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한국지원경제학회 회장 / 한국혁신학회 회장

▲허은녕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지원경제학회 회장한국혁신학회 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한국지원경제학회 회장
한국혁신학회 회장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타다’가 결국 택시운송업계의 고소를 피하지 못하고 검찰의 기소를 당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이 불법택시영업이라면서 타다를 운영하는 소카 등을 지난봄 고발한 데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것이다. 

한편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약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상호 교환하고 전방위 협력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과 카카오가 각각 상대방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된다.  그간 이동통신시장 1등과 메신저시장 1등으로서 서로 경쟁하는 구도였던 두 회사가 갑자기 서로 ‘합종연횡’을 한 것이다. 이 두 회사는 향후 통신, AI, IoT, 디지털 콘텐츠 등에 함께 진출할 계획이다.

둘 다 10월말에 일어난 일이지만, 정보통신분야에서 시작된 21세기 혁신이 우리나라 사회의 분야별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국경도 산업분류도 넘어서 나타나는 거대한 파도임에도 말이다. 기존의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앞의 사례와 같이 어떤 분야에서는 기존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결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으며, 어떤 분야에서는 경쟁하기보다 한 가족이 돼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세계무대로 나아가자고 한다.

소비자인 국민이 어느 쪽을 더 좋아할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또 어느 쪽이 서비스와 품질이 더 좋을지도 불을 보듯 분명하다.  또 어느 쪽이 국제적인 산업경쟁력을 가질지도 자명하다. 그럼 에너지 분야는 어떨까?

재생에너지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제 에너지분야는 기술에 관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에너지 생산의 효율을 올리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석유·석탄·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원과 단가경쟁을 하는 등 이미 에너지 공급 산업 쪽에서는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개발경쟁에 돌입했다. 선진국 에너지기업들은 이를 위해 디지털 오일 필드(Digital Oil Field), 디지털 마이닝(Digital Mining), 로봇, 드론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하여 너도나도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며, 그 해결책으로 Big Data, AI 등 4차산업혁명기술 또는 정보통신혁명기술들을 이야기 한다.  선진국 전력회사들은 이미 Big Data 관리를 주요 업무영역으로 확대한 지 오래이며, 유럽 유수의 빌딩 에너지관리회사들은 이미 유럽 주요 건물의 에너지효율화를 끝내고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에너지산업 역시 여러 번 ‘타다’와 같은 혁신을 거부해 왔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에너지 공기업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동일하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더 이상 못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천연가스 및 원자력의 도입, 그리고 지역난방, 열병합발전 등을 도입하면서 국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매우 혁신적인 산업이었는데 말이다. 최근 10여 년간은 차라리 대중교통 업계가 더 많은 혁신을 하고 더 많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했다. 이제 택시, 지하철, 버스 요금을 모두 카드로 내고 있지 않은가. 변화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에게 묻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선택할 수 있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제는 20여년 전과 같이 공기업 민영화니 회사분할이니 할 여유도 없다. 산업이 통째로 위기이니 말이다. 하지만 에너지분야의 위기감은 매우 적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전기요금과 핸드폰요금 제도를 비교해 보면 에너지분야의 효율화 이슈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소비자의 핸드폰 사용 정보는 모두 정보통신회사가 모아서 이를 분석해 소비자가 원하는 요금 제도를 만들어 다시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있는데 전기요금은 국민을 위한 새로운 요금제도는커녕 자료를 모으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전기요금제도는 공급자 중심의 원가보전형 요금제도 단 한 종류만 제공되기에 소비자는 선택이 불가능 하다. 핸드폰 요금제도와 같이 소비자의 전력사용패턴에 따라서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효율성과 만족도 모두 올라갈 것이다.

다행인건 정부가 에너지효율 향상을 이번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제1목표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은 우리나라 에너지효율의 2배를 자랑하고 있다. 같은 돈을 버는데 일본은 에너지를 우리나라의 절반만 사용하는 것이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역시 소재나 부품 못지않게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할 부분인데도 놓치고 있다. 시민사회의 노력과 질책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민영화니 경쟁이니 하는 산업구조논쟁도 필요 없다. 단순히 국민의 전력 소비에 대한 정보만 공개된다면 정보통신업계와 벤처기업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올해가 가기도 전에 새로운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이번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역시 DR, EMS, 스마트미터 등 수요관리 부분의 사업이 나열돼 있지만 민간기업의 영역으로 이행돼 신산업과 고용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려울 것 같다.  혁신의 기회가 왔는데 이를 자꾸 놓치고 있는 것이다.

혁신을 원한다면, 국민을 이롭게 하고 싶다면, 이제 ‘누가 할 것인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에너지산업이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제 언제든지 다른 산업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AI시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산업연구원은 이미 2017년 보고서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현재의 에너지가 아닌 다른 에너지원이 탄생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예전 1~3차 산업혁명 때도 언제나 새로운 에너지원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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