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지수에서 석유·가스부문 주식비중 1979년 이후 최저치
반면 구글은 단일기업 재생에너지 최고액인 20억달러 투자 발표

[이투뉴스] 에너지 산업은 변동성이 심한 산업 중 하나다. 그럼에도 최근 유가 하락 속에서 S&P 500 지수에서 석유, 가스 부문이 차지하는 주식 비중이 1979년 이래 최저치를 보여 업계에 충격을 줬다. 원유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 확대에서 기인한 영구적인 변화인지, 저유가로 인한 단기성 투자 자신감 하락인지 아직 분명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세계 여러 대기업들의 투자 결정들은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마존(Amazon)사는 파리 기후 협정 목표 보다 10년이나 앞선 204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회사의 제프 벤조스 CEO는 3년 내(2022년) 1만대 전기 배달차량을 운행하고, 이르면 2024년까지 회사의 80%에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모든 아마존 건물과 10만대 배달 차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운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날 구글(Google)사는 단일 기업의 재생에너지 투자로는 최고액인 20억 달러를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아마존과 구글 직원들을 포함해 세계 수 백만 명이 UN 기후 주간에 앞서 기후 파업과 가두 시위를 벌였다. 파타고니아의 로스 마카리오 CEO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본이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수 년간 재생에너지 도입을 거부했던 미국 내 가장 큰 전력사인 듀크 에너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저감 50%, 2050년까지 100%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휘발유 엔진을 발명한 독일 자동차 제조사 다임러(Daimler)는 자동차의 전기화를 위해 내연 기관 엔진과 관련된 모든 연구와 개발은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뉴스들은 최근 한 주 동안 발표된 내용들이다. 반면 원유, 가스 산업에서는 우울한 뉴스들이 터졌다.

엑손 모빌이 90년만에 처음으로 S&P 500 지수에서 상위 10위권 순위에서 밀려났다. S&P 500 지수에서 에너지 부문 비중은 최저 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석유와 가스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기 때문에 주가 변동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산업이 지난 40년 동안 S&P 500에서 이렇게 낮은 비중치를 보인 적은 없었다고 <CNBC>방송은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동안 안전한 투자처였던 거대 석유업체들에 대한 투자 자신감 하락이 과연 단기적인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울프 연구소(Wolfe Research)의 샘 마골린 상임 연구원은 “석유 산업은 스스로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세계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는 피크 오일(Peak Oil) 시기를 확실히 알고자 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분야의 S&P 500 지수 하락과 에너지에 대한 일반적인 투자자들의 관심 하락의 상관 관계는 기술 산업의 성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기술 산업이 커다란 성과를 내면서 다른 산업들의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5년간 S&P 500 내에서 기업 성과의 30%가 알파벳,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5개 대형 기술 회사 주식에서 나왔다. 

마골린 연구원은 “엑손 모빌의 발행 주식이 20년 전보다 낮지 않다. 다른 기술 회사들의 발행 주식이 3배로 뛴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에서 기술로 주식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곳은 S&P 500 지수 뿐만이 아니다. 1982년 ‘포브스 400’ 순위에서 400명의 최고 부자들 가운데 89명이 석유에서 자산을 일궜으나, 지난 2018년 포브스 400에서 59명이 기술 분야에서 재산을 불렸다. 

CFRA의 글릭먼 에너지 전문가는 “유가가 50~60달러로 거래됐던 2005년과 2006년 사이 세계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며 “지금은 대체 에너지가 (원유, 가스 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완전히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이라고는 전망하지 않는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 에너지 저장의 규모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트렉 연구소의 닉 콜라스 창립자는 “(화석 연료 산업이) 더 이상 투자할 만한 흥미로운 투자처가 되지 않고 있다. 벤처 자금은 탄소 에너지 산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풍력과 태양광에 밀릴 가능성은

전력 산업에서 지난 10년간 천연가스가 석탄을 밀어냈다면, 다가올 10년은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사이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모닝스타>의 트레비스 밀러 전문가는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간의 경쟁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연가스 보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게 소비자들과 전력사들에게 더 이득이 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다”며 “10년 전으로 돌아가보면 거의 모든 전력사들은 천연가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반추했다. 

노던 인디애나 공공 서비스사의 CEO는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사업 제안서들이 천연가스 사업을 제치고 있다는게 놀랍다”며 “5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고백했다. 

엑손 모빌 등 석유 회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사업에 크게 투자하고 있다. 미국내 전력 발전 시장의 빠른 전환이 천연가스 시장에 투자하는 대기업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비용 공식은 전 세계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골리 연구원은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곧바로 이동하는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세계는 탈석유화로 향하고 있으며, 천연가스의 경우 똑같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로얄 더치 셸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 가장 큰 글로벌 기업이다. 회사는 2035년까지 가스 수요가 현재보다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를 맞추기 위한 투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드 맥킨지>의 루크 파커 전문가는 “대부분은 전력 발전을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로키 마운틴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현재 가스 화력 발전소와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는 손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력사들과 투자자들은 2025년까지 신규 가스 화력 발전소 건설에 7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연구 보고서는 그 곳에서의 용량 90%가 청정에너지 전력보다 더 비쌀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 배경은 가파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 저장 가격에 있다. 2010년과 2018년 사이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은 85% 떨어졌다. 2030년까지 추가적으로 50%가 하락할 것으로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는 예상했다. 

포드의 마크 필드 전 CEO는 “아마존 사의 10만대 전기 배달차량 구매 발표는 배터리 회사들에게 굉장한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더 폭넓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00% 재생에너지 전력 발전을 목표로 삼은 미국 전력사 엑셀 에너지(Xcel Energy)는 한 때 미국 내에서 석탄 발전을 가장 많이 한 회사 중 한 곳이다. 밀러 전문가는 “엑셀 에너지는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발전원을 전환시켰다”며 “그러다 지난 2년 동안 재생에너지로 관심을 완전히 돌렸다”고 말했다. 

그는 “승자는 지금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쪽이 될 것”이라며 “뒤늦게 뛰어드는 회사들은 패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연가스가 계속해서 미국 전력망의 가장 크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향후 5년 간 천연가스의 발전원 점유율이 1/3에서 4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왔다.  

밀러 전문가는 “(천연가스는) 주요 연료라기 보다 중간 다리 연료라 될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사람들이 발전 사업에서 석탄 퇴출을 이미 예견했으나, 재생에너지가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는 속도를 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유 대기업의 에너지 주종목 전환 가능성은 

BP와 셸 등 원유 대기업들의 석유, 가스 관리팀들이 ‘에너지 전환’에 대한 논의를 많이 나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드 맥킨지>는 각종 발표와 투자자 콜에서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 사용의 상당한 증가를 발견했다고 분석했다. 

<우드 맥킨지>의 파커 연구원은 “5년 전만해도 거의 전무했던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는 현재 투자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 주제가 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회사들이 스스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회사들의 저탄소 산업에 대한 투자는 전통적 석유와 가스에 대한 투자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셸은 2025년까지 연간 300억 달러 전체 예산 가운데 재생에너지에 연 20억~30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평균적으로 원유·가스 회사들은 예산 중 1%만을 재생에너지에 투입하고 있다. 여전히 화석연료에서 많은 이득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파커 연구원은 “현재 페르미안 분지(셰일가스 생산 중심지)와 경쟁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투자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엑손과 셰브론 등 주요 석유, 가스 회사들이 재생에너지가 아닌 석유와 가스에 대규모 재투자를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히 철학적인 이유가 아니다”며 “경제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에서 이득을 더 볼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있다면 이들도 재생에너지로 투자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지적했다. 

셸이 결정한 재생에너지 투자는 석유, 가스 대기업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커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해상용 풍력 산업에서 발생되는 안정적인 유동 현금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최근 해상용 풍력 발전에 대한 기록적인 경매가가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책정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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