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강원도의회 송전선로대책특위와 현황 논의
계통안정성 논란·지역주민 수용성은 여전히 미제

▲765kV 신태백~신가평 송전선로 중 평창군 봉평면 평창강 구간. ⓒ네이버지도
▲765kV 신태백~신가평 송전선로 중 평창군 봉평면 평창강 구간. ⓒ네이버지도

[이투뉴스] 한전이 답보상태에 있던 500kV 신한울~수도권(신가평‧신경기) HVDC(초고압직류송전선로) 건설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도 등 3개 도(道) 10개 시‧군을 지나는 노선 경과지를 정해 지역대표들과 구간별 상세입지를 협의하는 한편 환경영향평가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이 송전선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울진에 짓고 있는 신규 원전 2기와 민간발전사들이 동해안에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4기 등의 생산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송전선로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신도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7일 춘천시 소재 도의회에서 ‘500kV HVDC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 설명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사업현황을 특위 측에 전달했다. 신한울~수도권 HVDC는 경북 울진과 봉화에서 출발해 강원도 삼척‧영월‧태백‧정선‧평창‧홍천‧횡성군 등을 지나 경기 양평과 가평군(1차 사업에 한함)으로 이어지는데, 이중 가장 많은 지자체가 속한 강원도 의회와 협의를 벌인 것이다.

한전의 현황 설명자료를 보면, 애초 765kV 송전선로로 계획한 이 사업이 500kV 직류로 변경된 건 2016년 5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때다. 교류대비 건설비는 갑절 이상 비싸지만 송전탑 크기를 765kV보다 25% 줄일 수 있어 주민수용성을 높이는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또 당초 4차 전력계획상 접속지점인 포천과 동두천을 5차 계획에서 수도권 남부로 변경한 건 포천, 문산, 동두천 등 경기북부에 460만kW규모 민자LNG복합이 대거 건설됐기 때문이다. 동해안 생산전력까지 경기북부로 송전하면, 가뜩이나 공급과잉인 이 지역의 수급불균형이 가중된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최근 수년간 답보상태였던 송전선로 노선결정은 신한울~평창까지의 ‘동부구간’에서 상당한 진척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전은 작년 4월 동부구간 입지선정위원회에서 경과대역(상세 노선을 정하지 않고 폭을 넓게 규정한 일종의 범위 노선)을 선정한데 이어 올해 4월 구체적 경과지를 정하고 7~9월 45개 해당마을 중 36개 마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지난 9월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이 결과를 공유했고, 이를 토대로 각 마을의 철탑위치 변경 요구 등을 반영해 경과지를 미세 조정키로 했다. 이들선로는 모두 가공선로(철탑으로 전선을 공중에 띄운 형태)로 건설된다.

반면 주민수용성이 낮은 횡성~수도권까지의 ‘서부구간’은 몇 차례 입지선정위원회를 연 것 외에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올 하반기 서부구간의 경과대역을 공개한 뒤 지역별 송전탑 반대위 측과 협의를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반발이 거세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전은 “입지 선정위 재개를 위해 지역주민 대표와 지자체 및 의회, 반대대책위 등의 선정위 참여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특위에 설명했다.

기존 765kV 신태백~신가평 송전선로(155km) 중간 지점에 위치한 평창군 소재 강원개폐소는 동해권에서 넘어오는 HVDC 전력망과의 통합운영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폐소는 100km이상 장거리 송전 시 저항으로 송전용량이 떨어지는 765kV 교류 전력망의 안정도 향상을 위해 GIS(가스절연개폐기) 등을 갖추고 있다. 한전은 내년 6월까지 교류-직류간 계통 통합 운영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기존 강원개폐소 부지에 신규 전력설비가 들어서거나 신설 HVDC 송전선로가 연결될 수도 있다. 신한울~수도권 HVDC를 이용해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할 예정인 발전소는 2021년 준공 예정인 신한울 1,2호기(2800MW)와 이듬해 준공 목표인 강릉에코 1,2호기(2000MW), 2024년 완공 예정인 삼척화력 1,2호기(2000MW) 등 6800MW이다. 한전은 늦어도 2025년까지 HVDC를 완공해야 이들 발전소의 정상가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과지가 확정된 노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본격화 됐다. 당국은 올해 8월 외부 용역회사에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했고, 동부구간의 경우 최적 경과지에 대한 도상검토 등 준비서를 작성하고 있다. 초안이 완성되면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나 500kV HVDC에 대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은 주변토지는 송전탑 가장 바깥을 기준으로 23m이내, 주변 주택매수는 100m이내, 마을 주변지역 지원은 800m이내로 한정했다.

HVDC 안정성 논란과 지역주민 수용성 문제는 여전히 난제다. 계통 전문가들은 기존 765kV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이 직류(DC) 제어기에 영향을 끼쳐 광역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HVDC와 발전기 터빈축의 전기적 공진으로 원전에서 축진동(SSTI. Sub-Synchronous Torsional Interaction) 사고가 터질 수 있고, HVDC 제어기와 풍력·태양광 인버터가 상호간섭을 일으켜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VDC를 내륙간 장거리 송전용으로 건설한 중국에선 한해 1개 HVDC노선에서 10회 이상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김효영 횡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동부구간)입지선정위원회 운영이 3년이나 됐다고 하는데, 정작 지역주민들은 선정위가 언제 어디서 열렸는지, 누가 참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해 입지를 거의 결정했다는 한전 주장은 모두 유언비어"라면서 "강원권 송전탑반대대책위의 기본입장은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를 통해 실제 전력수송 여건이 어떠한지 그 타당성을 따져본 뒤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입지선정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희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미 765kV 송전탑을 건설하면서 공동체 파괴와 재산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HVDC 건설로 반복해 피해를 당할 처지"라면서 "과거 765kV 건설 당시의 약속이나 후속조치도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당국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상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말 현재 광역 시도별 765kV 송전탑 개수는 강원 334개, 경기 251개, 충남 237개, 경남 123개, 충북 36개 순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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