다. 최신 석탄발전기인 당진 9,10호기나 신보령 1,2호기보다 빠르다. 거의 모든 석탄화력을 제치고 23기의 원전 바로 뒷순위에서 상시 가동하는 기저발전기가 됐다. 그보다 효율이 15%이상 높은 신규 LNG발전기들이 110위권 밖에서 한계발전기(SMP를 결정하는 발전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PPA가 종료되자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던 LNG를 25%나 더 싼 민간 직도입 연료로 전환한 덕분이다.

앞으로는 이런 급전순위 역전현상이 드물지 않게 일어날 전망이다. 국제 LNG시장에서 가스공사보다 저렴하게 연료를 들여오는 발전사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공급계약만료 물량의 대거 이탈을 우려한 가스공사가 현행 평균원료비 제도를 개별원료비제도로 변경 시행할 예정이라서다. 이렇게 되면 인천3호기처럼 개별원료비 계약을 새로 체결한 노후LNG가 신규석탄은 물론 고효율LNG보다 우선가동될 수 있다.

석탄화력보다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LNG발전의 경쟁력이 상승하는 것 자체는 반길 일이다. 하지만 가스공사의 LNG도입부문에 대한 기득권 유지를 위해 아직 잔여 계약기간이 십수년 이상 남은 기존 발전사들을 차별하고 전력시장의 고효율발전기 우선가동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 합당하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22년 이후 전력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발전소나 20년 공급계약이 종료되는 발전소에 한해 특정기간 도입계약 단가로 LNG를 공급하는 개별요금제를 시행키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합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공사는 최근 한전 발전자회사, 민간발전사, 집단에너지기업 등을 초청해 내부 설명회를 열어 내달 이사회 의결과 정부승인을 거쳐 제도를 시행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LNG 도입기능 전반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한 가스공사가 구매력 유지와 도시가스 교차보조를 명분으로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제도를 불과 1년여의 비공식 논의만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료도입 행태나 효율에 따라 셈법이 다른 발전사들은 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모양새다. 이미 발전연료를 직도입하는 SK E&S와 포스코에너지, GS EPS 등은 직수입 물량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고, 한전 발전자회사들 역시 신규LNG 발전소에서 사용할 물량을 직접 도입하기 위해 자체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도입과 가스공사 개별요금제를 양손에 쥐고 저울질하고 있다. 직도입 민간발전사는 개별요금제 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발전공기업은 정부방침이란 이유로 공개 거론을 꺼리는 분위기다.

물론 개별요금제는 전체 SMP하락과 LNG도입에 대한 국가적 구조변화를 몰고 올 중대현안이다. 이와 관련 2014~2016년 후발주자로 전력시장에 진입해 가스공사로부터 평균연료비로 LNG를 조달하고 있는 민간발전사들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이다. 공급계약이 아직 15년 이상 남아있는 상태에서 가스공사가 신규발전기나 계약만료 발전기에 한해 더 저렴하게 LNG를 공급하겠다고 호객에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스공사 LNG도입가는 막대한 구매력이 무색하게 직수입자보다 최소 15%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렴한 개별요금제로 공급계약을 갱신하는 발전기가 등장하면, 가뜩이나 적자를 보는 이들 발전기의 급전순위 추가하락이 불가피해진다. 가스공사로부터 연료를 공급받아 평균연료비를 적용받는 발전사들은 공분하고 있다.

A 발전사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신뢰도 없고, 책임지는 모습도 전혀 없다. 이탈 물량은 챙기고, 아직 십수년 계약이 남은 발전기는 평균연료비를 계속 내라는 뜻이냐. 정말 무책임하고 무능한 처사"라면서 "이는 법적으로도 특정사업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이자, 동일한 상품을 사업자에 따라 차별적으로 요금을 적용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급전순위에서 밀리면 결국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이용률이 감소하고, 그렇게 되면 가스공사와의 계약물량조차 소화가 어렵게 될 것"이라며 "국가 에너지효율 측면에서도 이미 투자비를 모두 회수한 노후발전기가 우선 급전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익을 거두는 비효율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LNG를 직도입하는 일본 전력회사 도입가격이 대량 독점 구매하는 가스공사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게 말이 되나. 그렇게 하다가 이제와서 싸게 가져와 팔겠다고 한다. 차별적인 제도도입을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B 발전사 관계자는 "기존 제도의 틀 안에서 막대한 투자를 한 발전사들만 180도 달라진 제도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냐"고 반문하면서 "앞으로 저효율 노후발전기가 고효율 신규발전기 앞단으로 등장해 기투자된 최신설비를 유휴시설로 만들게 된다면 국가적 비효율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LNG도입 정책변화가 초래할 전력시장 변화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갑자기 요금제를 바꾸겠다면, 기존 계약자에게도 재계약이나 계약에서 벗어날 자유를 주는 게 합당하다"면서 "만약 개별요금제를 시행한다하더라도 왜 사업자별로 다른 요금이 책정되는지, 그 원가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도입부터 배관망 사용량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 국가도입자였던 가스공사가 개별요금제로 가겠다는 건 또 하나의 직도입사업자가 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게 하겠다면, 최소 도입사업과 인프라 등 배관사업의 회계분리로 시작해 장기적으론 법인분리 및 소유분리가 필요하다"면서 "이제라도 가스공사를 하나의 사업자로 회귀시켜 발전사업을 허용하고, 개별요금제 시행으로 하락하는 SMP에 대한 부분은 CP현실화로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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