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부문 보상강화 주문은 일치, 열요금 개선은 의견 갈려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 병행 공감, 대안과 실행가능성 한계

“원가경쟁력 강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2019 집단에너지 기획연재 ①] 에너지전환시대에도 집단에너지 역할 커진다
[2019 집단에너지 기획연재 ②] 태양광·풍력발전 변동성, 집단에너지가 해결사


[이투뉴스] “집단에너지의 두 가지 요소인 전력은 시장에서 경쟁하라고 하는 반면, 열은 기준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를 기준으로 가격규제를 받고 있다. 결국 전력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는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집단에너지사업이 왜 이렇게 어려운 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에선 의외로 시큰둥했다. 분노를 넘어 의욕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힘이 빠진 목소리가 역력했다. 전력과 열 모두 경쟁할 수 없는 사업구조를 가진 집단에너지를 시장에 방치하고 있어 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전력은 대형 발전사와 경쟁해 급전지시를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고, 열은 최적의 사업구조를 가진 한난과 경쟁해야만 버틸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먼저 집단에너지의 에너지이용효율제고 및 환경개선(대기오염물질+온실가스), 분산전원 효과 등 편익을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열부문에 대해선 한난을 기준으로 한 열요금 상한설정은 모순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으로 많았지만, 소비자를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전체적으로는 집단에너지를 전력과 가스에 낀 어정쩡한 사업이 아닌 ‘융복합으로 미래에너지에 한 발 더 다가선 사업’으로 인식해야만 엉킨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맨날 정부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자구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아비판도 곁들여졌다. 집단에너지 기획연재, 마지막으로 집단에너지 사업현장의 절절한 목소리를 들어 본다.

◆ 분산전원 효과 탁월, 하지만 보상은 못해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차 집단에너지 공급기본계획(2014∼2018년)을 통해 집단에너지(지역난방부문)가 개별방식(개별난방+대체발전)에 비해 23.5%의 에너지소비절감과 함께 오염물질은 49.2% 줄이고, 온실가스 역시 23% 절감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지난해에는 집단에너지사업법을 개정, 제1조에 ‘분산형전원으로서의 집단에너지공급을 확대하고’라는 표현을 넣었다. 분산전원 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실제 열병합발전연구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이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 대기오염 개선효과 등을 통해 제공하는 사회적 편익이 연간 1조원이 넘는다. 아울러 송전(8.5∼15.0원), 배전(9.8∼17.4원), 손실절감(5.7∼7.3원), 혼잡비용(5.6원), 환경편익(1.5∼14.1원) 등 전체적으로 분산전원 편익이 kWh당 31.1∼59.4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집단에너지가 에너지이용효율이 높고 온실가스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적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잘 아는 공무원들도 입만 열면 집단에너지가 국가 전체적으로 많은 편익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이러한 편익을 적절히 보상해 집단에너지를 활성화하겠다는 약속도 수차례 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우린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수도권의 한 집단에너지업체 CEO는 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오히려 짜증을 냈다. 분산전원 보상 강화와 활성화라는 해법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정부가 아무런 행동 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산업부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정부 내 칸막이가 문제라고 답변했다. “보상해 줄 마음이 있었으면 진즉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집단에너지는 전력당국이 거느린 자식(?)이 아니라 남의 자식이다. 떡은 정해져 있는데, 자기자식 아닌 남에게 더 많이 주겠는가”

세부방안에 대해선 고정비와 연료비 보상 모두 손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산전원 편익에 대한 보상 강화가 고정비(CP) 인상이라면, 겨울철 열제약운전에 따른 손실보전이 연료비다. 이중 SMP와 증분비 중 최소치(미니멈)로 돼 있는 보상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열제약운전으로 초과이익을 볼 생각이 전혀 없는 만큼 변동비를 전액 보상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또 CP 현실화와 관련해선 분산전원 편익 반영은 물론 열병합발전이 도심 인근에 있어 땅값부터 모든 투자비가 여타 LNG발전소보다 훨신 크다는 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전력요금체계의 문제점과 집단에너지업계가 요구하는 보상체계.
▲현행 전력요금체계의 문제점과 집단에너지업계가 요구하는 보상체계.

◆ 한난요금 110%만까지 인정, 나머지는 모른다
전력부문은 분산전원 편익에 대한 보상 강화로 의견이 일치했지만, 열요금에 대해선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상대적으로 현재 어려움이 큰 소규모 신생업체들은 대대적인 요금제도 변화를 강력히 요청했다. 에너지가격의 대원칙이 공급원가 기준인 만큼 사업자별 원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여기에 대규모 수요처는 물론 소각열 등 저가열원 확보도 훨씬 많은데다, 대규모 열병합발전소까지 확보하고 있는 선발업체의 지원이나 배려(열환상망 구축, 집단에너지기금 등) 필요성도 제기했다.

지방의 한 소규모 사업자는 “수요도 엄청나고 정부지원도 많은 시절, 모든 시장을 독점했던 한난을 기준으로 열요금을 설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난 원가구조를 도저히 따라 갈수가 없다. 나머지 사업자는 가만히 앉아서 망하라는 의미밖에 안된다. 원칙을 지켜 열요금을 자유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금격차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교적 큰 규모의 업체들은 열요금에 대한 적정한 규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한다. 도로를 두고 공급권역이 갈리는 것은 물론 경쟁연료인 도시가스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 간 과도한 요금격차는 지역난방사업 전체에 폐해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들은 110% 상한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요금격차 허용 폭에 대한 정밀한 진단을 통해 일정부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수도권의 한 중견업체 CEO는 “소규모 사업자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열요금 격차가 도를 넘어설 경우 소비자 반발은 물론 집단에너지공급대상지역 지정을 해제하라는 목소리가 곧바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다만 지역난방이 편의성 측면에서 도시가스를 압도하는 만큼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폭이 어디까지인지 파악, 조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열요금 조정시기를 통제하려하기보다 변동요인이 발생했을 때 즉각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모든 사업자가 동의했다. “된장이나 묵히는 것이지, 에너지가격은 묵히면 결국 탈이 난다”는 표현까지 썼다. 여기에 산업부가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주무부처로서 중심을 잡고 열요금 정책을 펼쳐달라고 주문했다. 

◆ 자구노력 없이 정부지원만 목매선 다 죽는다
“과거에는 여유 열원만 있으면 非고시지역이라도 공급할 수 있다는 의사만 비치면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수요개발이 쉬웠다. 하지만 이제 옛말이 됐다. 새로 구상하는 아파트에 공급의사를 표하면 건설업체가 반겨하지 않는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지역에 가면 주민들이 도시가스와의 가격경쟁력을 비교해 놓은 도표를 내민다. 현실은 냉정하다. 우리 욕심만 채우면 집단에너지사업 10년도 못간다”

수도권지역의 또 다른 CEO는 집단에너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정부지원이 필수지만, 사업자들의 자구노력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특히 과거에는 국민들이 지역난방을 선호해 지역난방 아파트가 개별난방 아파트보다 더 비쌀 정도로 차이가 분명했지만, 이제 그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물론 아직까지 역전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규모의 경제가 필수인 집단에너지사업을 이렇게 조각조각 찢어 놓은 것은 무엇보다 정부가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사업지역이 새로 나올 때마다 한난과 동일한 요금을 받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낸 것도 결국 우리들이다. 서로 탓만 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앞서 방향을 제시하면, 업계 역시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이같은 주장에 의견을 같이 했다. 결국 정부는 집단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과감하게 지원하고 업계는 구조조정을 포함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합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고, 선후관계에서도 정부가 먼저 지원을 한 후 사업자들의 자구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여기에 사업자들의 자구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부의 제도와 인센티브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집단에너지업계 한 실무팀장은 “수십만의 수요가와 GW급 열병합발전소를 갖춘 사업자부터 구멍가게 수준의 사업자까지 등 업체별 편차가 너무 크다. 열요금을 비롯한 원가격차도 결국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안과 실행가능성을 고려하면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해결할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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