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사설]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으로 적자가 가중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따라 석탄발전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나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생산이 늘면서 원가는 더욱 올라가고 있지만 전기요금은 거의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에 따라 각종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시한이 끝나면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듯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의 올해 정책비용은 3년 전보다 3조원이 늘어 7조9000억원에 이르고 있다며 전기요금 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전기요금 특례할인은 기간이 있는 만큼 시한이 끝나면 일몰(종료)되는 게 제도의 취지라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와 논의해 각종 특례할인 제도를 손볼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전기요금을 전반적으로 인상하기는 어려운 형편인 만큼 주택용 절전 할인이나 전기자동차 충전 전력 할인 등 값싸게 공급하고 있는 전력에 대한 요금을 정상화해서라도 경영 압박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원료보다 저렴한 전기요금의 모순은 전기소비와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 그렇지 않아도 편리한 전기화(최종에너지 소비가 전기로 몰리는 현상)가 심화되고 있는데다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량은 늘어나게 돼 있다. 하지만 원유 등 원료의 단가가 올라갈 경우 적자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소비자인 국민은 부담을 느끼지 않아서 좋겠지만 결국은 국민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태도는 한치의 후퇴 기미가 없다. 성윤모 장관은 앞서 전기요금 할인 특례와 관련한 모든 제도를 일괄적으로 폐지할 것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뿐만 아니라 이낙연 국무총리 등 문재인 정부의 수뇌부는 기회 있을 때 마다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의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명색이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 아래에서 원가가 오르면 제품값은 당연히 올라야 하는데도 이같은 막무가내식 정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은 표가 떨어지지 않아 좋을지 모르겠으나 그 주름살은 두고두고 다음 세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급격한 공공요금의 조정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무한정으로 원가보다 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후손에게 빚을 그만큼 넘겨주는 무책임한 태도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손실은 2080억원으로 6년만에 적자로 돌아섰으며 올해 상반기는 적자규모가 9285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미로 막을 일을 그대로 방치하다가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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