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과학적 근거는 충분, 정책의지가 문제…위기를 기회로”
지속가능 에너지시스템 주제로 30일 에경연 33주년 기념 세미나

▲이회성 IPCC 의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회성 IPCC 의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투뉴스] “인간의 생산 및 경제활동 때문에 지구의 (기후변화)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일부는 넘어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손실은 서서히 나타난다. 손실을 피부로 느낄 정도가 되면 지구시스템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 정책의지가 문제다”

30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3주년 기념세미나에서 이회성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의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한데도 정책의지가 많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너지전환이 한창인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도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선 ‘제로카본 에너지시스템’이 답이 분명한 만큼 이를 어떻게 달성해 나갈 것인지”가 과제라고 내다봤다.

에너지경제연구원 1∼3대 원장을 지내는 등 개원의 산파역을 맡기도 했던 이회성 의장은 이날 에경연의 설립 당시와 IPCC의 지나온 과거를 빗대 소감과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그는 “80년대 중반 에경연 설립 당시 국제 석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수준으로 낮아 에너지 문제는 이제 끝났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고 에너지 전문 연구기관을 만들었다”면서 “한마디로 당시 정책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점을 검증해 지구적 대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는 IPCC 역시 과학적 검증과는 무관하게 유엔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고 회상했다. 이 의장은 “30년에 걸친 IPCC의 행적을 봤을 때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검증 및 근거와 정책의지는 무관하다고 느꼈다”며 “기후변화협약이 만들어질 1995년 IPCC는 과학적 근거는 불충분하지만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보고서를 썼고, 세계는 여기에 응했다는 것이다

IPCC가 작년에 발표한 ‘1.5도 특별보고서’와 지난 8월에 내놓은 ‘기후변화 및 토지에 대해 특별보고서’ 얘기도 꺼냈다. 목표는 2도 이하로 기후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선 에너지생산성이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농업생산성도 혁명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문제는 없으며, 재정투자와 소비선택만이 남았다고 보고서는 기술했다.

이 의장은 “이처럼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고, 인간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반대로 정책의지는 약화되는 양상이다. 비록 파리협약이 나왔지만 미흡하고 최소한의 활동 근거를 마련한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구시스템이 갈수록 임계점에 치닫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넘어섰다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손실은 10년 단위 또는 100년 단위(해수면 높이) 등 서서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손실(임계점을 넘어 발생하는 문제)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시간이 되면 수만년 동안 이어져온 지구시스템이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기후시스템은 회복불가능하다. 경제·사회회적인 충격(몰락, 재앙)이 엄청나며,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 나쁜 쪽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회성 의장은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의지를 발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너무나 많은데, 정책의지는 많이 부족하구나 느끼고 있다. 정책의지를 토대로 액션을 취하면 새로운 신기술과 경제 등을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인데 왜 이해하지 못할까라는 점에서 정책의지는 블랙박스라는 생각도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70년대 1차 에너지 위기(석유파동)를 겪으면서 원자력을 도입했고, 2차 석유위기를 지나면서 LNG를 도입하는 등의 대응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나라 에너지시스템이 문제없이 갈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하는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제로에너지카본시스템으로 가는 것과 로우에너지디멘드(저소비에너지정책, 효율개선 등)라는 답은 분명하다. 한국뿐 아니라 IPCC가 보는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문제는 어떻게 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답을 만들어 내는 정책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결국 우리나라 에너지시스템이 한 단계 점프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환경 변화요인 커
이어 글로벌 에너지안보 환경 변화와 영향에 대한 특별좌담이 이뤄졌다. 주제발표에서 김연규 한양대 교수는 지난 세기에 러시아가 동북아 에너지시장에 단절돼 있었으나, 최근 한중일 등 동북아 에너지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 지역으로의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려는 전략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에너지 전략을 분석한 이재승 고려대학교 교수는 셰일혁명에 힘입어 미국산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하여 미국이 에너지시장에서의 전략적 자율성과 선택성을 갖게 되면서 대외에너지 정책변화가 세계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세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석유·가스 공급안보 관점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첩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 안보 이슈에 대해 설명했고,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중동을 둘러싼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등 주변국의 입장에 대해서 평가했다.

이어 1세션에서는 지속가능 에너지시스템으로의 혁신을 주제로 에너지시장제도 개선방향과 에너지효율 정책의 방향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는 전력, 열, 가스 등 개별 규제에 따른 가격 및 소비 왜곡을 개선가히 위해선 통합에너지시장 구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해외 에너지시장 혁신사례를 살펴보고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소진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수급현황을 살펴보고 산업부문 효율향상 투자유인부족, 건물효율 평가체계 미비, 차량 평균연비 관리미흡 등 에너지효율정책이 부족했다고 평가하고, 최근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등 향후 바람직한 에너지효율정책을 설명했다.

2세션에서는 미래 에너지사회로의 이행과 전략을 주제로 수소경제를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마틴 탱글러 선임전문역은 수소경제와 균등화수소비용(LCOH)을, 김재경 에경연 연구위원은 수소경제 로드맵 이행을 위한 세부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세미나에 앞서 주요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세미나에 앞서 주요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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