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기로 ESS’ 골든타임 1년에 명운 갈린다
‘생사기로 ESS’ 골든타임 1년에 명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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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10.3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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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LG화학 화재예방시스템 추가 적용 '잰걸음'
정부 후속대책 없이 관망…"산업회생 마지막 기회"
▲컨테이너 내부에 구축된 ESS 모형도
▲컨테이너 내부에 구축된 ESS 모형도

[이투뉴스] 잇따른 화재사고로 생사기로에 선 국내 ESS(에너지저장장치)산업의 명운이 1년 남짓한 골든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로 갈릴 전망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수수방관하다간 국가적으로 막대한 수업료만 치른 채 미래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들에 의하면, 글로벌 ESS 시장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추세에 따라 연평균 40%이상 고속성장하고, 오는 2025년 배터리시장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추월할 전망이다.

3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해외 ESS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반면 국내시장은 때이른 냉각기다. 작년 한 해 3600MWh(배터리용량기준)로 정점을 찍은 ESS 신규 설치량은 올해 누적 500~600MWh(추정치)로 주저 앉았고, 그나마 최근엔 발주자체가 씨가 말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재발하는 ESS화재로 시장신뢰가 무너진데다 화재보험 가입거부와 REC(신재생공급인증서)가격 폭락, 각종 지원제도 일몰 전망 등의 악재가 쌓이고 있어서다.

ESS업계는 규모를 막론하고 고사직전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포함된 시공업체(SI)와 PCS(전력변환장치) 업체 상황이 위태롭다. 중견기업 A사 관계자는 “매출이 작년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미리 증설한 공장은 놀고 있고, 인력을 30%이상 추가로 채용했지만 일감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가 반복되면서 시장이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다. 선금을 주고 미리 사놓은 배터리가 출하되지 못해 재고로 쌓여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대기업이지만 배터리회사들 사정도 녹록지 않다. 전기차 부문 영업실적 개선분을 ESS부문 손실보상으로 쓰는 형태다. 공장증설을 위해 선제적으로 투입한 수조원대 투자액을 감안하면 아직 한 번도 제대로 흑자를 내본 적 없다. 양대기업인 삼성SDI와 LG화학은 매년 설비투자에 1조~1조8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B사 관계자는 “계획대로라면 올해 흑자전환의 원년이 되었을 것”이라며 “내년까지는 (ESS화재)여파가 계속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삼성SDI 울산사업장에 열린 특수소화시스템 설명회
▲삼성SDI 울산사업장에 열린 특수소화시스템 설명회

양사는 화재 억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모듈상부 커버에 부착하는 특수소화시스템을 모든 제품에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이달까지 1단계 외부 고전압‧고전류 차단장치 설치와 펌웨어 업그레이드 조치를 완료하고, 내달부터 본격적인 2단계 특수소화시스템 설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물론 이 작업은 아무리 빨라야 7~8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양도 적지 않은데다 과정도 간단치 않아서다. 작업량은 1000여개 사업장 약 4GWh에 달한다.

기존 배터리에 대한 특수소화시스템 적용은 ①전문 엔지니어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ESS에서 배터리 모듈을 분리한 뒤 ②차량을 이용해 기존제품을 공장으로 수송하고 ③생산공장서 배터리셀과 셀간 열차단제 및 모듈 커버 소화시스템 설치를 완료한 후 ④다시 출고절차를 밟아 사업장에 재설치 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ESS에서 배터리를 분리했다가 재설치하는 과정은 물론 운송‧취급 과정에 배터리가 외부충격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전담팀을 꾸려 최단기간 내 조치를 완료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교체기간 내 미처 이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추가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최근 김해 태양광연계용 설비 추가화재 이후 안전성 확보 차원에 충전상한율(SOC)을 70%로 한시 하향 조정했다. 양사는 이미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내 이상감지 신호하한을 7~8회씩 낮추는 업데이트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도 조만간 자체 화재방지시스템 적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충남 금산군과 전남 구례군 소재 ESS설비를 3~6개월씩 임차해 각종 시험과 화재 원인규명 작업을 벌여왔다. LG화학이 적용할 시스템은 랙(Rack) 단위 주수식(注水式) 워터쿨링 방식으로, 이 시스템을 추가 적용해 강화된 UL인증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별개로 LG화학은 지난 21일 경남 하동 화재 현장에서 회수한 '불연성 HDD'(저장장치) 데이터 분석작업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LG화학은 국내 500여개 사업장에 약 1GWh의 배터리를 공급했다. ESS시공업체 관계자는 "LG화학 화재방지시스템은 물공급을 위한 추가시설이 필요해 설비구축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면서 "연내 시스템 설치를 시작한다해도 양사 작업이 모두 완료되려면 내년 3분기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시공업체 관계자는 "그 전까지 신규 설치가 올스톱 된다면, 중소기업은 폐업 직전까지 내몰릴 수 있어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SS업계와 배터리회사들이 고군분투하는 사이 정부는 후속대책을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다중이용시설 ESS설비 옥외이전 시 지원금을 지급하는 한편 REC 가중치 적용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재예방 차원에 모든 ESS설비의 SOC를 현재보다 하향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다. 하지만 산업 자체가 생사기로에 선 상황인데 정부 대처가 여전히 미흡하고 수세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학계 한 전문가는 "근본대책은 아니더라도 SOC를 낮추는 것이 10번 발생할 화재를 1번으로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당분간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ESS 매체는 없다. 시장잠재력과 국내산업을 감안해 정부가 정책지원을 위해 직접 나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학계 전문가는 "기존 충방전 방식을 전력계통에도 기여하고 ESS시스템 안정성에도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렇게 가려면 시장제도와 지원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SS업계 관계자는 "ESS화재가 외산 업체들이 국내외 시장에 무혈입성할 너무 좋은 빌미를 줬다. 안방시장을 내주고 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결자해지 측면에 배터리 회사들이 과감하게 불량셀을 일체 교체해주고 앞으로도 모두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아니면 신뢰회복은 어렵다고 본다. 산업회생을 위해 움직일 마지막 시간이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전남 구례군에서 추가 발생한 ESS화재로 설비가 불타고 있다.
▲전남 구례군에서 추가 발생한 ESS화재로 설비가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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