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환경오염 따른 건강피해 인정…8명에 구제급여 지급 결정
비특이성질환 인정 첫사례, 천식·폐렴·협심증·당뇨병 등 질환 대상

[이투뉴스] 환경오염으로 인해 건강피해가 발생했다는 명백한 인과관계가 확인되는 특이성질환뿐만 아니라 호흡기, 순환기 및 내분비 질환 등 비특이성질환도 환경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환경부(장관 조명래)는 10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제17차 환경오염피해구제심의회를 열어 환경오염피해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을 신청한 김포시 거물대리 주민 8명에게 병원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김포시 거물대리 지역은 공장입지 규제완화로 인해 주거 및 공장이 혼재돼 주민 건강피해 문제가 2013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지역으로, 주민들은 2017년 시범사업을 통해 구제를 신청했다. 이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오염피해조사단은 환경오염 정밀조사(2017∼2018년)와 선행 역학조사(2013∼2016년) 결과 분석을 통해 거물대리 지역의 중금속 오염과 주민 건강피해를 확인했다.

심의회는 역학조사 결과 등을 검토해 ▶천식, 폐렴 등 호흡기 질환과 고혈압 ▶협심증 등 심·뇌혈관 질환 ▶당뇨병과 골다공증 등 내분비 대사질환 ▶접촉피부염 등 피부질환 ▶결막염 등 눈·귀 질환 등을 해당 지역 환경오염피해 질환으로 인정했다. 다만 식이 영향이 큰 대장암과 소화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 비뇨생식기 질환 등은 해당 지역의 환경오염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적다고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더불어 각 개인의 개별적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 주거지 인근(반경 500m)에 주물공장 등 오염물질 배출원 입지 여부, 주거지 토양오염도, 피해자의 혈중 중금속 농도, 거주기간에 따른 오염물질 노출 기간, 발병 시기, 건강상태 등을 두루 반영했다. 최종적으로 대상 주민에게 모두 931만원의 의료비를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피해자 보유 질환과 환경유해인자와 관계는 전문 의료인과 환경 전문가로 구성된 환경오염피해조사 전문위원회에서 10차례에 걸쳐 검토했다. 전문위원회는 천식 등의 특정 질병이 다른 지역에 비해 초과해 발생했고, 그 질병이 해당지역 배출원으로부터 발생한 환경유해인자와 관련이 깊다고 봤다. 또 환경유해인자가 피해자 체내 또는 주거지 주변에서 확인되면 환경오염과 신체피해 간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인과관계를 추정했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구제급여를 지급한 사례는 카드뮴중독증, 진폐증 등의 특이성질환에 국한됐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호흡기, 순환기 및 내분비 질환 등 비특이성질환(발생원인이 복잡다양하고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 보유 피해자들도 환경오염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오염물질과 질환과의 인과관계가 의학·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오염원과 피해자 거주지 간의 거리, 거주기간 등을 고려해 경험칙과 사회적 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인과관계를 추정한 것에 의의가 있다.

환경오염피해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은 환경오염피해 입증 및 손해배상이 어려운 피해자들을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구제급여를 먼저 지급한 후 원인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사업이다.

이번 김포시 거물대리 주민에 대한 구제급여 지급 결정으로 시범사업 구제 대상자는 지난해 지급 결정한 옛 장항제련소 주변지역 주민 76명, 대구 안심연료단지 5명 등을 포함해 모두 89명으로 늘어났다.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라면서 “환경오염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