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전기설비가 낸 불도 '태양광‧ESS 탓'
불량 전기설비가 낸 불도 '태양광‧ESS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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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11.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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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화재 10건 중 8건은 기존 전기설비 원인
"기준 강화가 능사 아니다. 제대로 된 지침 필요"
▲ESS(에너지저장장치)나 태양광발전시스템 관련 전통 전기설비 불량으로 발생한 화재로 이들 시설의 입지가 곤란해지고 있다. 사진은 모 태양광연계용 ESS설비에서 발생한 화재.
▲ESS(에너지저장장치)나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전력계통과 연계해 주는 전기설비 불량으로 화재가 빈발하면서 이들 시설의 입지가 곤란해지고 있다. 사진은 화재로 불타고 있는 태양광연계용 ESS설비.

[이투뉴스] “불만 났다하면 언론은 앞뒤 안 가리고 다 태양광, ESS 때문이라고 하네요.”

태양광발전시스템이나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주변 전기설비에서 비롯된 화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화재가 전기 관련설비나 특정 부품, 관리부실 등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뭉뚱그려 태양광·ESS 자체가 문제여서 불이 난 것처럼 오해하거나 지탄하고 있어서다.

1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ESS시설 확산에 따라 관련 화재건수도 증가세인 것은 분명하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2013년 19건이던 태양광설비 화재는 2015년 63건, 지난해 80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상반기까지 30여건이 발생했다. ESS의 경우 2017년 첫 화재를 시작으로 이듬해 16건, 올해 12건 등 2년새 29건이 집중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통계 뒤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는 화재 원인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처럼 ‘태양광 화재’, ‘ESS 화재’ 등으로 통칭하는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발생한 250건의 태양광설비 화재 원인을 조사했더니, 전체 화재의 78%(194건)는 전선 파괴나 접속함 결함 등 주변 전기설비·부품에서 발생했다. 같은기간 서울시가 14건의 관내 화재 원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접속함 불량 6건, 인버터 과열 4건, 전선파손 3건 등 전기설비 화재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접속함은 태양광 전지판에서 생산된 전력을 모아 계통으로 보내주는 기능을 수행하는 전통 전기설비다. 최근 발생한 암사정수장 화재 역시 교류계통 전기설비인 분전반 문제로 불이 났다. ESS도 적잖은 유형에서 직류접촉기 파손, 버스바(Busbar. 일종의 구리전선) 이탈, 전선 소손 등의 전기설비 관리부주의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발전사업자는 "일부 ESS화재는 전기설비 시공불량이나 열악한 운영환경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아무렇게나 전선을 방치하고 벽에서 물이 새는 ESS시설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이나 ESS처럼 시스템으로 구성된 설비 화재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는 “최근 태양광 화재는 이 땅에 전기가 공급되면서 도입돼 발전돼 온 기존 전기설비나 주변기기 문제가 주 원인”이라며 “이런데도 언론은 태양광 자체 문제로 몰고 있고, 지자체 등이 관련 기준을 강화하면서 투자비가 상승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의하면 화재가 빈번한 수배전반 차단기(전기설비)는 제품 보증기간이 단 1년에 불과하다. 반면 태양광시스템 핵심설비인 모듈은 25년간 성능을 보증하고 최근 일부기업은 이 기간을 30년까지 늘렸다. 인버터는 기본 5년 보증에 연장프로그램 적용 시 5년을 추가 보증하는 추세다.

최소 20년 이상 사용해야 할 설비를 1년 보증 부품과 함께 쓰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태양광 같은 첨단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을 왜 저품질 전기기기로 다루고 있는지, 이들 부품 보증기간은 왜 짧은지, 누가 1년짜리기기가 유통되도록 허용하는지 의문"이라며 "태양광 화재는 태양광 자체 문제가 아니다. 전기기자재 생산, 유통, 품질보증 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할 일은 제대로 된 시공·설비지침을 마련하는 일이지 관련규제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불필요한 규제는 비용상승만 초래하므로 충분한 사전 검토와 산업계 소통을 통한 합리적 기준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설계·감리 전문기업 대표는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규제에 관여하면, 비용은 비용대로 추가되면서 효율은 떨어지고 안전성을 개선되지 않는 결과를 만든다. 해외 대비 가뜩이나 비싼 국내 단가를 더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민원 예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 역할 중 하나는 시장에 제대로 된 지침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화재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관리소홀로 인한 화재도 적지 않다. 모니터링이 중요한 이유는 평소 데이터를 분석·관리하면서 이상유무를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보급량 확대에만 집중하고 산업구조도 하청 위주로 가다보니 현장 품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 많던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이 왜 종적을 감췄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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