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김선교] 1. 전환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꿈’을 뜻하는 이 단어는 보통 혁신을 이야기하며 현재의 지형을 바꾸고자 할 때 주로 사용된다. 어떤 관점에서는 전환은 결국 생존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10월 공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 보고서’에서는 “인간 활동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약 1.0℃의 지구온난화를 유발했으며,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1.5℃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히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2019년 9월 출간한 ‘그린 뉴딜(Green New Deal)’에서  “임계점인 1.5℃에 도달하게 된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인류는 문명의 근본적인 방향을  매우 빠르게 전환해야”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에 관련된 모든 것이 바로 전환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우리 다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얼마나 심각한지, 왜 전환해야 하는지,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를 거의 인지하고 있지 못한다.

2. 에너지 전환

기후변화의 주요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지난 200년가량 열심히 사용해온 화석연료이다. 화석연료는 인류를 가난과 기근에서 벗어나 찬란한 여러 문명의 꽃을 피우게 해줬으나 이제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전환’에 집중해야 할 영역이 바로 에너지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환은 말 그대로 ‘에너지를 새로운 방향이나 상태로 바꾸는 일’을 의미한다. 다만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하루의 시작을 스마트폰 배터리를 사용하며 시작하듯, 에너지는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전력산업부터 건물, 자동차, 농업에 이르기까지 먹고, 자고, 이동하는 우리의 삶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에너지 전환을 이끌 수 있는 기술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풍력 터빈은 1880년대, 태양전지는 1950년대 개발되었지만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선 국가·지역에서는 이제는 20%, 30% 목표를 넘어 50%, 심지어 100%를 지향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2010년대 초반 무렵, 기초적인 수준이었던 사물인터넷·인공지능·전기(자율)자동차는 10년이 지난 지금 흔하게 접하는 개념이 됐고 많은 곳에 응용돼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10~20년 후에는 우리가 익숙한 것들 다수가 완전히 새롭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로열더치쉘  CEO인 반 버든은 “전기 자동차의 확산으로 2020년대 후반에 피크 오일(peak oil)에 부딪치고 그 수요는 점차 내려갈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IT 신기술은 에너지 사용자를 수동적이고 소비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에너지 저장, 에너지 효율, V2G 등 적극적인 프로슈머로 변해가고 있다.

3. 생각의 전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보다 적극적인 대응, 그리고 기술의 변화는 우리 대다수의 생각보다 앞서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류 정치인,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이제 ‘그린 뉴딜’을 선언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국가 산업 동력으로 바꾸어 고용 확대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겠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어떨까?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여전히 추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를 지엽적이고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정치권, 산업계의 풍토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생각을 바꿀 시점이 왔다. 단순히 발전용량, 비용, 수익처럼 숫자로 표현되는 누군가의 몫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우리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각이 바뀔 필요가 있다. 왜 재생에너지가 필요한지,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기술이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지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 주변부, 소수의 목소리에서 중심부, 다수의 주장으로 전환될 때, 비로소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드디어 ‘기후변화’와 ‘그린 뉴딜’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에 우리의 생각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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