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ESS 설치한 사람들 다 죽는다”
“이러다 ESS 설치한 사람들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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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10.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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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대책발표 후 경북 군위서 세번째 ESS 화재
다중이용시설 그대로 방치…"큰일 터지면 어쩌나"
▲삼척 한 태양광발전소 연계용 ESS에서 발생한 화재로 배터리설비가 불타고 있다.
▲삼척 한 태양광발전소 연계용 ESS에서 발생한 화재로 배터리설비가 불타고 있다.

[이투뉴스] “산업부가 아무도 책임 안지도록 이렇게 해 놨다. 정말 몇 사람 죽어나가고, 이 일로 촛불을 들고 일어서야 정신을 차릴텐가!” (A 태양광발전소 관리자)

“다중이용시설이라 위험하니 이동해야 한다고만 고지하고 이후론 나몰라라다. 이렇게 그냥 돌리다가 정말 큰일(사상사고)이 터지면 어쩌려고 그러나. ‘사람이 먼저’란 정부가 맞나” (B 건물 ESS 사업자)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화재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세 차례나 추가 ESS화재가 발생하자 그 원성이 정부를 향하고 있다. ESS 연쇄 화재에 대한 미온적 정부 대응이 수습 불가능한 수준으로 화(禍)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현재 전국 1500여개 공장‧다중이용시설‧태양광·풍력발전소에 설치돼 있는 ESS는 배터리기준 5200MWh에 달한다.

1일 정부 당국과 ESS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평창풍력에서 누적 25번째 ESS화재가 발생한데 이어 닷새만인 29일 경북 군위군 우보면 한 태양광발전에서 추가 화재가 났다. 이로써 지난 6월 산업부 대책 발표 후 발생한 ESS화재는 8월말 충남 예산군 태양광연계형을 시작으로 3건이 됐다. (누적 화재 26건)

2017년초 정부가 충전 전기요금 할인이나 REC(신재생공급인증서) 보조금 등으로 ESS 보급사업을 추진한 이래 매달 한 번꼴로 불이 난 셈이다.

이번 군위 ESS는 2017년 12월 중순 가동을 시작한 태양광발전소(500kW) 연계용이다. 450kW PCS(전력변환장치)와 B사 리튬배터리 1500kWh를 장착했다. 충남 예산군 태양광연계형 화재와 마찬가지로 B사가 산업부 발표 이후 70%로 낮췄던 배터리 충전률(SOC)을 다시 95%로 높였다.

열폭주에 의한 화재발생 과정도 이전 사고들과 유사하다. 배터리 만충상태에서 방전 대기 중 이상 전압 징후가 포착돼 관리자에 사전경보가 전달됐으나, 이를 원격 CCTV로 확인했을 땐 이미 과열된 배터리에서 한참 가스가 분출되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불길로 번지기 전 현장에 도착하고도 에너지를 잔뜩 품은 상태서 폭주하는 배터리를 진화할 방법이 없어 ESS가 전소될 때까지 화재 확산저지에 주력했다. 현장 관계자는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데, 물을 뿌릴 순 없으니 불꽃이 날 때까지 대기하다가 진화를 시작한 경우"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 발표가 무색하게 화재가 잇따르자 ESS를 설치한 사업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보증기간 3년을 넘겨 추가 화재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A 사업장 관계자는 "서로 책임을 안지려 하고, 산업부도 누구의 책임이 아니란 식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보증기간 이후 불이 나면 사업자 관리부실 책임이 되게 생겼다"면서 "손해보험사도 보험을 들어주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 물건을 팔아놓고 일단 쉬쉬하면서 보상해 준 뒤 1년만 더 버티자는 심산 아니겠나. 이런 회사들을 세계 일류 배터리회사라고 하면서 정부가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복수의 ESS 화재 사업장에 의하면, 정부는 ESS 신규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전기안전공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을 동원해 원인규명에 나섰지만 설비가 완전히 불에 타 원인규명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심지어 당국은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확보한 사진이나 기록 등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다.

사업장 한 관계자는 "그 틈에 전지회사들이 피해를 다 보상해주겠다고 사업자를 구슬러 입단속까지 시킨다. 3년까지는 그렇게 넘기겠지만 나중엔 정말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15년을 쓴다는 설비를 들여놨는데 훗날 아무도 책임을 안진다고 하면 어쩔 셈이냐. 1년 뒤부터가 정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임시 가동중단 조치 이후 유야무야 재가동하고 있는 300여개 다중이용시설 ESS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정부는 올초 이들 사업장에 가동정지 권고 공문을 발송했으나 중단을 강제하지는 않았다. 대책위 조사발표 이후 옥외 이동대상 설비란 통보만 건넨 게 전부다.

C사 건물ESS 사업자는 "가동중단 시 매달 막대한 투자비 손실을 입어야 하고, 건물밖으로 ESS를 빼낼 때 소요되는 비용보상에 대한 법적기준이 없다보니 일단 불안하더라도 가동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루 빨리 이 부분에 대한 정부입장이 정리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ESS 공학 전문가는 "대부분의 사고에서 열로 배터리 부피가 팽창해 가스가 새 나온 것으로 확인됐는데, 정부의 안전대책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 전체가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한 거대 ESS 배터리 시험장이 됐다"면서 "SOC 하향조정에 따른 보상을 생각해서 배터리 회사들이 소탐대실하고 있다. SOC를 낮추고 별도 감시장치를 설치하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대책"이라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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