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ESS 화재 안전성 보강 대책 발표 뉘앙스는 달라
운영사 "다시 말 바꾸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된다" 토로

▲지난 5월 칠곡 한 태양광발전소에서 발생한 ESS 화재
▲지난 5월 칠곡 한 태양광발전소에서 발생한 ESS 화재

[이투뉴스] 가전과 디스플레이 시장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벌여온 삼성과 LG가 리튬이온배터리 기반의 국내 ESS(에너지저장장치)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냉철한 비교평가를 받고 있다. 신제품·신기술이 아니라 최근까지 잇달아 발생한 ESS화재에 대한 국내 배터리기업의 대응방식과 자세를 놓고서다.

15일 ESS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SDI가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어 최대 2000억원을 투입해 기존 자사 배터리 모듈에 화재 예방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발표하자(관련기사 삼성SDI, ESS화재 '배수진') LG화학도 이에 뒤질세라 유사한 내용의 안전성 강화 대책 및 원인규명 계획을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삼성SDI가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설명회를 끝낸 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서다. LG화학은 '참고자료'란 제목으로 발송된 이 문건에서 자사 역시 ESS 안전성 강화 조치와 원인규명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강조했다.

기존 ESS 사이트에 외부 전력계통에서 ESS로 유입되는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모듈 퓨즈와 서지(고전압) 프로텍터, 랙퓨즈, IMD(절연 이상 시 전원을 차단시키는 장치) 등의 안전장치를 설치했으며, 추가로 화재 시에도 관련기록이 불타지 않는 'Fireproof HDD(불연성 배터리 하드디스크)'를 설치·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선제조치의 일환으로 2017년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JH3 모델) 채택한 사업장의 충전률(SOC)을 90%에서 70%로 낮춰 가동중이며, 그에 따른 손실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화재 확산 방지기능이 추가된 새 제품은 추가 테스트 완료 후 출시·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LG화학도 삼성SDI와 마찬가지로 연내 구체적인 추가 보강조치 계획을 발표하게 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자료에서 "화재 원인규명을 위해 올해말까지 실험을 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만약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더라도 (배터리)교체를 포함한 적극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직 자사 배터리 문제로 판명난 것이 아니어서 보상책임을 논하기 어렵다던 이전까지와는 분명 달라진 행보다. 앞서 같은날 삼성SDI가 "ESS 화재 원인에 관계없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글로벌 리딩업체로서의 책임"이라고 주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단 삼성SDI의 대책발표가 화재 원인을 불문하고 자사가 책임을 지고가겠다는 쪽이라면, LG화학의 대책은 아직 화재 원인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는 차이가 있다. ESS 연쇄 화재 이후 양사가 운영사나 협력사를 대하는 태도나 자세도 크게 달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ESS 운영사 관계자는 "A사와 달리 B사는 지금도 자사 배터리는 아무 문제가 없고 운영이나 PCS(전력변환장치)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발표도 국회가 압박하고 경쟁사가 먼저 나서니까 마지못해 움직인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려고 한다. 다시 말을 바꾸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EPC업체 관계자는 "초기에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는 느낌이다. 정부 조사위가 제 할일을 하고 배터리회사들이 좀 더 일찍 책임지는 자세로 나왔으면 이렇게까지 산업이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제3 기관의 지속적인 사후조치 감독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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