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 “유류세 환원, 석유공사 횡포에 분노”

석유공사 “통상적인 국민편익 증진목적 영업판촉”

[이투뉴스] 유류세 환원 과정을 두고 알뜰주유소의 부당 인센티브 논란이 제기되면서 석유업계가 한바탕 홍역을 겪고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2일 성명을 통해 한국석유공사의 횡포에 업계가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정부의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에 따른 환원 과정에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석유공사가 노골적으로 석유시장에 개입해 기름값 인상 저지정책을 펼치고 있다.

공사가 지난달 26일 직접 운영하는 자영알뜰주유소 400여곳에 공문을 보내, 유류세 환원 직후 2주 동안 주유소 가격 급등 방지 및 점진적 인상을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유류세 환원 정책 부응 주유소에 대한 인센티브를 실시한다고 밝혔다는 것.

협회가 입수한 관련 공문에서 석유공사는 이달 첫째주부터 둘째주까지 판매가격 인상 금액이 유류세 환원분의 50% 이내(휘발유 29원·경유 21원)인 주유소에 대해 휘발유의 경우 첫째주는 리터당 인센티브 25원, 둘째주는 리터당 40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경유도 리터당 15원, 25원의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협회는 이같은 인센티브 제공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일반주유소와 경쟁관계에 있는 알뜰주유소는 세금을 올리지 않은 만큼의 손실분을 인센티브로 보충할 수 있기 때문. 반면 일반주유소들은 유류세 인상 요인을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 고스란히 손해가 된다는 셈법이다.

이에 산업을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질서 형성을 위해 지도·감독해야 할 정부가 석유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달 말 유류세 환원을 앞두고 세금 인상분이 급격하게 가격에 반영되지 않도록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에 요청해 석유업계는 적극 협력하겠다고 한 바 있다”라며 “하지만 정부는 석유공사를 뒤로 활용해 세금 인상분을 사실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이중 플레이를 펼쳤다”고 비난했다.

김정훈 석유유통협회 회장 역시 “국내 석유시장은 세계적 메이저인 BP나 엑손 등이 들어올 수 없는 100% 완전경쟁 시장인데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해 시장을 마음대로 통제하려 든다”며 “석유공사의 반 시장적 인센티브 정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유유통협회는 석유공사의 인센티브 정책이 즉각 중단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제소 및 국민을 대상으로 신문광고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석유공사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및 환원 정책과 관련해 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을 적정하게 운영해 국민 유류가격 부담 경감 등 국민편익 증진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사에 따르면 공급가격 인센티브 제도 역시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영업상 판촉활동의 일환으로, 주유소는 이러한 가격정책을 감안해 유류세 인상 이전의 저렴한 8월 가격으로 구매할지 유류세 환원 후의 고가로 9월 초에 구매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이같은 인센티브 제도는 평상시에도 주말동일가 또는 월말동일가라는 세일기간 중에 구매한 실적이 있는 모든 주유소의 구매량에 대해 일정금액 부여하고 있다.

또한 주유소들은 1~2주 판매분 상당의 재고물량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므로 세금 인상분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경우 세금혜택을 받아 구매한 원가에 대한 부당한 추가이익이 발생하고, 국민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으나, 알뜰주유소는 유가 안정을 통해 국민편익 증진을 도모하는 주유소로 유류세 환원 이전에 구매한 저렴한 기름은 정직하게 유류세 환원 이전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국면에서 알뜰주유소는 신속한 판매가격 인하를 선도했다”며 “이번 유류세 환원국면에서도 가급적 천천히 판매가격을 인상함으로써 국민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유류세 환원 첫날인 2일, 휘발유 유류세 환원분인 58원 이상 인상한 주유소는 농협 알뜰주유소가 16.28%로 가장 적었으며 가장 많은 데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로 전체에서 76.70%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유사 중 58원 이상 인상한 주유소가 가장 많기는 GS칼텍스, 가장 적은 데는 SK에너지로 나타났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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