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통해 2030년까지 14.4% 감축 선언
개별기기 넘어 시스템 및 공동체 단위 에너지소비 최적화 추진

[이투뉴스]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은 그동안 뒷방신세를 전전했던 에너지효율을 전면으로 끌고 나와 범정부차원에서 에너지소비구조를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에너지효율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과거 추진했던 단순한 절약과 효율개선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개별 에너지기기의 효율개선이 아닌 산업단지와 아파트단지 같은 시스템 및 공동체 단위로 에너지소비 최적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를 위해 이전처럼 규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와 인센티브 간 조화를 통해 산업·건물·수송 부문별 효율혁신을 이뤄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이 제시한 에너지소비절감 목표치.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이 제시한 에너지소비절감 목표치.

◆ 에너지효율정책 패러다임 바꾼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가 관계부처와 함께 21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내놓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은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을 위한 2030년까지의 중장기 전략을 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에너지효율을 혁신해야 하는 이유와 배경을 일일이 설명한 대목이다. 정부는 에너지효율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첫 번째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효율향상을 통한 에너지소비 감소는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감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도 명시했다. 실제 IEA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기여도 전망’에 따르면 효율향상이 40%로 가장 높고 이어 재생에너지 35%, CCS 14% 순으로 조사됐다.

낮은 생산비용 및 대규모 발전시설 건설에 따른 갈등을 피할 수 있는 이점과 함께, 부존자원에 구애받지 않아 수입의존도(2017년 기준 94%)가 높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선진국들은 에너지효율 향상노력을 통해 2000년 이후 경제성장과 에너지소비 감소를 동시에 달성(디커플링, Decoupling)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에너지다소비 국가로 소비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에너지원단위 역시 OECD 최하위 수준(35개국 중 33위)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경제성장과 에너지소비의 탈동조화에 성공한 선진국형 에너지 소비구조로의 전환을 목표로 산업, 건물, 수송 전부문의 효율혁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시스템·공동체 단위까지 에너지소비를 최적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수요관리와 함께 연관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효율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규제·인센티브 조화를 통한 부문별 효율혁신 ▶시스템·공동체 단위 에너지소비 최적화 ▶에너지효율 혁신 인프라 확충 ▶수요관리에서 연관산업 육성병행으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정책목표를 내놨다.

먼저 전체 에너지소비의 61.7%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은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에너지다소비 사업장의 효율향상과 ICT 기반의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활용확대를 중점 추진한다. 여기에 정부와 다소비사업장 간 자발적으로 에너지원단위 개선목표를 협약하는 자발적 에너지효율목표제를 도입한다.

목표를 달성할 경우 우수사업장으로 인증하고 에너지 의무진단을 면제하는 한편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해당연도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전기요금의 3.7%)을 일부 환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FEMS 확대를 위해선 투자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 대상 설치보조금 지원을 확대함과 동시에 EMS(에너지관리시스템) 전문사업자 등록제도를 도입해 에너지절감요소 발굴, 개선 컨설팅 등 사후관리 서비스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건물부문은 미국의 ‘에너지스타 건물’ 제도를 벤치마킹해 기존건물에 대한 효율평가체계를 마련하고, 고효율 가전·조명기기 확산 지원과 함께 고효율 제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데 주력한다. 아울러 매년 효율우수등급 제품 중 으뜸효율 가전을 선정, 소비자에게 구매가의 일정비율(10% 등) 환급을 추진한다. 올해는 한국전력의 복지할인가구(기초수급자, 장애인, 출산가구 등)를 대상으로 효율등급 관리대상 10개 가전제품에 대해 지원하되, 내년부터는 전 가구를 대상으로 효율등급 관리대상 가전제품 중 중소·중견기업의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연도별 지원품목(2∼5개)을 선정, 시행할 계획이다.

LED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형광등의 최저효율 기준을 한계치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오는 2027년 이후 신규로 제작하거나 수입한 형광등의 시장판매를 금지(의료용, 식물재배용, 해충퇴치융 등 특수용도 제외)한다. 또 고효율기자재 인증품목을 올해 하반기에 추가해 신축 공공건물 설치의무화(2020년) 등을 통해 LED와 IoT기술이 결합된 스마트조명 보급확대에도 나선다.

수송 부문은 차량 연비향상과 차세대 교통시스템의 지속 확충을 추진한다. 먼저 기술개발,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을 통해 승용차 평균연비 수준을 대폭 향상(2030년 목표 28.1km/ℓ)할 계획이다. 여기에 대당 에너지소비량이 승용차의 5배 수준인 중대형 차량(16인승 이상 승합차 및 총중량 3.5톤 이상 화물차)에 대해서도 2022년까지 평균연비기준 도입을 추진한다. 또 대중교통 이용 편리성과 정시성 제고를 위한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구축을 지속 확대해 가는 한편 차량과 도로간 양방향으로 교통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가능한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실증사업에도 돌입한다.

◆ 2030년까지 3000만TOE 감축…실현 가능성은
시스템·공동체 단위 에너지소비 최적화 분야는 산업단지 내 ‘분산전원+FEMS+통합관제센터(TOC)’를 기반으로 한 통합 에너지관리·거래 표준모델을 실증하고 확대해 나간다. 이같은 내용의 마이크로그리드 산단을 올해 창원 및 반월·시화부터 우선 추진해 오는 2030년까지 20개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가상발전소(VPP)를 활용한 에너지거래 플랫폼, 열·스팀·압축공기 등 폐에너지의 공장간 거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에너지효율혁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EERS(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를 도입한다. EERS는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공급자에게 에너지 절감목표 달성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2018년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공급자가 효율개선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 기업 등에 절감효과가 우수한 고효율 설비와 시스템 등의 설치를 지원하는 형태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2020년까지 EERS 추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기자재 효율관리제도인 ‘에너지소비 효율등급제도’도 기술발전 등 환경변화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개편한다. 등급기준을 매3년마다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중장기 목표수준을 함께 제시해 제조사가 장기적 안목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대기전력 관리대상인 가전·사무기기 등을 2030년까지 효율등급 대상품목으로 선별·이관하되, 최저소비효율기준 달성을 위한 생산시설 설치융자도 확대한다. 이밖에 전기요금에 대해 가격신호 제공 및 수요관리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원가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요금을 조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에너지효율 혁신의 모멘텀을 활용해 연관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목표에 세웠다. 제품·설비의 효율강화 등으로 새로운 수요가 예상되는 전동기, 조명, 건자재를 중심으로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서비스·솔루션(에너지진단, ESCO 등)의 평가·등록기준 강화를 통해 업체 역량을 제고하고, EERS 운영 시 ESCO 대행방식 확대 등 신규수요 창출을 지원한다. EMS 역시 스마트센서, 분석·예측 S/W  등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내년에 EMS사업자 등록제도를 도입해 전문기업을 육성한다.

▲에너지효율혁신 기대효과
▲에너지효율혁신 기대효과

정부는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추진을 통해 오는 2030년 최종에너지 소비를 기준수요(BAU) 대비 14.4%(2960만 TOE) 감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이러한 에너지소비 감축량은 2200만가구(4인 가정) 또는 중형 승용차 4000만대의 1년 소비량과 같고, 서울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2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목표를 달성할 경우 2030년 기준 에너지 수입액을 10조8000억원 절감할 수 있으며, 에너지 효율분야 일자리도 7만개 가깝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의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에 대해 업계는 에너지효율분야에 대한 접근방식을 달리한 것은 물론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등 이전에 비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산업부가 단독으로 계획을 세우고 홀로 선언한 것이 아닌, 관계부처가 모두 모인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이끌어 낸 것도 실행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줬다.

다만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이 목표와 형식만을 앞세워 요란하게 떠든 후 추후 다른 현안이 나오면 어느 순간 뒷전으로 사라지는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 등 지금까지 나온 정부 정책이 모두 꿈과 이상은 높았으나, 물거품처럼 사라졌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방안 및 실행수단 마련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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