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역주민들의 건설반대 민원으로 발전소를 비롯한 에너지시설물 설치가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너도나도 우리 지역에 에너지설비 건설은 안 된다며 집단으로 반발하기 때문이다. 원전이나 석탄발전소, 소각장 등 전통적인 기피시설이 아닌 열병합발전소와 LNG복합, 연료전지, 가스시설물(도시가스, LPG), 재생에너지까지 요즘은 도매금으로 극심한 거부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쓰레기를 태운다는 오명을 받고 있는 폐기물 에너지화를 위한 SRF시설에 대한 반대가 유독 심하다.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 허가를 받은 발전시설이든, 이미 건설까지 완료한 시설물이든 예외 없이 철거하거나 연료를 바꾸라고 강요한다. 심지어 미래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발전까지 주변 햇빛을 모두 끌어가 근처 논과 밭에서 농사가 안 된다는 민원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설비를 대상으로 한 반대민원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대표적인 시설물이 바로 원자력발전소였으며, 신규 원전 위치가 결정될 때마다 지역 전체가 들썩였다. 여기에 전북 부안군 위도에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짓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역단위 민원이 온 나라로 번지기도 했다.

늘 비슷하던 반대이유는 시간이 갈수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원전설비에 대해선 방사성물질 유출을, 나머지 발전소 등 에너지시설물의 경우 환경성(오염물질 배출)과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악취 문제를 비롯해 전자파, 소음·진동, 미세먼지, 경관훼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해당 시설물로 인해 차량 통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교통사고 우려도 민원 대상으로 부각했다.

자기가 사는 인근 지역에 들어서는 에너지설비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와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지역주민 의견은 최대한 수용돼야 한다. 또 사업초기단계부터 주민들에게 사업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은 에너지설비 건설의 당연한 수순이다. 민원 유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한 환경규제와 주민과의 소통의무 부여도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갈수록 에너지설비 반대민원이 정상적인 ‘주민수용성’과 ‘소통’을 넘어 점차 ‘님비’와 ‘생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크다. 반대하면 할수록 개인 또는 해당 집단에 편의와 이익이 제공되다 보니 반대급부를 노린 꾼들이 극성을 부린다는 전언이다. 일부에선 정치권과 결부, 이를 조직화한 ‘대책위원회’가 넘쳐난다. 반면 표와 여론만 생각하는 정부와 지자체는 여기에 휘둘린다.

에너지설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민에게 보상하고, 혜택만 누리는 국민에게는 이를 비용으로 내도록 하는 에너지가격 원가주의 원칙 역시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줏대 없는 행정이 계속될수록 누적된 문제들이 언젠가 한꺼번에 쏟아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은 자명하다. 누군가는 이들의 주장이 ‘소통’인지 ‘생떼’인지 구별을 위해 나서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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