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거래 유연성 향상으로 기존 장기공급계약 의존도 저하
2021년 순수출국 부상, 2024년엔 세계 생산능력 70% 차지

[이투뉴스] 미국은 셰일산업의 급성장으로 2021년에는 석유 순수출국으로 부상하며 세계 석유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은 물론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미국의 석유수출 확대는 아시아 국가들의 석유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정보분석팀 이서진 부연구위원의 ‘2024년 국제 석유시장 전망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총 석유공급량 증가분은 하루 220만 배럴 수준으로, 2024년까지 400만 배럴을 추가하며 세계 생산능력의 70%를 차지한다.

미국 셰일은 2010년부터 급증해 올해 하루 700만 배럴에 이를 정도로 세계 석유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미국 셰일 오일이 다른 공급원보다 가격 신호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추가상승이 이뤄질 경우 미국의 공급물량은 확대될 소지가 크다. 여기에 브라질, 캐나다, 노르웨이, 가이아나 등의 OPEC 국가도 향후 5년간 하루 260만 배럴을 추가해 세계 석유공급 증가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주요 수출국으로 전환하며 세계 석유교역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셰일혁명으로 인해 석유 생산량이 증가한 결과로, 미국은 2021년 원유 및 석유제품의 수출이 수입을 넘어서면서 순 석유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에 미국의 총 석유수출은 하루 900만 배럴에 달해 러시아를 추월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등한 수준에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세계 석유시장으로의 미국 수출 증가는 전 세계 석유안보를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석유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아시아 지역은 더 많은 원유공급자라는 선택지를 가짐으로서 운영 및 거래 유연성이 한층 향상돼 기존 장기공급계약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다.

수요 부문의 경우 2024년까지 세계 석유수요 성장세는 느리지만 견조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와 미국의 에탄 생산량 증가로 인한 석유화학 분야 확장, 항공분야 급성장, 국제해사기구의 해상연료규제 강화가 석유제품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급 부문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적 격변으로 두 나라의 석유 생산량이 급감하는데 반해 미국은 2024년까지 세계 석유 생산능력을 하루 590만 배럴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생산능력을 넘어서서 막대한 연간 이익을 창출하며, 미국의 석유수출 증가는 아시아 시장에서 건전한 경쟁여건을 제공할 것으로 분석된다.

상류부문의 경우 올해 투자는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석유수요 증가에 기인해 향후 세계 석유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충분한 예비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석유산업 하류부문은 2024년까지 하루 910만 배럴 수준의 생산능력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이는 정제품에 대한 수요증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앞으로 석유제품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생산능력의 3분의 2와 정제품 수요증가의 3분의 2 가량이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다.

미국은 최대 정제국 및 제품 수출국 위치를 유지하지만, 2024년까지 완성될 정제능력만을 놓고 보면 중국이 리더가 될 소지가 크다. 중국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주로 석유화학 원료 공급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데, 중국의 북동쪽 해안을 따라 미국 걸프만형 석유 정제 허브가 발달하고 있다.

세계 석유제품 수요와 원유공급의 구조적 변화는 정제 마진과 원유 및 제품 차별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구조적 변화로는 대서양 유역의 휘발유 수요 침체, 2020IMO의 강화된 해양연료 규제의 시행, 아시아의 급증하는 석유화학 공급원료 수요, 중질원유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해상운송 연료로 HSFO를 금지하는 IMO 2020 규정은 제품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벙커연료 수요는 2020년에 급격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960년대 이후 주요 선박 연료로 사용된 HSFO 수요는 1년 만에 하루 350만 배럴에서 140만 배럴로 하락하고, 2020년 말까지 대형선박에 4000개의 스크러버가 설치돼 하루 70만 배럴 규모의 연료유를 소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셰일혁명도 정유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셰일은 일반적으로 평균 원유보다 가볍기 때문에 최종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정제공정이 상대적으로 덜 복잡하다. 석유제품 배럴당 평균 0.34%의 유황 함유가 허용되고 있지만 IMO의 규정에 따라 0.24%로 강화될 예정이다. 원유는 배럴당 평균 1.2% 유황이 포함돼 탈황 작업에 사용하는 수소생산을 위해 천연가스를 사용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고 CO2 발생량이 많다. 반면 셰일 원유는 황 함량이 현저히 낮아 공정비용이 적게 든다.

미국이 2024년까지 원유 수출량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하루 420만 배럴로 늘려 석유 순수출국이 되면서 세계 석유시장은 큰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은 북동 및 서해안의 정제소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수준으로 원유 수입을 줄이고, 걸프해안은 순 원유 수출의 허브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