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집단에너지 기획연재 ①] 에너지전환시대에도 집단E 역할 커진다
분산전원·미활용·고효율에너지 확대 강조, 목표달성 위한 지원책은 전무

다양한 순기능과 국민 4분의 1이 사용 '팔망미인 집단에너지'

[이투뉴스] 태양광발전소만 한해 2GW를 넘어서는 등 전국적으로 재생에너지 신규 보급이 연간 3GW 시대에 접어드는 등 에너지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추세는 원거리 집단공급방식에서 분산형 에너지로, 또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친환경·고효율 방식으로의 전환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2040∼2050년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주력 에너지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이 90%에 달하는 나라가 등장했으며, 독일 등 일부 선진국도 40%에 육박하는 등 에너지전환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경제성 등의 이유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니 역할을 더욱 키우고 있는 에너지가 바로 열병합발전 및 미활용 열원을 활용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하는 집단에너지다. 비교적 환경친화적인 평을 받는 LNG(산업단지 열병합발전소는 일부 석탄)라 할지라도 역시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완전한 에너지전환시대가 도래하기까지 가교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단에너지 역할이 여전히 강조되고 있는 것은 고효율·친환경 분산에너지라는 데 있다. 여기에 전기와 열을 따로따로 공급하는 방식에 비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여타 에너지와는 다르게 법에도 그 역할과 공급확대라는 정책의지 또한 명시돼 있다.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분산형전원으로서의 집단에너지공급을 확대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에너지 절약과 국민생활의 편익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한다.

법에서도 언급한 ▶분산형 전원 ▶기후변화 대응(온실가스 저감) ▶고효율 통한 에너지절약 ▶국민편익 증진이라는 순기능이 많아 팔방미인이라는 불리는 집단에너지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에너지전환시대의 가교역할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주요 에너지계획을 통해 집단에너지를 비롯한 분산전원 활성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집단에너지가 국가 전체적으로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에너지프로슈머 등 미래 에너지시장을 통합에너지(융·복합) 형태로 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집단에너지에 대한 푸대접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융복합에너지로서 가장 앞서가는 집단에너지 위상을 인정하기 보다 오히려 에너지 변방의 ‘서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불만이 그것이다.

◆명실상부한 국민에너지 불구 관심은 뒷전
산업통상자원부는 ‘5차 집단에너지 기본계획(시안)’을 통해 지역난방 사업은 기존 방식(전기는 기력발전, 열은 개별난방)에 비해 에너지 소비 절감률 38.9%,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률 38.7%(2017년 실적기준)를 달성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역시 에너지 소비 절감률 42.7%,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률 40.6%를 자랑했다. 집단에너지가 이론상으로만 팔방미인이 아니라, 실제 고효율를 자랑하고 지구를 지키는 에너지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집단에너지 확대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이제는 명실상부한 국민에너지로 자리잡았다. 2018년말 기준 지역난방 보급세대수가 310만6000세대에 달해 국내 총주택수(1763만세대) 대비 17.6%에 달한다. 아울러 현재 건설 및 계획 중인 세대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오는 2023년에는 420만세대 규모로 증가, 총주택수 대비 22%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역난방은 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단에너지를 난방방식으로 이용하는 국민 비중은 단순 주택비중(일반주택의 경우 1인가구수 증가 추세)보다 더 높다. 업계는 공동주택당 3인이 거주한다고 가정할 경우 2018년말 기준 이용인구가 900만명에 달하고, 오는 2023년이 되면 12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국민 중 4분의 1이 집단에너지를 이용하는 셈이다.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사업(병행사업자 6곳 포함)의 경우 2018년 현재 45개 사업자가 47개 사업장에서 모두 934개 업체에 전기와 공정용 스팀을 공급 중이다. 산단 열병합은 이를 통해 산업단지 입주업체의 안정적인 생산·제조 활동에 기여하는 한편 에너지이용효율 개선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집단에너지가 국가 전체적으로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정작 사업자들은 힘겨워 하고 있다. 극소수의 선발사업자는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민간 개방 이후 과도한 사업자가 들어오고, 외부환경까지 변하면서 경영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난방 및 구역전기사업을 영위하는 소규모 신생 업체들은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접어들었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자 실제 재무현황을 보면 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35개의 지역냉난방사업자가 2018년 5조8701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849억원에 머물렀다. 여기에 많은 차입금으로 이자내기도 바빠 그 해 지역난방부문 전체적으로 14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24개 산업단지 열병합발전부문은 4349억원을, 병행사업부문(지역난방+산업단지)은 189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제대로 된 집단에너지 역할을 인정받았다기보다 전력판매 영향과 저렴한 연료(석탄 등 고체연료) 사용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계획마다 분산에너지 확대 강조, 과연 실천은?
30년 전 국내에 집단에너지가 처음 도입된 이후 그 역할과 기능을 인정하는 정부 정책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집단에너지 공급기본계획을 통해 매년 확대 정책을 펼쳐 왔고, 상당한 혜택도 부여하면서 사업을 육성했다. 집단에너지 자체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계획에서도 집단에너지 보급확대를 정책목표를 제시하는 등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6월 확정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서도 정부는 집단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연료전지를 묶은 분산에너지 비중(발전량 기준)을 2017년 12%에서 오는 2040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분산전원 목표비중은 2차 에기본 및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더 상향 조정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수요지 인근  분산전원 확대를 위해 수도권 및 지역 대도시에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을 설치하는 한편 노후 열병합설비 개체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발전용 연료전지를 수요지 인근에 설치, 여기서 나오는 열을 집단에너지와 연계(열원 내 설치 혹은 사업자간 연계)시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국가열지도 작성도 다양한 미이용 열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에 대한 용량요금(CP) 차등 보상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수요지와의 거리, 용량에 따른 지역계수 차등화, 연료전환계수의 환경기여도 강화를 거론했다.

전력 위주의 국내 에너지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전력과 비전력에너지(가스, 열, 수소)를 연계한 통합에너지시장으로 바꿔나가고 관련 사업자를  육성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전기, 열, 가스 등을 함께 공급하거나 지역 내에서 가장 비용효율적인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원간 전환(P2X)을 통해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을 허용하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공개했다.

정부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계획은 비교적 잘 짜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단에너지와 자가발전 등 분산형 전원에서 한 단계 나아가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까지 포괄적으로 담은 수요지 인근 분산에너지로 개념을 일부 수정하면서까지 의욕을 드러냈다. 다만 비용대비 실효성이 높은 집단에너지와 자가발전보다는 재생에너지에 지나치게 쏠린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기존 2차 에기본을 비롯해 7,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부가 분산전원 확대 정책만 잔뜩 내놓을 뿐 구체적인 실행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단순계획을 넘어 방법론까지 설계도 마쳤다. 3차 에기본에도 담겨 있듯이 분산전원에 대한 용량요금(CP) 보상 확대가 대표적이다 산정기준에 수요지 위치, 지역계수 차등화, 환경기여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명시했다.

하지만 CP를 일부 상향 조정하고 열병합발전소 무부하비용 지급(최대 50%) 등 흉내만 냈을 뿐 분산전원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미미하다. 특히 제도와 규칙 개정이 쉽지 않은 만큼 우선적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한 분산전원에 대한 보상 강화 등까지 전력당국이 먼저 거론했음에도 불구 전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전력과 열, 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프로슈머 및 통합에너지시장을 지향한다면서도 이같은 사업방식에 가장 근접한 구역전기 및 집단에너지에 대한 배려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전기와 열을 동시에 취급하고 있는데다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및 접목 등 확장성을 자랑하는 집단에너지를 시장조성자로 내세우기보다, 자꾸 에너지신산업만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집단에너지업계의 한 CEO는 이와 관련 “집단에너지는 전기와 열, 가스, 재생에너지까지 어떤 에너지원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정부는 집단에너지를 전기와 가스 산업 중간에 낀 사업으로 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분산전원이든 분산에너지든 산업부의 활성화 계획은 이미 차고 넘친다. 이제 진정한 실행의지와 실천방안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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