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공사 3825건 중 3030건이 깊이·길이 불일치
이훈 의원 “가스안전공사 시공감리 적합 판정…직무소홀”

[이투뉴스] 지하에 매설되는 도시가스 배관이 대부분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돼 다른 굴착공사가 진행되면서 자칫 파손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감리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세부규정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시행된 고압중압 도시가스 매설배관 공사는 모두 3825건이다. 이 가운데 3030, 80%에 달하는 공사에서 당초 설계도와 매설깊이나 길이가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가스배관은 도시가스사에서 공사를 발주하고 시공사와 계약을 맺어 시공한 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감리를 받게 된다. 감리 과정에서 드러난 시공 불일치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에 고압배관 78건과 중압배관 1139, 지난해는 고압 54건과 중압 1137, 올해 8월까지는 고압 10건과 중압 612건으로 해마다 시공불일치 적발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매설깊이가 설계도면 상 깊이보다 얕게 매설된 경우가 고압배관에서 8, 중압배관에서 776건으로 모두 784건으로 드러났다. 매설길이가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경우는 고압배관에서 142, 중압배관에서 2712건으로 2854건에 달한다. 이 중 배관길이가 설계보다 길게 시공된 경우는 1574, 짧게 시공된 경우는 1280건으로 나타났다.

배관깊이가 실제 더 얕게 매설된 경우 매설된 고압 및 중압배관은 평균 30cm 가량 얕게 매설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최대 1m까지 얕게 매설된 사례도 있었는데,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당초 설계도상 매설깊이는 1.2m, 사실상 20cm만 굴착해 매설한 셈이다.

배관길이가 설계와 불일치한 사례는 수치 차이가 훨씬 크다. 길이가 실제 더 늘어난 경우는 울산 울주군에서 최대 3504m나 늘었으며, 줄어든 경우는 충남 아산시에서 최대 1349m나 짧게 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감사결과에서 시공도면과 다른 배관시공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받은 바 있다. 다른 지하매설물 관리자가 가스배관이 시공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다른 지하매설물 굴착공사를 시행하게 되면 배관 파손에 따른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시공감리를 통해 모두 적합판정을 내렸다. 가스배관이 설계도에 맞게 시공이 됐는지 여부는 시공감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리업무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게 가스안전공사 측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스안전공사의 업무자세는 직무소홀이라는 지적이다. 산업부가 공고하는 일반도시가스사업제조소 및 공급소 밖의 배관의 시설·기술·검사·정밀안전진단기준에 따르면 정밀안전검사 시 배관부설위치와 심도 등이 공사계획에 적정한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현행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요 시공감리 대상에 배관매설깊이를 확인하도록 되어있다.

이런 상위 규정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배관시공의 설계도와의 준수여부를 확인하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하지만 공사의 도시가스시설 검사업무 처리지침에는 이에 대한 세부기준이 없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조치는 도로법 규정에 따라 지하매설물의 안전관리 등을 위해 도시가스사업자가 도로관리청에 이미 승인받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공사를 마친 경우에 준공도면을 제출하도록 한 것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준공도면 제출현황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훈 의원은 고압과 중압 가스배관은 보다 높은 위험성을 지닌 설비로 설계와 다른 시공으로 인해 다른 굴착공사 시 파손되는 불상사가 생기면 이는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는 도시가스의 안전한 관리를 요구받는 도시가스사와 시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의 안전 불감증과 직무소홀이 만연한 상태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훈 의원은 또 배관설치 공사 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고압 및 중압배관 공사의 80%가 도면과 다른 실태는 이대로 놔둘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정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설계와 시공과 일치여부도 감리하는 합리적인 세부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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