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만톤 냉매 수입 불구 회수량은 3백톤 불과
선진환경, 폐냉매 재생‧파괴 국내 첫 동시 수행

▲김갑득 선진환경 부사장(사진 왼쪽 아래)이 재활용이 불가능한 냉매를 열적파괴해 온실가스 부담을 제거해주는 자사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냉매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4000배 온난화를 유발하는 물질이지만 여전히 관리가 허술한 상태다.
▲김갑득 선진환경 부사장(사진 왼쪽 아래)이 재활용이 불가능한 냉매를 열적파괴해 온실가스 부담을 제거해주는 자사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냉매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4000배 온난화를 유발하는 물질이지만 여전히 관리가 허술한 상태다.

[이투뉴스] “매년 2만여 톤의 냉매가 새로 수입‧사용되는데 이렇게 회수되는 양은 300여 톤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대기로 방출돼 CO₂의 최대 1만 4000배로 지구온난화와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부산시 강서구 생곡자원순환특화단지. 김갑득 ㈜선진환경 부사장이 회수냉매용기와 연결된 냉매회수·정제장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냉매마다 액화점이 다른 특성을 이용해 폐혼합냉매를 순도 99% 재생냉매로 되살리는 장치다. 재생냉매는 다시 충전용기에 담겨 수요처에 판매된다. 하루 최대 1.8톤을 재생할 수 있다.

냉매는 냉난방과 냉동‧냉장 시 열전달을 담당하는 화학물질이다. 값이 저렴한 불소계(CFC‧HCFC‧HFC)가 다량 보급돼 있다. 가정‧상업용 냉동‧냉장고는 물론 각종 에어컨이나 공조장치, 대형빌딩, 산업체‧제조시설 설비 등에 가스형태로 주입돼 있다. 흔히 ‘에어컨 가스’로 부르는 것이 바로 냉매다. 무색무취로, 인체 독성은 낮다.

하지만 지구환경에는 치명적이다. 대기로 방출되면 성층권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를 초래해 기후변화를 가속화 한다. 특히 불소계 냉매의 온난화 효과는 CO₂ 대비 적게는 90배에서 최대 1만4000배에 달한다. 냉매 1톤을 재사용하거나 완전 처리하면, 1만톤 이상의 CO₂를 감축하는 효과와 같다는 얘기다.

선진환경은 이런 폐냉매를 회수해 재생하거나 열적파괴하는 폐기물종합재활용 벤처기업이다. 기존 냉매 재생은 물론 자체 냉매 열적파괴 설비를 이용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냉매나 재생과정 불순물을 처분해 준다. 단일 사업장이 폐냉매 재활용과 파괴허가를 동시 획득한 건 국내서 처음이다. 일일 5톤을 처분할 수 있다.

앞서 선진환경은 환경부 ‘Non-CO₂ 온실가스저감기술개발’ 국책 연구과제 주관기업으로 참여해 폐냉매 열적파괴 및 무해화 시스템 등 15건의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했다. 이어 2017년말 부산공장에 전용 파괴설비를 건립했다. 연구개발비를 포함 60억원을 투입했다. 일본, 미국 등에 이어 국산화 처분기술을 확보한 것도 이때다.

▲회수냉매용기와 연결된 냉매회수·정제장치. 냉매마다 액화점이 다른 특성을 이용해 폐혼합냉매를 순도 99% 재생냉매로 되살리는 재활용 설비다.
▲회수냉매용기와 연결된 냉매회수·정제장치. 냉매마다 액화점이 다른 특성을 이용해 폐혼합냉매를 순도 99% 재생냉매로 되살리는 재활용 설비다.

하지만 현재 설비 가동률은 처리능력의 30%에도 못 미친다. 대기환경보전법과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라 전량 회수돼 전문기업에서 처리돼야 할 냉매가 어느 단계에선가 아무도 모르게 대기로 버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작년 11월부터 시행된 개정 대기보전법은 온실가스 물질인 냉매기기 소유자 등에 관리사항을 기록‧보존하고 반기마다 회수결과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1일 냉동능력 20톤(20RT) 이상인 건물 냉난방 및 식품 냉동‧냉방기, 산업용 설비 등이 관리대상에 우선 포함됐다. 사용자가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100만원)도 문다.

그러나 냉매 생산-사용-폐기단계 관련법은 몬트리올의정서에 의한 오존층보호법, 전자제품 등의 자원순환법, 대기보전법, 폐기물관리법 등으로 나뉘어 빈틈이 많고, 환경당국의 단속도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업계는 냉매 수입량의 90% 이상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냉매 발생량은 냉동공조장치만 연간 3만800여톤이며, 이를 GWP로 환산하면 CO₂ 5136만톤에 달한다. 국제협약에 따라 전 세계는 CFCs 계열은 2010년부터, HCFCs는 2030년부터 각각 신규 생산‧소비량을 0%로 줄여야 한다.(HFCs계열은 2045년까지 85% 감축)

하지만 환경이 미치는 악영향 대비 여전히 냉매가격은 생수값의 3배 수준에 불과하고, 20RT 미만 설비는 관리대상에도 포함하지 않을 정도로 국내규제가 허술하다. 대부분의 중소사업장이 폐냉매를 위탁처리하지 않고 밸브를 열어 대기중에 무단 방출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 부사장은 “이론적으론 냉매 수입량과 회수량(재생 또는 처분량)이 같아야 하지만, 실제 회수량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발생량을 모두 회수‧처분하려면 현재 설비의 20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법을 지키면 세상에 이롭고, 안 지키면 범법임에도 제대로 관리가 안된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강우 선진환경 CEO] "관련법 일원화와 파괴(처분) 우선정책 필요"

▲이강우 선진환경 CEO
▲이강우 선진환경 CEO

“아무리 잘 만든 법이라도 집행을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냉매관리에 관한 국내 관련 법제 현황을 설명하던 이강우 선진환경 CEO의 한탄이다. 그는 “냉매 없는 공장은 없다”면서 “제대로 집행하는 순간 모두 범법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사업자의 자발적 의무이행 의지나 정부당국의 관리규제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CEO는 “오히려 여러나라에 사업장을 둔 다국적기업은 기업 이미지를 생각해 규정을 철저히 준수한다”면서 “우선 내년까지 20~30%만이라도 제도권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순차적으로 그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법 일원화와 재활용 우선 정책 재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CEO는 “환경부나 환경공단도 제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매번 담당자가 바뀌고 사각지대가 많아 냉매 소비량은 되레 늘고 있다”며 “작은 노력으로 큰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법제 일원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환경 선진국은 재생보다 파괴(처분) 우선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의 경우 파괴 비중이 70~80%에 달한다. 하지만 우린 회수량의 5% 수준”이라며 "냉매를 재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총량관리 측면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파괴다. 없앤 양만 규명하면 깔끔하다"고 조언했다.

다년간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시장에서도 선진환경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CEO는 "사우디와 양국정부 관계자가 임석한 가운데 100억원 규모 설비수출 MOA를 체결했다"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업(業)이라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국산 우수환경기술 수출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부산시 강서구 생곡자원순환특화단지내 선진환경 본사 사옥
▲부산시 강서구 생곡자원순환특화단지내 선진환경 본사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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