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역 통한 합리적 기준 제시 등 4년 간 공들인 도시가스는 결실
고용노동부, 형평성 내세운 LPG측 의견 수용 산업안전보건硏에 용역

▲PSM규제완화를 두고 쓴맛을 본 LPG업계가 연구용역을 통해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PSM규제완화를 두고 쓴맛을 본 LPG업계가 연구용역을 통해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이투뉴스]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공정안전관리제도(Process Safety Management) 개정을 두고 승패가 엇갈린 도시가스업계와 LPG업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PSM 취급규정량의 적용기준 재산정을 두고 도시가스는 규제가 완화된 반면 기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LPG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연구용역을 통해 합리적인 적용기준 재산정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과는 두고봐야 되겠지만 일단 규제완화의 길이 열린 셈이다

내후년 1월부터 공정안전관리제도가 적용되는 51개 대상물질의 취급규정량 조정이 시행되면서 적용기준이 크게 완화된 도시가스와 달리 LPG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연구용역 등을 통해 검증된 합리화 방안을 제시해 추후 개정과정에서 결실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인화성가스로 분류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았다가 제도 개정을 통해 대규모 수요처인 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 치명타를 맞게 된 LPG가 경쟁력 확충을 위해 반격을 시도하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경쟁력이 떨어져 고심이 큰 LPG업계로서는 간극이 한층 더 커지는 상황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물질·화학적 위험특성은 물론 국가적 과제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대한 기여도 측면에서도 도시가스와 LPG의 위상이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PSM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중대산업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사업장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제도이다. 중대산업사고는 유해·위험물질의 누출·화재·폭발로 근로자 및 인근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사고를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9조의2(공정안전보고서 제출 등)와 시행령 제33조의6(공정안전보고서 제출대상)에 근거해 대상 사업장에서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 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하고 이행상태를 점검·평가받게 된다. 3년마다 공정안전보고서를 제출해 심사·확인을 받으며, 등급에 따라 조치가 이뤄진다.

PSM규제를 받는 사업장은 원유정제처리업, 기타 석유정제물 재처리업, 석유화학계 기초화합물 합성수지 및 기타 플라스틱물질제조업, 질소·인산 및 칼리질 비료 제조업, 복합비료 제조업, 농약원제 제조업, 화약 및 불꽃제품 제조업 등 7개 업종이다.

이와 함께 이들 7개 업종외 사업장으로서 인화성가스, 인화성액체, 메틸 이소시아네이트 등 51개의 유해·위험물질을 규정량 이상 제조·취급·사용·저장하는 설비에 적용된다. 인화성가스의 경우 취급규정량 하루 5000·저장 20으로, 도시가스는 하루 6250·한달 187500규모의 사업장이 해당된다.

4년 만에 결실 맺은 도시가스 PSM규제완화

이 같은 PSM 적용기준에 대해 도시가스업계는 오래전부터 타당성이 없다며 합리적인 조정을 요구해왔다. 배관으로 공급되며 관리되는 도시가스가 물질·화학적 위험특성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화성가스보다 높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수소, 염화벤질 등 6개종은 천연가스 보다 위험도가 높은데도 취급규정량이 많다는 점에서 법 적용에 대한 형평성 위배와 함께 중유 등 저급연료를 사용하던 산업체가 청정연료인 도시가스로 전환한 이후 역전환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자 국가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렸다. 

이에 따라 다른 인화성가스와 비교한 도시가스 위험도를 고려해 적용기준을 재산정하고, 도시가스의 사용특성을 감안해 시간당 사용량 기준 또는 배관내용적으로 적용기준을 바꾸는 등 합리적인 적용기준 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이런 요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도시가스협회와 한국가스공사는 201512월부터 20164월까지 5개월간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20164월부터 10월까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명지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세부적인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도시가스 PSM 규정량 상향조정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되자, 이후 고용노동부 등 중앙부처와 유관기관과 오랜 협의를 이어간 끝에 4년만인 올해 드디어 PSM 규정량을 상향조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내후년 1월부터 인화성가스 중 배관을 통해 공급받아 계기압력 0.1MPa 미만의 압력으로 취급되는 메탄 중량성분 85% 이상의 연료용 도시가스는 취급규정량을 지금까지 하루 5000에서 하루 5(제조 5000, 저장 20)으로 조정된다. 적용기준이 10배로 늘어나 사실상 대부분 산업체가 PSM규제를 받지 않게 된 것이다. 메탄 중량성분을 85%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법규상의 도시가스가 합성천연가스, 바이오가스, LPG+Air, 부생가스 등 다양해 적용대상을 천연가스만으로 한정하기 위한 조치다.

LPG업계 동일한 유틸리티규정량 합리화 타당

PSM에서 인화성가스 범주에 함께 포함돼 동일한 규제를 받던 도시가스가 대폭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되면서 LPG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규모 수요처인 산업체를 대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LPG업계로서는 더욱 열세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K가스와 E1 LPG수입사를 비롯한 LPG업계는 도시가스와 LPG가 물리·화학적 성질에서도 안전성에 차이가 없고, 화재 및 폭발 위험성도 메탄, 에탄 등과 함께 저위험물질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동일한 유틸리티임에도 불구하고 LPG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 것은 물론 제도적인 측면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는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공정안전보고서 제출대상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3조의6 2항은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른 액화석유가스의 충전·저장시설은 유해·위험설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LPG저장탱크는 공정안전보고서 제출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LPG저장탱크를 포함한 공급설비 일체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라 방폭설비 등의 적절한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는데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사전 기술검토와 완성검사 및 지자체의 인·허가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중대산업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사업장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제도인 공정안전관리제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산업용 LPG공급설비는 여러 단계의 안전조치를 취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료용 도시가스만 취급규정량을 상향조정할 경우 LPG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주大가 LPG규제수준 연구용역 수행

LPG업계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초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와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 연구기관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LPG업계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달 연료용 액화석유가스(LPG)의 공정안전관리(PSM) 규정량 조정에 대한 안전성 연구용역을 제안, 이를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위탁했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이번 연구용역은 해외사례, 연료용 가스 간 위험성 비교, 취급형태에 따른 위험성 비교, 관련법령 검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LPGPSM 규정량에 대한 합리적 규제 수준을 도출하게 된다.

수행하게 될 연구과제는 연료용 LNG·LPG의 공정안전 대상 규정량 해외 적용사례, 국내와의 차이점 비교분석 LNG·LPG의 물질특성에 따른 위험성 비교 LNG·LPG와 다른 인화성가스 및 인화성액체와의 차이 LNG·LPG 취급형태(저장탱크·배관)에 따른 위험성 비교 도시가스사업법, 액화석유가스법 등 산업안전보건법과 관계법령의 안전관리 수준 검토 및 비교 등이다.

구체적 연구방법은 연료용 LNG·LPG의 공정안전 관련 해외 적용사례 조사의 경우 미국, 영국 등 해외 각국의 공정안전 적용기준, 공정안전 제도 적용에 대한 연료용 LNGLPG의 제외 사유, PSM 사용시설 연결 등 해외 제외 전제조건, 공정안전제도에서 연료용 LNGLPG의 제외 시 대체 안전제도이다.

LNG·LPG의 화재위험성, 폭발위험성, 종합위험성 등에 대한 비교분석에서는 인화성가스의 위험도 비교방법 연구, LPG·도시가스와 다른 인화성가스 및 인화성액체의 비교 등을 수행한다. LNG·LPG의 화재, 폭발, 누출에 의한 확산의 비교분석 부문에서는 폭발 분위기 형성의 동적 거동, 화재형성 범위, 폭발형성 범위, 사고사례에 대한 통계 비교분석 등이 이뤄진다.

저장탱크나 배관 등 LNG·LPG 취급형태에 따른 위험성 비교의 경우 누출에 의한 확산, 화재, 폭발 등 사고영향범위를 비교분석한다.

관계 가스법령 검토 및 산업안전보건법령 비교 분석에서는 액화석유가스법과 도시가스사업법에서 요구하는 안전시설 및 관리방법, PSM과 액화석유가스법에서 안전관리 규정에 대한 비교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고 제도적 개선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연료시장에서 도시가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PG업계가 PSM규제와 관련해 긴 호흡의 전략과 네트워크 구축 실패라는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취급규정량 완화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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