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성필 백산주유소 대표
가정과 일의 양립,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친절' 선택
코코호도 입점한 유일한 곳…"비결은 정직한 레시피"

▲문성필 백산주유소 대표.
▲문성필 백산주유소 대표.

[이투뉴스] 고용인 전부를 정직원으로 고용해 일자리 창출과 행복나눔에 동참하고 있는 주유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백산주유소를 찾았다.

처음 백산주유소에 들어섰을 때 느낀 것은 ‘제복이 특이하다’는 생각이었다. 밀짚모자에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는 주유원들의 모습에서 기자는 놀이동산에 들어선 것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었다.

생각대로 백산주유소 주유원들의 옷차림은 이미 지역의 명물로 통하고 있었다. 여름에는 밀짚모자와 하와이안 셔츠, 겨울에는 카우보이 모자와 붉은 셔츠를 입고 “안녕하세요! 백산주유소입니다!”를 외치는 주유원들을 보기 위해서 주말다 가족들과 함께 주유소를 방문하는 단골고객이 있을 정도이다.

주유원들의 이 같은 인사성은 단순히 친절을 강조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성필 대표는 “직원들이 액션과 함께 인사를 하는 것으로 손님들은 ‘여기 사장이 누구냐? 왜 이렇게 친절하냐?’는 리액션을 보인다”며 “단순히 친절과 인사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 같은 친절서비스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제가 지난 1993년도부터 주유소 운영을 시작했으니 현재 27년째하고 있다. 처음 10년 동안은 소수의 주유소 아르바이트생들을 데리고 현장에서 직접 주유원으로 일하면서 하루에 서너시간씩 자며 돈을 벌곤 했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일이 너무 힘들어서 주유소 더 잘하는 분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강남이나 타지역을 찾아가 벤치마킹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정과 일의 양립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친절’을 선택한 것이다.

이후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생계곤란을 이유로 고객의 신용카드를 불법복제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는 친절을 직원들에게도 나누기로 했다. 모든 주유원을 정직원으로 고용하고 어떻게하면 주유소 가족들이 더 밝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현재 백산주유소에는 13명의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 직원들은 모두 4대보험을 적용 받는 정직원이다.

▲백산주유소의 명물인 인사하는 직원들은 랜드마크가 됐을 정도다.
▲백산주유소의 명물인 인사하는 직원들은 랜드마크가 됐을 정도다.

◈ 호두과자집 운영, 주유소와도 일맥상통해

고속도로 휴게소도 아닌데 호두과자 브랜드인 코코호도와 함께 운영되는 주유소는 처음 본다는 기자의 말에 문 대표는 웃으며 “저희도 몇 년 전 까지는 일반적인 주유소였다”고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5년 전만해도 백산주유소는 일반적인 풀서비스 주유소였지만 주유소 수익률 상승을 위해 셀프주유소로 업종변경을 하게됐다. 일반적으로 풀서비스 주유소가 셀프化하면 직원을 정리하고 소수인원으로 정예운영하곤 한다.

하지만 문 대표는 이미 4대보험까지 적용하고 있는 주유소 식구들과 헤어지기 보다는 함께 나아가는 방법으로 부대사업으로 코코호도 입점을 결심했다. 결국 코코호도 입점은 새 수익구조 창출이 아니라 사업개편에 따른 기존 직원들의 일거리 창출을 위해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호두과자 사업도 결국은 세일즈다 보니 ‘직원들도 이런 프랜차이즈를 경험하면 훗날 창업의 기회가 왔을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밀어붙이게 됐다”며 “큰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좋아하는 점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코코호도 백산주유소점은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맛집 전문 블로그에 등재될 정도로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그는 이 같은 맛의 비결로 원리원칙을 지키는 정직한 레시피를 들었다.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레시피를 얼마나 충실히 지켜나가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당장 호두과자 반죽만 예로 들더라도 최소한 두 시간의 숙성시간을 거켜야 하니 오픈 두세시간 전에는 출근해 반죽을 만들어둬야 한다.

호두과자에 들어가는 재료 중 가장 비싼 것은 호두이다. 그렇다보니 호두를 소량 넣느냐, 대량 넣느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 같은 고민은 주유소 운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세차기를 운영하더라도 아무 것도 사용하지 않고 물만으로 세차하는 것과 샴푸, 폼, 왁스, 세제의 비율을 적당량 지켜가면서 하는 것의 차이는 확연하다는 것,

문 대표는 처음 코코호도가 입점했을 때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가장 양질의 제품을 만들자”고 직원들과 얘기하고 호두 속껍질이 덜 까져서 떫거나, 호두가 너무 적은 호두과자들을 맛보며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 같은 원칙중시에 가장 먼저 보답해준 것은 손님이었다. 직원들 먹으라며 몇만원씩 호두과자를 사주고 가는 손님부터, 다른 지점은 이런 맛이 안 난다며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까지. 문 대표는 “고객들은 어찌보면 나보다 직원들을 더 사랑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며 “가장 작은 원칙들부터 지켜나갈 때 소비자들이 알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공이라는 카테고리에 지속해서 유지되는 사업이 들어간다면, 5년차에 들어간 코코호도 사업은 이미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매출 견인보다는 복지…사회환원 관점에선 성공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올해, 혹여나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기자의 질문에 문 대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저임금은 지켜나가야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지만 직원들 개개인으로서는 그리 많은 급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효율적인 주유소 운영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높은 마진을 유지한다면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성공한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유소 운영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한 사람의 일자리라도 늘리고,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다면 사회환원이라는 관점에서 성공한 사업장으로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현재 문 대표는 매출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복지에 힘쓰고 있다. 직원과의 관계를 살피는 것과 동시에 사회봉사단을 만들어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배식봉사를 가는 것이다. 다만 또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유가가 오르면 판매량이 줄어들고 매출액이 올라간다. 그러면 세금도 함께 올라 주유소는 이중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다. 유가가 좀 떨어지고 안정화되면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예전에는 연초에 주유소 1년치 운영계획을 짰다. 하지만 요즘은 한달한달이 어려워 굉장히 단기적으로 계획을 짜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직원들이 차량을 유도하고 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직원들이 차량을 유도하고 있다.

◈ 젊을 때 꿈꿨던 것들을 잃지 않고 올바른 생각 가져야

문 대표는 이미 강의도 여럿 다니고 있을 정도로 유명인사다. 그러다보니 동종업계건 다른 업계건 간에 그를 롤모델 삼아 그가 쓴 책을 읽고 그의 성공철학을 답습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후발주자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문 대표는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의 김성오 부회장이 쓴 '육일약국 갑시다'를 권했다.

‘육일약국 갑시다’에 따르면 마산에서 600만원의 빚을 내 전국에서 가장 작은 4.5평짜리 약국을 시작한 김 부회장은, 서울에나 가야 에스컬레이터와 자동문을 볼 수 있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약국에 에스컬레이터와 자동문을 설치했다. 그리고 택시에 “육일약국 갑시다”라고 말해서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육일약국을 널리 알린 것이다.

문 대표는 “직원들에게 ‘육일약국 갑시다’를 추천했더니 직원들이 일부러 택시를 타고 다니며 ‘백산주유소 갑시다’라며 홍보를 하고 다녔다”며 웃었다.

그는 또한 ‘총각네 야채가게’와 ‘민들레 영토 희망스토리’, ‘상도’를 추천했다.

문 대표는 “오랜시간 주유소 운영을 하다보니 당연히 해야하는 것처럼 여러 편법들도 함께 배우게 됐고 편법 때문에 실패하거나 손해를 보기도 했다”며 “그런 편법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올바른 생각과 판단의 기준을 잡아준 것이 최인호 선생님의 상도였다. 상도를 읽으면서 우리가 젊을 때 꿈꿨던 것들을 나이를 먹으며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장사를 하는 분들은 대부분 돈을 벌기위한 목적만 가지고 운영하시는데, 그런 과정에서 사람을 소중이 생각하면 좋겠다. 모든 것은 내가 행복하기 위한 과정들이다. 자신의 행동과 언어를 다시 돌아보고 작은 것 하나부터 조금씩 바꿔나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며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된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면 더 즐거운 에너지가 생성된다. 그런 시선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밝아지는 법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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