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설비 중 74% 한전 PPA·자가용 BTM이 착시 야기
실시간발전량 깜깜이…현장데이터 수집체계 정비시급

▲맑은 날(8월 30일)과 비온 날(9월 5일) 한전PPA 태양광+자가소비용 등 BTM 태양광 발전량 추정값 비교. 사진배경은 비가 내리는 5일 서울 도심 건물옥상 태양광
▲맑은 날(8월 30일)과 비온 날(9월 5일) 한전PPA 태양광+자가소비용 등 BTM 태양광 발전량 추정값 비교. 배경은 비가 내리는 5일 서울 도심 건물옥상 태양광

[이투뉴스] 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던 지난 5일 낮 전국 날씨는 궂었다. 서울·경기‧강원‧충청‧전라‧제주 등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졌다. 기상관측용 천리안위성(2A호)이 촬영한 한반도 상공은 짙은 구름에 뒤덮여 있다.

이런 날씨는 태양광발전에 상당히 불리하다. 비구름은 직사광(Direct sunlight)이 태양전지에 도달하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뜩 흐리거나 폭우가 쏟아진다고 전력생산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전지는 산란광(Scattered light)도 흡수해 전기를 만든다. 맑은 날과 비교해 발전량이 크게 줄어드는 게 문제다. 

태풍이 몰고온 비구름에 태양광이 갇히면서 전력수요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어나는 착시현상이 나타났다. 날씨 영향을 직접 받는 발전기들과 그 양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5일 전력수요는 오전 4시 최저 시간평균 5609만kW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오후 3시 7963만kW로 최고점을 찍었다. 평균기온 23.0℃의 초가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요다. 기온이 유사했던(22.6℃) 엿새 전(8월 30일) 같은시간(7303만kW)과 비교해도 660만kW 차이가 난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관계자는 "5일의 경우 태풍이 몰아치면서 남쪽의 구름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햇빛(태양광)을 가리는 가운데 건물 조명부하와 높은습도로 인한 냉방부하까지 겹쳤다"며 "자체 개발한 태양광 예측시스템을 통해 예상값 오차를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5일 낮 오후 4시 기상위성에서 바라본 한반도 상공 구름
▲5일 낮 오후 4시 기상위성에서 바라본 한반도 상공 구름 <기상청>

이같은 수요편차의 일차적 원인은 날씨와 관련이 깊다. 이달 5일은 전국이 흐리고 비가 내렸으나 8월 30일엔 일부 지역을 빼곤 대체로 맑았다. 이런 사실은 실측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전력시장에 생산전력을 판매하는 충남 A시 소재 1.56MW급 지붕형태양광은 5일 기준 발전량 2491kWh, 발전시간 1.6시간을 기록했다.

반면 날씨가 좋았던 8월 30일에는 발전량 6982kWh, 발전시간 4.5시간을 기록해 5일 보다 2.8배나 많은 전력을 생산했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측정하는 전력시장 태양광이 올해 6월 기준 283만kW이다. 

문제는 실시간 계량이 안되는 1MW 이하 한전 PPA와 자가용 BTM(behind-the-meter)이다. 전체 약 1107만kW 설비 중 820만kW(한전PPA 549만kW+BTM 275만kW)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설비는 주로 배전망에 연결돼 생산량이 많으면 전체 부하가 감소한 것처럼, 적으면 수요가 증가한 것처럼 각각 착시를 일으킨다.

발전설비가 늘수록 맑은 날과 흐린 날(비오는 날), 일출 및 일몰 전·후 발전량 격차가 커지는 것도 해결과제다.

실측 발전량 데이터를 토대로 당국이 추정한 8월 30일(맑은날) PPA+BTM 최대 발전량은 12시 436만kWh로 5일(흐린날)보다 189만kW 많았고, 오후 4시 발전량은 306만kWh나 차이가 벌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점점 커진다는 점에서 안정적 전력수급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현장데이터 수집체계부터 유관기관간 협력, 관련 법제까지 시급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간 태양광 연구·컨설팅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수십억짜리 태양광발전소에 일사량계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기초데이터도 제대로 수집하지 않으면서 예측과 실시간 관제를 논하는 형국"이라면서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일정규모 이상 설비는 해외처럼 현장데이터 수집·분석장비를 의무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시적 대책과 미시적 대책이 동시에 가야한다. 지금처럼 기준도 없이 전력거래소 따로, 한전 따로, 에너지공단 따로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정보공유도 안되는 건 큰 문제"라면서 "특히 지난 15년간 정부기관이 기초데이터 하나 제대로 축적하지 않았다는 건 한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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