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첫째 딸아이는 비염, 축농증,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달고 지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엔 한 달간 폐렴을 앓기도 했다. 젖먹이 둘째를 비롯한 네 식구가 병원서 동반노숙을 했다. 그때 살던 아파트는 겨울만 되면 결로와 곰팡이로 전쟁을 치렀다. 직전에 살던 아파트도 결로가 심했다. 단열이 부실해 자주 환기를 해도 허사였다. 모두 지은 지 십 수 년밖에 안된 대기업 건설사 브랜드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파트 부실시공은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정부의 무관심도 여전하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의 고발에 의하면, 아파트 건설에 사용하는 시멘트는 일본산 석탄재를 비롯해 온갖 폐기물을 다 섞어 만든다. 또 시멘트 생산 과정에 폐타이어 등을 연료로 쓴다. 시멘트 회사의 그런 행위를 허용하고 배출기준을 만든 곳은 산업부가 아니라 환경부다.  

호흡기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겨울엔 가습기도 돌렸다. 식기처럼 다루고 세척하면서 물도 자주 갈았다. 신문·방송도 잘 세척하지 않으면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한다고 겁을 줬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가습기살균제를 카트에 담을까 말까 여러 차례 망설였다. '인체무해'라고 대놓고 광고하던 제품도 있었다. 조금 더 팔았다면 사서 썼을 것이다. 가습기가 필요했고, 좀 더 깨끗하게 쓰고 싶었다. 그렇게 영문도 모르고 밤새 독성물질을 흡입한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희생됐다. 이달 현재 신고 피해자는 사망자만 1420여명. 하지만 이런 참사에도 주무부처인 환경부 누군가 책임지고 처벌받았다는 얘기는 아직 들은 적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환경부가 대기, 수질, 폐기물 등 전 분야에서 심각한 누수현상을 드러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개발사업 전도사로 변신한 4대강 사업, 폐기물 대란, 미세먼지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어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미세먼지 주범을 고등어구이로 지목하면서, 석탄화력 오염물질에 관한 기초데이터조차 내놓지 못한다. 수입경유차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산업단지 석유화학업체 배출량 조작사건 등이 잇따라 터졌는데도 딴청이다. 한 국가의 콩팥(신장) 역할을 하는 부처가 제 기능을 하지 않으면, 체내중독으로 온 나라가 망가진다. 환경부를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