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자원외교를 강조하면서 여기 저기서 목소리를 높이더니 드디어 쓴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고 지도자가 한마디 하면 너도나도 끼어들어 한몫을 차지하려는 행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자원대국에 주재하고 있는 대사들이 이같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주부터 열리고 있는 해외 공관장 회의에서다.

 

하찬호 주(駐)이라크 대사는 지난 22일 외교통상부가 마련한 자원외교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자원외교는 최대한 조용히 실익 위주로 추진해야 하는데 청와대∙총리실∙외교부∙지식경제부 등 여기저기서 너무 떠들고 하니까 오히려 자원 확보하는데 단가만 올려주는 부작용이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 투자유치 TF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갑자기 자원외교가 뜨는 아이템이 되다 보니 (정부 부처들이) 이걸 하지 않으면 (대통령으로부터) 인정받기 어려운 분위기가 돌아서 그런지 너무 행사 위주로 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한 “그냥 대표단을 끌고 가서 ‘자원을 달라’고 해서는 안되고, 고위급 외교도 완벽한 전략을 갖고 실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이같은 사태를 예견한 바 있다. 에너지∙자원 외교를 둘러싸고 총리실과 외교부 등이 경쟁적으로 나섬으로써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자원외교에 콘트롤 타워가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배가 사공이 여러명이면 산위로 올라갈 수 있듯이 우왕좌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자원외교는 어디까지나 지식경제부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뭐니뭐니 해도 그나마 에너지∙자원 정책과 외교는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가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및 광업진흥공사와 같은 그동안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공기업의 경험과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지식경제부가 자원외교의 중심에 서야 할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분위기는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지식경제부도 다소 눌려있는 듯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지식경제부도 부처 통폐합으로 여러 부서가 합쳐지면서 자원외교에 대한 전문성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외교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또한 앞에서 해외공관장들이 지적했듯이 매우 정교한 계획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요즘 지식경제부의 자원관련 부서들을 들여다 보면 뭔가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지식경제부가 하루빨리 시스템을 체계화함으로써 자원외교의 중심에 설수 있는 실력과 위상을 확보하길 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