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현재 소방청은 ‘위험물 유통량조사’에 열을 쏟고 있다. 위험물 유통량조사는 위험물 안전관리법에 따라 위험물의 유통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진행된다.

위험물시설은 새로 설치나 변경하고자 할 때, 설치되는 장소의 시·도지사 또는 관할 소방서장의 허가를 얻어야 하며 이같은 허가 절차를 통해 해당 위험물시설에서 제조·저장·취급하는 위험물질의 종류 및 허가량을 확인한다.

하지만 문제는 허가받은 위험물질의 반입·반출이 짧은 시간 동안 여러번 반복해 이뤄진다면 실제 취급되는 위험물질의 양은 허가량과 상이할 수 밖에 없어 실제 유통량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답이 위험물 유통량조사이다. 전국 위험물시설의 반입·반출량 조사를 통해 유통실태를 분석하고 안전관리 정책자료로 활용한다는 것.

소방청은 이 자료를 이용해 시·도 및 권역별 소방자원의 적절한 배분, 유통경로에 따른 적절한 대응전략 마련, 무허가 위험물시설 단속 같은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려되는 개인정보침해 발생 문제도 수집된 정보에 한해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준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험물 유통량조사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일부 석유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소방청과의 간담회에서 “석유판매소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고령자인 아날로그 세대라 유통량조사를 위한 엑셀작성이 힘들다”며 이는 보고자 편의를 무시하는 행정낭비라고 주장하고 “양식만 다를 뿐 한국석유관리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석유 수급·거래상황’과 내용이 중복된다. 이미 석유관리원은 국세청과 석유공사에 기록을 전송하고 있으니 소방청은 석유관리원의 협조를 얻어 일괄처리하길 바란다”고 제안한 바 있다.

소방청은 산업계에 업무가 과중하게 부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법령을 정비하고 보고자료 연계방안을 개선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지만 체감되진 않는다는 것.

석유관리원 역시 소방청에 협조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석유사업법에 따라 수급·거래상황기록을 보고받아 국세청과 석유공사에 제공하고 있지만, 통계목적을 제외하면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한 현안인 위험물 유통량조사에 석유업계가 협조하는 것은 옳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현장을 무시하고 시스템에 인간을 끼워맞추려고 드는 것은 반발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유관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 민간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보다 나은 정부’로 가는 길 아닐까.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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