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국가 물관리 위원회 위원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국가 물관리 위원회 위원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국가 물관리 위원회 위원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최근의 수돗물의 배달사고로 인해 상수도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정부의 대책과 예산계획에는 수돗물 불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 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물공급의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노후화되어가는 수도시설 때문에 언제 어느 도시에서 또 다른 수질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안한다.

배달사고란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기대치가 다른 것을 말한다. 정수장에서는 기준에 맞는 수돗물을 보냈는데 수도꼭지에서는 그러한 수질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 원인을 관로의 관리 잘못이나 노후관로로 돌리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관로교체만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관로만 교체한다고 배달사고를 막을 수 없다. 근본적인 것은 평시에 관로를 청소하는 것이다. 한가닥으로 된 관로는 청소할 때 단수를 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민원 때문에 정상적인 청소는 곤란하니 값비싼 관로교체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간단한 대안으로는 단수 시 시민들의 고통을 줄이고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상수도시스템은 원수-취수-정수-배수-급수-옥내배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성요소 중 어디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도시에 따라 취약지점이 다르고, 만약 문제 발생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과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다르다. 지금까지 도시의 물공급시설을 평가할 때 평시의 수도보급률만 생각하고, 비상시의 대비능력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광역상수도에 의존하는 도시는 물자급률이 낮아서 만약 공급상의 문제가 발생할 때 그 고통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든다. 이것을 회복탄력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도시는 낮은 물자급률과 단일 공급원에 의존하는 광역상수도 일변도의 정책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최근의 반도체 공급을 일본에 의존하다가 커다란 충격을 받는 것과 같이 위험하다. 반도체 분야의 대응으로 자급률을 높이고 공급원의 다변화가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도시스템도 자체수원을 확보하여 상수도의 자급률을 높이고, 수원의 다변화를 꾀하여 ‘평시와 비상시를 모두 고려한’ 상수도 공급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평가지표의 개선이다. 도시의 수도시스템을 평가할 때 물자급률과 회복탄력성이란 수치를 이용하자. 그러면 각 지방정부에서는 이러한 지표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 지표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지자체 사이의 우열이나 정책달성도를 평가할 수 있다.

두 번째, 물공급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1인 1일 평균사용량은 282리터로서 독일이나 호주의 두배가 되는 높은 수치다. 이 수치를 줄이면, 평시는 물론 비상시에 공급해야 할 물의 양이 줄어든다. 일반 변기를 초절수형으로 바꾸어도 물사용량이 3분의 1가량 줄어든 사례가 있다.

세 번째, 비상시 공급방안의 확보이다. 비상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제대로 되어 있으면 시민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행정안전부의 민방위급수시설기준은 수량과 수질이 비현실적이다. 그 보완책으로 기존건물이나 신규건물에 빗물저장시설을 만들어 두면 그 시설을 이용하여 관로청소나 단수 시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부가적으로 이 시설은 홍수도 방지해주고, 소방용수, 청소용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네 번째, 책임자 지정이다. 지자체의 장은 평시는 물론 비상시에도 수돗물 공급이 잘 되도록 인력을 배치하고, 장기적인 R&D 투자와 예산을 투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 그러한 투자가 없는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담당자가 책임을 지곤 하였다. 이러한 사태의 책임을 지자체의 장이 지도록 제도를 바꾸고, 시민들도 그러한 의지와 실력이 있는 일꾼을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

다섯 번째는 비용이다. 시민들은 정당한 비용을 내고 정당한 수도서비스를 요구하여야 한다. 현재와 같이 수도사업의 적자를 물을 안 쓰거나 적게 쓰는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정당한 비용이란 수돗물의 생산원가는 물론 노후되는 시스템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 및 R&D에 대한 비용을 합해야 한다.

이와 같이 평시와 비상시를 동시에 고려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돗물 공급방안을 새로운 정책에 반영하여야 한다. 그러면 수돗물의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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