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용 전원 역할부터 잉여 전력 저장 및 연계 등 다양한 접목 가능
[2019 집단에너지 기획연재②] 태양광·풍력 변동성, 집단E가 해결사

[이투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지역난방부문 사업자들의 집단행동은 청와대든 정부세종청사든 거의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매년 계속되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열요금 인상 문제로, 최근엔 전력시장규칙 개정 문제로 시위에 나섰다. 걸핏하면 시위에 나서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집단에너지사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청와대 앞에서 든 피켓에는 “집단에너지업계는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전환 정책을 적극 지지합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된 절절한 사연이 자리하고 있다. 2년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 형식의 피켓을 통해 집단에너지는 미세먼지 대책과 온실가스 감축고민을 동시에 해결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에너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대기오염물질 60%, 온실가스 55%를 저감하고 에너지이용효율을 30% 끌어올릴 수 있는 집단에너지 활성화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업계가 1인 시위를 통해 설파하듯이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는 ‘대체전기+개별난방’ 방식에 비해 대기오염물질을 비롯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현저히 적다. 여기에 소각열이나 산업폐열, 발전페열 등 버려지는 열까지 활용하는 사업특성을 감안하면 그 효용성은 더욱 커진다. 당분간을 넘어 상당히 오랫동안 친환경·저탄소 에너지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화석에너지를 주로 사용하면서도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에너지전환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브릿지-에너지로서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또다른 표현이다. 집단에너지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따른 출력변동 등의 단점을 상당부문 커버하는 것은 물론 신재생열에너지와의 연계, 잉여전력 저장·활용까지 폭넓은 쓰임새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EU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지역난방은 대표적인 고효율·친환경 에너지공급방식으로, 재생에너지와 동등하게 대접받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에도 비용효율적 수단 평가

▲남산타워를 비롯한 서울 하늘을 미세먼지가 뒤덮고 있다.
▲남산타워를 비롯한 서울 하늘이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다.

미세먼지가 맹위를 떨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겨울∼봄 시즌,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초미세먼지 비상에 시달렸다. 심지어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소 가동중지 및 폐쇄를 비롯해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등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효과여부는 불투명하다.

집단에너지는 정부가 공인한 친환경·고효율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집단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을 ‘전기+개별난방’ 방식에 비해 얼마만큼 절감하는지를 연구해 5년마다 공표할 정도다. 미세먼지 저감에 있어서도 재생에너지 100% 시대로 가기 이전 가장 비용효율적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을 제외하고는 전통적인 에너지공급방식 중에서는 미세먼지 배출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실제 ‘열병합발전을 활용한 미세먼지의 저감’을 연구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 따르면 LNG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의 미세먼지(PM 2.5) 배출량이 석탄발전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비교적 최근 지어진 석탄발전소(영흥 3∼6호기)라 하더라도 MWh당 0.044kg을 배출, 가스복합이나 열병합발전(안동복합)의 0.007kg에 비해 30배 이상 더 배출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실적을 바탕으로 한 배출량 분석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 한난 열병합발전은 1차 미세먼지를 183톤가량 배출했으나, 대체설비(개별보일러+대체발전설비)는 2706톤으로 15배가량 더 많이 배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2차 생성 미세먼지 역시 한난 CHP는 317톤에 그쳤으나, 대체설비는 2481톤이나 됐다. 화폐가치로 저감효과를 산출한 결과 2017년 한 해 한난은 1차 미세먼지 저감을 통해 1519억원, 2차 생성 미세머지 저감효과로 1303억원 등 모두 2822억원의 편익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유승훈 교수는 “분산전원 편익과 함께 미세먼지 저감수단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열병합발전에 대해 적정한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전력시장 내에서 어려울 경우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생에너지가 1%p 증가하면 CHP 역시 0.87%p 증가한다는 연구논문에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더라도 열병합발전이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급을 준비 중인 제습식 지역냉방도 에너지효율 제고와 미세먼지까지 잡을 수 있는 비용효율적 수단으로 꼽힌다. 전기에어컨처럼 단순하게 실내온도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증발 및 응축 등 제습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환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영구적인 IFD(전자헤파필터)를 사용, 3㎛의 초미세먼지까지 95%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적절한 환기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공기청정기만 돌려서는 실내 공기질 정화가 제대로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습냉방은 ‘에어컨+공기청정기+환기장치’를 합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RHO 등 재생에너지와도 찰떡궁합 자랑
에너지전환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비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의 출력 변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설비 비중이 아직 많지 않은데도 불구 구름 낀 날에는 벌써 전력수급에 위협이 될 정도로 영향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SS(전력저장장치)를 보급해 잉여 전력을 저장해 피크시간에 방출하고 있지만, 최근 화재에서 보듯이 비용대비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집단에너지 역할에 주목하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통해 저장가능에너지(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발전과 난방, 수송 부문과 통합·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전력을 히트펌프 및 축열조를 이용한 열시장과 유기적으로 통합할 경우 재생에너지 공급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시 비용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집단에너지는 태양광이나 풍력 설비가 갑작스런 고장이나, 날씨 변화로 인해 제대로 가동을 못할 경우 백업용 발전원(열병합발전)으로 역할이 가능하다. 또 날씨가 좋아 생산이 많아지면 이를 열 등으로 저장,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 전기와 열이 동시에 생산되는 연료전지는 물론 지열, 하수열, 수열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와의 접목 및 연계가 가능하다.

실제 국내에서도 신재생에서 나오는 저온 열원을 활용하기 위해 4세대 지역난방 등 새로운 사업모델이 검토되고 있다. 연료전지는 물론 하수열 등에서 나오는 신재생 열원은 이미 지역난방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 중이다. 여기에 국가 열지도 구축을 통해 다양한 재생에너지 열원과 연계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에너지 중 30% 이상이 열 형태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중단된 RHO(신재생열에너지 공급의무화) 역시 언젠가는 시행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를 따로 떼어놓기 어려울 정도다.

유럽에선 이미 집단에너지를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인 변동성을 커버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전력망 운영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용도로도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계간축열조를 활용해 난방수요가 많은 동절기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까지 이뤄지고 있다. 또 지역난방사업자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에 부합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말 고효율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지역난방공급시스템에 투자비 보조, 세금 면제, 전력망 우선접속, 보조금 지원을 해주는 한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및 에너지효율개선의무화(EERS) 충족 수단에도 포함시키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신재생열에너지 사용의무 수단으로 CHP를 인정하는 한편 고효율 열병합발전설비의 경우 REC를 발급하기도 한다. 미국 역시 많은 주에서 RPS, EERS, APS 대체수단으로 열병합발전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집단에너지를 여전히 전력과 가스의 틈새사업을 보는 경향이 강해 지원정책이 거의 없을뿐더러 이쪽저쪽의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당국 역시 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에는 목을 매면서도 여러 측면에서 같이 가야하는 집단에너지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열에너지 관련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용선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집단에너지는 다양한 재생에너지와 접목 및 연계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로 EU 등 선진국은 이같은 점을 인정,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열이나 외부 미활용열의 경우 재생에너지로 분류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과 같은 집단에너지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하며, 현재 집단에너지 사업모델은 중간기술로,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접목하는 등 탈탄소화로 가야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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